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리의 직장생활 뒷담화] #07 높은분이 오신다굽쇼

# 높은분이 오신다굽쇼

 

 

 

높은 분이 오신단다.

높은 분에는 다양한 의미와 정의가 존재하겠지만 우리 회사에서 통용되는 높으신 분은 회사에서 제일 높으신 분과 지역사회에서 흔히 얘기하는 높으신 분을 의미한다.

높은 분이 오다는 공지가 띄워지자 그걸 확인한 팀장님의 얼굴에는 어둠이 드리워졌다.

 

 

 

"우선 오기로 예정되어 있는 전날에는 다 같이 대청소를 하고 그전까지 우리 사무실 형광등부터 교체하도록 합시다."

근무하기에는 나쁘지 않은 환경임에도 군데군데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형광등을 교체하는 일을 시작으로 일명 높은 분 맞이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평소에는 대충 믹스커피만 타 먹던 사무실에서 오시게 될 높은 분을 위해 병으로 된 음료와 개인 생수병 하나를 급히 구매해왔고 행사 당일에는 차장님께서 원두를 갈아 커피를 내리시기까지 했"이렇게까지 해야 돼요?"

 

"꼭 이렇게까지 해야되요?"

업무시간을 들여 청소를 하는 도중에도 나를 비롯한 우리 팀의 사람들의 얼굴에는 이런 의구심이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지만

래도 모든 군말들을 꾹꾹 누른 채 우리는 꿋꿋이 대청소를 해냈다.

다행인 것인지 그날의 행사는 생각보다도 수월하고도 짧은 시간 안에 높으신 분들과의 사진 촬영을 마지막으로 무사히 막을 내리게 되었지만 엉겁결에 높으신 분들과의 식사자리

까지 따라가게 된 나와 팀장님은 경직된 자세로 비싼 복국을 먹으며 그분들의 자기 자랑에 물개 박수를쳐야만 했다.

 

결국 "열심히 하세요."라는 마지막 멘트를 끝으로 떠나버린 두 분의 높으신 분들 가는 자리를 고개 숙여 배웅한 나와 팀장님은 허탈한 마음으로 

덜덜거리는 회사차를 타고는 사무실로 돌아왔다.

 


 생각해보면, 이런 연극 같은 일들이 비단 회사에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었다.

학창 시절 장학사가 온다는 얘기에 했던 수없는 환경미화와 시나리오까지 정해져 있는 수업들을 경험했던 것을 생각하면  이미 이런 식의 행사들에 나는 익숙해질 만도 했다.

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이런 행사들이 익숙하지 않고 거북스럽게 느껴지는 건 부자연스럽기 때문이다.

바쁠 때는 책상에 서류가 쌓여있는 것이 어쩜 당연한 수순이고 친절함이라는 것도 꾸며져서 나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나와야 하는 것인데 그런 것들을

 이곳저곳에 숨겨놓고는 괜찮은 척 지금의 이 모습이 진짜인 것처럼 연기하는 것이 아직도 나는 거북스럽고 어색하기만 하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이라고 위로할만한 것은 이런 기획되고 조작(?)된 행사가 자주 있는 것이 아닌 연중행사 정도 된다는 것이었다.

일 년에 몇 번 눈 딱 감고 연기해주면 되는 단막극 정도이니 더럽고 치사한 회사생활의 한 단면이라고 생각하고 참으면 될 일이다.

그것도 싫으면 비싼 복국 한번 높으신 분 덕분에 잘 얻어먹었다고 생각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자꾸만 복국을 먹은 입가가 씁쓸해진다.

아무리 일년에 한번뿐인 이벤트라 해도 이런 높은분들의 사진촬영을 위한 이벤트들이 나와 같은 말단 직원들에게는 또 하나의 업무가 될수밖에 없기 때문일것이다.

 

 

사진출처 : pixabay
 




작가 : 최대리

작가소개 : 회사에서는 건어물녀로 불리고 있는 과묵한 최대리입니다 글쓰기를 좋아하고 아이의 꿈이 아닌 나의 꿈에 집중하고 있는 이기적인 워킹맘입니다.

관련 링크 :

bruch- https://brunch.co.kr/@th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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