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맞는 말이 듣기 싫었던 이유

소위 잘 나간다고 소문난 과장님이 한 명 있다.

 

경력직으로 들어오신 분인데 회사 내에서 일, 인간관계 등 다방면에 걸쳐 우수하다고 소문이 자자하다. 처음부터 잘했고, 지금도 잘하고 있고, 앞으로도 잘할 것이라는 것을 누구나 다 인정하고 있다. 나도 그 과장님께는 이따금 연락을 드려서 회사생활이나 삶에 대한 조언을 받곤 한다.

 

'몸에 좋은 약은 쓰다'라는 말처럼 듣는 당시에는 많이 쓰지만, 과장님이 해주신 조언 중에는 시간이 지나면 약이 되는 것이 많이 있었다. 덕분에 회사 생활에 도움이 된 것들도 많았다.

 

하지만, 그 조언 중에는 몇 번을 들어도 쓰기만 하고 삼키지 못하는 것들도 꽤 있다. 분명 몸에 좋은 약이라는 것을 알고 있고 먹으면 좋다는 것도 알고 있는데 난 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일까... 좋은 얘기를 많이 듣고도 마음 한켠에 남아 있는 이 기분 나쁜 이질감은 대체 뭘까...


 

<당신이 나와 같은 환경에 있었으면 그렇게 잘 나갈 수 있었을까?>


 

'빌 게이츠가 우리나라에 태어났으면 그런 성공신화를 이룰 수 있었을까?'

 

이미 많이 회자되고 있는 질문이다. 좀 더 극단적으로 얘기해서

 

'빌 게이츠가 아마존 정글 원주민으로 태어났다면?' '그렇게 될 수 있었을까?'

 

참 부끄럽지만 고백을 하자면 (굳이 빌 게이츠 얘기를 꺼낸 이유를 얘기하자면)...

과장님이 해주신 말이 다 맞는 말이지만 이질감이 들었고 듣기 거북했던 이유는 아마도

 

제 마음 한켠에 있던 '당신이 나와 같은 환경에 있었으면 과연 그렇게 잘 나갈 수 있었을까?'

하는 초라한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그 과장님은 설비 고장이 적은 신설 부서에 있다. 나는 공장 중 가장 오래된 설비를 담당하고 있다. 나는 매일매일 터져 나가는 설비 보수를 해야 했기에 처음부터 빨리빨리 대처하는 일처리 방식에 익숙해져 있다. 매년 일 처리가 조금씩 나아진다고 생각하지만 과장님이 말씀하시는 정석적인 절차와는 달리 주먹구구식 일처리가 많은 편이다. 그리고 사실 그 수준까지 미치기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하나하나 신경 쓸 수 있는 부서에서는 그런 꼼꼼한 일처리가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저에게는 사실 어려운 수준이라는 말이다.

 

참 좋은 말이고, 맞는 말이었지만, 듣기 불편했던 이유는 아마도 이거였던 것 같다.

나도 당신처럼 살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이유가 내가 처한 환경 때문이라는 핑계를 대고 싶지 않기 때문이에요. 그 어찌할 수 없는 환경에서, 스트레스 받아가며 아등바등 살아가는 나의 모습이 초라해 보이기 싫기 때문입니다.

 


 

<작가소개>
직장에서는 열일하고 퇴근 후에는 꿍꿍이(꿈)를 고민하는 직장인. 30대에 카페운영, 출간작가, 금융 (준)전문가가 되고픈 꿈이 있어요. 그 꿍꿍이를 그려가는 자취를 글로 씁니다.

작가 브런치 : https://brunch.co.kr/@kwj3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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