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 탐구생활] 갈등 #4 잘못을 인정하기

 대학생일 때 인턴으로 3개월 조금 넘게 일했던 곳이 있다.  인턴이었지만 내가 인턴인지 정직원인지 헷갈릴 정도의 신입직원급 업무를 해냈던 곳이다. 일이 많고 어려웠던 만큼 성장했던 시기였다고 기억이 미화되긴 했지만 찬찬히 돌이켜보면 결재를 올리는 만큼 책임감이 뒤따랐고 실수를 했을 때 미치는 파급력을 고려했을 때 느끼는 부담감은 엄청났다.

 

자잘한 실수는 이틀 걸러 하루에 한 번 일어나는 정도였고 그 정도는 옆에 계셨던 대리님 선에서 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항상 그런 일만 있을 순 없는 법.

 

'잘못을 인정'하는 태도를 가져야겠다고 깨달은 사건이 있었다. 당시 매일 있었던 일을 퇴근길에 기록했기 때문에 사건 당일의 생생한 현장이 글로 남아있다. 여기에 조금은 긴 그 기록을 옮겨보려고 한다.

 


실수할 수 있는 존재니까.. 여러 실수를 반복하며 발전하고 성장하는 거니까… 내 실수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새로 작성한 문서에 대한 팀장님 결재를 받기 위해 올리는 그 순간까지 갈등을 했다. 다시 결재받는 건이라는 것, 그 이유, 상황까지 말을 해야 할까… 하지만 솔직하게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어쩌면 팀장님께서 오전에 이미 결재한 건이라는 것을 모를 수도 있을 거라는, 정말 바보 같은 생각을 했다… 나의 큰 오산이었다.

 

두 번째 결재를 올린 후 곧 팀장님께서 오시더니 이거 오전에 처리했던 건데 왜 다시 결재를 받느냐고 물어보셨다. 그제야 상황을 설명드렸다… 가만히 듣고 계시던 팀장님은 '신뢰'라는 단어를 언급하셨다. 사실 지금까진 일을 하며 생각해보지 못한, 중요하다고 보지 않은 단어였다.. 이렇게 상황에 대해 설명하지 않고 그전 서류까지 빼고 보고를 하는 것은 신뢰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을.. 오늘에서야 알 수 있었다..

 

알겠다고 하고 이렇게 넘어가나 했지만 팀장님께서 담당 과장님과 얘기를 하셨나 보다. 과장님께서 오시더니 왜 두 번 처리했냐고 물어보셨다. 상황을 다 설명드렸다. 그런데 그 물음을 던지는 과장님의 표정이 너무나 오묘했다…. 뭔가 더 말하고 싶은데, 좋지 않은 말이라 주저하시는, 하지만 웃고 계시는…. 결국 다시 오셔서 더 구체적으로 말해주셨다. 인당 몇백 건 처리를 해야 하는 팀장님 입장에서는 팀원들을 믿고 문서만을 가지고 결재를 하는 건데, 이번처럼 전후 사정 설명 없이 실수를 감추려고 하는 것은 신뢰도를 떨어트릴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였다… 내가 저지른 실수보다 잘못을 감추려고 했던 태도가 문제였던 것이다. 너무 부끄러웠다.. 진실을 숨기고 거짓을 보고한, 내가 지양하고 싶은 모습을 나도 모르게 행한 것이다.

 

그전까지 참고 참았던 눈물이 나왔다.. 하루 동안 연속된 실수 때문에 멘붕이 오면서 울고 싶었지만 참았던 눈물인데… 나 스스로 너무 부끄러워서 눈물이 났다… 종이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더니 티가 났나 보다… 과장님이 나가서 얘기하자고 하셔서 나가는데 결국 울음이 터졌다… 잘하고 있다고, 오늘 일을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말라고, 네가 잘못해서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니라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라서 말한 것이라고.. 너무 좋게 말씀해주셔서 더 감사하면서 죄송했다.. 나는 좀 더 잘하고 실수 없이 처리해서 다른 분들께 피해 안 가게 하고 싶고, 좀 더 믿음을 주어서 일을 부담 없이 맡길 수 있는 팀원이 되고 싶었는데, 그렇게 하기가 너무 어렵다… 오히려 과장님은 원래 본인들을 해야 할 일들을 넘기는 거라 미안하다고 항상 그러신다.. 하지만 나는 비록 체험형이지만 이 업무를 하기 위해 이 자리에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일을 주시는 것에 대해서 전혀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일을 부담 없이, 걱정 없이 맡길 수 있다는 믿음을 드리고 싶다.

 

특히 팀장님은 나에 대한 믿음이나 신뢰가 거의 제로 상태였을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인턴이 와서 며칠 교육받고 업무를 하는 건데 어느 누가 처음부터 믿고 맡길 수 있을까. 그래도 점차 아무 말 없이 결재가 되는 일이 많아졌고, 웬만한 건에 대해서는 무난히 결재를 받게 되었다. 점차 신뢰를 얻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차근차근 조금씩 쌓아간 신뢰를, 오늘 무너뜨린 것 같다… 아직 시간은 있고, 만회할 기회는 있다.. 하지만 되돌릴 수만 싶다면 되돌아가서 나의 행동을 바꾸고 싶은… 정말 후회스러운, 부끄러운 하루였다...ㅠ

 

'신뢰'라는 것을 구성원들, 즉 내부고객과도 쌓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오늘..


 

이  긴 글을 퇴근길 지하철에서 후두둑 쏟아 써버렸다.


 

 

그때의 팀장님 표정은 1년이 넘게 지난 지금까지도 잊을 수 없다. 그만큼 나에게 이 사건은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됐다고 할 수 있다. 지금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행동이지만 만약 당시의 경험과 깨달음이 없었더라면 나는 지금도 그 상상할 수 없는 행동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내가 일을 잘못 처리했을 때, 그로 인해 문제가 생겼음을 인정하는 태도.

내 잘못을 인정하고 잘못했다고 보고할 수 있는 용기.

 

이러한 태도와 용기를 갖고 있어야 신뢰받는 신입사원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머리로는 생각하면서도 막상 그런 상황을 마주하면 갈등하게 되는 게 사람이지만, 오늘도 더 신뢰받는 신입사원이 되기 위해 잘못을 인정하는 용기를 내본다.
  




작가명 : 도비로드

작가 소개 : 회사로부터 양말이 아닌 돈을 받고 있음에 감사하며 살아가는 도비입니다. 저마다의 길을 걸어가는 또다른 도비들이 공감하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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