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 탐구생활] 고민-1- #6. 괜찮아요'가 정말 괜찮을까요

"아니에요, 괜찮아요"

 

회사생활을 시작하면서 입에 붙은 말이다. 일이 너무 많아 정신이 없어도,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이 들어도, 괜찮다는 말과 웃음으로 대체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신입인데 벌써부터 일이 힘들다고 겉으로 표현하면 안 될 것 같았고 신입이기에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하는 것도 있다고 생각했다. 이 정도의 일 때문에 힘들다고 불평하거나 불만이 있음을 표현한다면 선배들 입장에서 좋게 보일 리 없다고 판단했다. 연차가 쌓일수록 더 큰 과업과 책임이 주어지는 만큼 힘들다고 표현할 권리(?)가 생길 것이라 믿었다.

 

물론 동기들끼리는 일이 너무 바빠서 정신없다고 하며 서로의 고충을 토로하고 부서 내에서 표현하지 못한 힘든 점들을 나열한다. 몸이 축 쳐진 상태로 멍한 표정을 지어보이기도 한다. 조금은 풀어진 모습으로 힘듦을 표현할 수 있는, 하루 중 짧지만 필요한 시간이다. 하지만 동기는 동기일 뿐, 내가 일하는 부서에서 내 고충을 모른다면 아무 소용없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민원 전화를 받은 대리님의 목소리가 점점 커진다. 했던 말을 반복하고 반복하지만 민원인이 이해하지를 못하는지, 받아들이지를 않는건지 통화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조용한 사무실에서 대리님의 답답한 목소리가 울려퍼지고 무슨 일인지 다들 관심을 갖는다. 겨우겨우 전화를 끊은 대리님은 한숨을 내쉬며 도대체 몇 번째 미원인지 모르겠다며 힘듦을 토로한다. 그 옆에는 처장님이 오셔서 누가 그렇게 전화하는지 리스트를 뽑아두라고 하신다. 그렇게 혼자서 끙끙거리지 말고 본인에게 다 말하라고 하신다.

 

1년여 동안의 회사생활을 하며 새롭게 깨달은 것은, 정말 힘들어서 버티기 어려울 때마저도 표현하지 않는다면 아무도 나의 힘듦을 알아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이 줄지 않아 야근을 새벽까지 해야 하고 전화가 끊임없이 와서 정작 해야 하는 업무를 손댈 수도 없으며 골치 아픈 일이 해결되지 않아 '힘들다'고 표현하는 주변 선배들. 나보다 적어도 2~3년 이상 더 근무한 선배들이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일을 하는 도중에, 점심시간에, 회식자리에서 고충을 토로하는 모습은 나로서 꽤나 놀라운 일이었다.

 

그리고 더 놀라웠던 것은 이에 대한 반응, '인정'이었다. 실제로 힘든 일들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모습을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있기 때문에, 말로만 무작정 힘들다고 하는 것이 아님을 알고 이에 대한 인정을 해주는 것이다. 아무리 일이 많고 힘들어도 티 내지 않고 묵묵히 일만 한다면 해야 할 일을 하는 직원 정도로 보이겠지만 겉으로 표현할 때 비로소 열심히 일하고 있음을 인지할 수 있다. 새벽 3~4시까지 일했음에도 이를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알지 못한 상태로 넘어가버리지만 그 사실을 얘기함으로써 일이 얼마나 많고 그 일을 잘 처리하기 위해 책임감을 갖고 있음을 어필할 수 있는 것이다.

 

정답이 없는 끊임없는 상황 속에서 정답일 것이라 믿고 행동하는 것이 사회생활이기 때문에 역시나 이에 대해서도 정답이 따로 있지는 않을 것이다. 묵묵하게 일하는 모습만 보여주는 것과 일에 치여 못 버티겠다는 것을 끊임없이 주변 사람들에게 외치는 것. 가장 좋은 것은 두 행동 사이의 중간 지점이겠지만 항상 그렇듯, 너무 어렵다.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힘들다고 외치기 위해서는 '주변 동료, 선배들로부터의 신뢰''누가 봐도 인정할 만한 업무강도'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성실하고 열심히 하는 직원이라는 신뢰가 없고 남들도 다 하는 정도의 업무를 하면서 힘들다고 하는 것은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무작정 생떼 부리는 직원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말로 표현하기 전에 행동으로 보여주는 모습이 선행되어야 한다.'

 

아직까지는 힘들다고 소리 있게 외치는 것이 어렵고 차라리 '괜찮다'는 말과 웃음으로 넘기는 게 더 편하지만 앞으로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모습을 계속 보인다면 진짜 힘들 때 힘들다는 소리 있는 외침이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작가명 : 도비로드

작가 소개 : 회사로부터 양말이 아닌 돈을 받고 있음에 감사하며 살아가는 도비입니다. 저마다의 길을 걸어가는 또다른 도비들이 공감하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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