[신입사원 탐구생활] 갈등 #3 보고하기

회사생활을 그린 드라마나 영화를 상상해보자. 언제나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마다 일이 술술 잘 풀리면 재미없다. 흥미를 끌만한 요소가 없다. 결재판을 들고 노크를 한 후 방에 들어가 상사에게 결재를 올리고 그와 동시에 결재판이 집어던져지는 장면 정도는 나와야 긴장감이 돌면서 스토리가 진행된다. "이것밖에 못해와? 다시 해와!"라는 상사의 한마디에 쩔쩔매며 결재판을 주워 다시 나가는.. 그런 장면, 드라마 속에서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회사생활에서 빠질 수 없는 '보고하기'

 

회사생활의 ㅎ자도 모르던 시절에는 보고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몰랐다. 그리고 이렇게까지 어려운 일인지 몰랐다. 겉보기엔 평소 나누는 대화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일상 대화와는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반적인 기안문의 경우 전자 결재로 올리기 때문에 모든 결재 건에 대해 직접 보고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결재 전에 설명이 필요한 건이거나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겨 상의가 필요한 경우 부장님께 직접 보고는 필수적이다. 그 위의 결재라인까지 보고 드려야 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그런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가, 신입사원으로서 난관에 봉착하는 순간이다.

 

#1. 보고는 타이밍이다

 

신입사원으로서 부장님께 업무 보고를 드리고 설명을 한다는 것은 최고 난이도의 미션이다. 평소에도 어려운 부장님이다. 일상 대화를 나누는 것조차 어색하기 힘든데 업무 보고를 해야 한다니.

 

스스로도 확실하게 이해가 덜 된 상태임에도 급하게 보고를 해야 할 때가 있다. 알고 있는 내용이라고 하더라도 머리 속으로 먼저 할 말을 정리하는 경우도 있다. 논리 정연하고 명확하게 설명하는 것은 혼자 알고 있는 것과는 또다른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라도 적기에 보고한다면 다행이다. 선뜻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언제 보고 드릴지 혼자 고민하다 보면 부장님은 어느새 회의를 들어가셨거나 다른 이슈 때문에 신경이 날카로워져 버린 상태가 되어 타이밍을 놓친다.

 

'보고는 타이밍이다'라는 말이 있다. 무슨 말인지는 충분히 알겠다. 문제는 그 타이밍이 도대체 언제인지를 모르겠다는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적절한 타이밍에 정확한 보고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다수의 경험으로 깨우치고 있다. 부장님이 항상 하셨던 말씀 중 하나가 '부장을 믿어라'이다. 처음에는 '당연히 부장을 믿어야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들었다. 하지만 그 말은 곧 '보고를 잘 해라'라는 말과 같다는 것을 머지않아 깨달았다. 일을 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겨 해결이 필요한 상황을 마주하는데 그럴 때마다 혼자서 또는 옆에 계신 선배님께 상황을 보고해서 대부분의 일을 처리해왔다. 그 정도 선에서 처리해도 깔끔하게 해결될 일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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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은 신입사원 3개월 차가 막 되었을 때 발생했다.

 

그전까지 그래왔듯이 선배님과 상의를 하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꽤 오랜 기간 고군분투하던 상황이었다. 다만 이 문제는 부서 내에서 해결 가능한 사안이 아니었다. 타부서와의 협의와 협조가 필요했고 해당부서의 실무자와 회의하며 결론을 내고자 노력했지만 원활한 협조가 되지 않는 상태였다.

 

그렇게 일은 진척되지 않고 있던 중 상대 부서의 부장님한테까지 그 문제가 보고되었다. 그리고 들어온 지 3달 밖에 안된 신입사원이었던 나는 홀로 상대 부서로 가서 담당 차장님, 부장님을 맞닥트려야 했다. 외로운 싸움이었다. 내가 밀고 나가는 방향이 맞다고 생각하면서도 상대가 반박을 하면 아무 말도 못하는 벙어리가 되어 끌려가고 있었다.

 

그렇게 되기 전에 나는 부장님께 보고를 드리고 해결 방향을 논의했어야 했다. 당시 나는 내 업무 범위 내에서 일어난 문제니까 내가 해결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부장님께는 나중에, 나중에 보고하자,라고 생각했었다. 큰 오산이었다. 부장님께 간단하게라도 지금 어떤 상황인지를 보고 드렸다면 나흘이 걸렸던 일이 이틀이면 해결됐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부장님께 보고를 드린 직후 부장님이 직접 나섰고, 그 결과 일은 수월하게 진행되어 마무리할 수 있었다.

 

어쩌다 보니 고해성사처럼 되어버렸지만.. 문제 해결의 첫 단추(=부장님께 보고)를 잘 끼웠더라면 짧은 기간 안에 해결할 수 있었을지 모르는 일인데 적기에 보고 드리지 않아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됐고 스트레스는 스트레스대로 받았던 경험이었다. 직급과 경험의 차이에서 오는 자신감 부족도 문제였다. 내 일인 만큼 좀 더 확신을 갖고 당당하게 밀고 나갔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보고의 중요성’을 크게 깨달은, 앞으로도 잊지 못할 사건이다.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일이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주저 없이 보고를 해야 한다. 그 타이밍을 놓치면 일은 더 복잡해지고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 걷잡을 수 없어질지도 모른다.
 

#2. 혼자 끙끙거리지 말기

 

첫 발령으로 소속되어있는 부서 업무 특성상 보고서를 작성하고 보고하는 일은 많지 않다. 그렇다 보니 어쩌다가 '보고'라는 것을 하기 위해 보고서를 작성해야 할 땐 정말 막막하다. 이전 문서를 뒤지며 비슷한 경우의 비슷한 형식으로 쓰인 보고서를 참고해서 써보지만 이렇게 하면 되는지 확신이 들지 않는다. 감 자체가 오지 않으니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질문을 해야할지도 모르는, 그야말로 사막 한복판에 홀로 서있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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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간단한 보고 결재를 받을 일이 있었다. 2장짜리였지만 처음 써보는 보고양식이었기 때문에 여러 문서를 참고하고 질문하며 작성했다. 하지만 다 작성한 후에도 스스로 확신이 없었다. 바로 결재를 올리면 안 될 것 같은 촉(?)이 왔기 때문에 우선 프린트를 해서 부장님께 보여드렸다. 역시나 수정해야 할 부분이 있었고 다시 수정 작업에 돌입했다. 그리고 두 번째 점검까지 받고 나서야 가벼운 마음으로 기안을 올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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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일 때 가장 많이 하는 실수 중 하나가 혼자 끙끙거리며 고생하다가 최종(이라고 생각하는) 결과물을 들고 부장님께 보고하는 것이라고 한다. 나름대로 열심히 작성해서 완성!했다고 생각하며 뿌듯한 마음으로 들고 갔을 것이다. 하지만 백지상태에서 신입사원 혼자 어찌어찌 쓴 보고서가 과연 한번에 통과할 수 있을까? '이게 뭐야?' '뭐한 거야?' 오히려 부장님의 질문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아무 질문도, 어떤 피드백도 없이 ‘다시 해와’라는 한마디를 듣고 자리에 돌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이유는 다양할 것이다. 보고의 방향을 아예 다르게 설정했거나 어색한 문구들의 나열 등등.. 시간은 시간대로 낭비되고, 노력은 노력대로 쏟아부어 얻어낸 것은 다시 작성해야 한다는 현실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간보고'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중간보고'는 질문이 될 수도 있고 초안 점검이 될 수도 있다. 중간중간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확인받는 것이다. 사실 신입 입장에서는 바빠 보이는 선배님께 자꾸 질문하는 게 불편하고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경험상 오히려 그런 질문하고 점검받고자 하는 태도를 좋게 봐주셨다. 신입이기 때문에 허용되는 사항이지 않을까 싶다. 중간 관리자 직급이 되어 ‘어떻게 보고서를 써야할지 모르겠어요..ㅠㅠ’라고 말하며 피드백을 요청하지 않기 위해선.. 좀더 적극적인 태도로 중간보고를 해도 괜찮지 않을까. 


'보고하기'는 과장, 차장 직급이 되어도 여전히 어려운 숙제로 남아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주변에서 일어나는 보고 현장을 어깨 너머로 배우며 하나둘씩 쌓여가는 경험을 바탕으로 수월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작가명 : 도비로드

작가 소개 : 회사로부터 양말이 아닌 돈을 받고 있음에 감사하며 살아가는 도비입니다. 저마다의 길을 걸어가는 또다른 도비들이 공감하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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