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 탐구생활] 고민-2- #7. 업무 분장과 오해

신입사원이 되어 들어간 첫 부서에서 일을 시작하기 전 꼭 거치는 단계, 업무 분장.

 

인턴 때와는 달리 공식적으로 '내 일'이 정해지는 단계이다. 처음엔 그 단계에 대한 감도 없었고 신입이기 때문에 그저 주어진 업무를 맡는 것에 불만을 가질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신입으로서 할 수 있을 정도로, 적당히 업무 분장이 이루어지기도 했기 때문에 지난 1년간 큰 무리 없이 해낼 수 있었다. 부서 특성상 객관적으로 업무의 양이나 난이도에 따라 나눌 수 있어 업무 분장과 관련하여 큰 갈등이 생기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게 딱 떨어지는 것은 아니기에 경계가 불명확한 일이 갑자기 생기면 문제가 발생한다. 부서 내에서의 업무 갈등뿐만 아니라 부서 간 갈등도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간단해 보이는 하나의 문서에 대한 접수도 서로 미루고 미루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신입 초반 시절, 부장님이 갑자기 부서 수석 차장님을 부르시더니 큰 소리를 치며 화를 내셨다. 무슨 일인가 보니 부서 일이 아닌 업무를 덥썩 받아버려 접수를 해버린 것이다. 타 부서로 돌려야 했던 일을 받아버렸다는 이유로 꽤 오랫동안 부장님의 말씀이 계속됐다. 당시에는 그게 그렇게 화를 낼 정도로 잘못한 일인가 싶었다. 동시에 내 앞으로 업무가 왔다고 해서 곧이곧대로 받아버리면 안되겠다는 경각심을 느꼈다.

 

초반의 간접경험을 시작으로 종종 업무 분장 상의 불명확성으로 인한 갈등을 보면서 단순히 경각심을 갖는 것에서 더 나아가 ‘왜’ 업무 분장대로 일을 받아야 하는지 깨달았다. 어떤 업무를 맡아 처리한다는 것은 곧 그 업무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의미이다. 어찌보면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일을 하다보면 이를 망각해버리기 쉽다. 또한 선심 쓰듯, ‘그래 이번 한 번만 해주지 뭐’ 라는 ‘안일한 ‘ 생각으로 일을 받았다면 한 번은 두 번이 되고, 세 번이 되어 내 일이 되어버리는 기적(?)이 일어난다. ‘저번에도 해줬잖아, 이번에도 좀 해줘.’ ‘저번엔 해줬는데 왜 이번엔 못 한다는거야?’ 정말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반박하는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그대로 내 일이 된다. 그리고 부서의 업무가 된다. 과중된 업무를 맡게 되는 것이다. 이후 들어오는 후임자는 영문도 모른채 그 일을 떠맡게 되는 불상사가 생긴다.

 

이정도라면 왜 다들 그렇게 예민하게 반응하는지 알 것도 같다. '정확한 업무 분장과 책임소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가볍게 생각할 일이 아닌 것이다. 아무리 자신있는 일이라도 쉽게 맡겠다고 하기 어렵고 그렇게 하면 안 되기도 한 이유다.

 

그러나 업무의 중요성과 난이도를 쉽게 파악하지 못하는 신입으로서는 혼자 맡아서 해도 되는지 판단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만약 담당이 정해져 있지 않거나 애매하게 담당이 걸쳐있는 업무의 경우 누가 담당인지 확인을 해보지만 결국 내가 처리하는 경우 많았고 중간에 끼어 업무는 누구도 나서서 해결하지 않아 처리되지 않은 채로 시간만 흘러가 혼자 초조했던 적도 있다.

 

갈등 상황을 피하려고 하는 태도+혼자 맡아 처리해도 괜찮을 것이라는 섣부른 판단

이 두 가지의 콜라보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를 불러온 사건이 있었다. 부서원들에게 관련 내용을 공유하지 않은 채 혼자 조용히 몇 달간 해오고 있던 일이었다. 이 업무를 부서들끼리 어떻게 나누어 처리할 것인지 협의하게 된다면 갈등만 초래할 것 같다는 생각에 혼자 하는게 편하겠다는 판단에서였다. 혼자 감당하기엔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업무였음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늦은 후였다.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 하루, 단 하루 그 일을 챙기지 못했고 나는 바로 보고하지 않았다. 그 사안이 얼마나 중요한지 판단을 하지 못한 것이다. 문제가 생긴 후 며칠 뒤 차장님이 왜 이걸 내가 하고 있냐고 물어보셨고 나는 나름대로 자초지종 상황을 설명하며 그제서야 며칠 전 일어난 문제에 대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 문제는 차치하고 내가 할 일이 아닌데 하는 것은 아니라며 업무 분장을 다시 하게 되었다. 타 부서와도 관련이 있던 일이라 판은 더 커졌다. 그 회의에서 나는 다만 이게 무슨 일인지, 왜 내가 할 일이 아닌 타 부서가 해야하는 일인지를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업무를 받은 부서에서는 당황했다. 하필 문제가 터지고 난 직후에 업무를 받게 되었으니 당황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일어난 문제에 대한 책임은 내가 질 것임을 재차 말했음에도 책임 소재에 대한 부담을 계속 언급했다.

안 그래도 내가 신경을 쓰지 못한 탓에 문제가 생긴 것이라 속상한데 문제 있는 일을 떠넘긴다는 오해를 받으니 더 마음이 좋지 않았다. 선배님들은 지금이라도 바로 잡는 게 맞고, 오히려 내가 그런 일을 하는 줄도 모르고 신경 쓰지 못하고 있던 것이기 때문에 내 잘못이 아닌 선배들의 잘못이라고 하셨다. 하지만 알고 있다. 처음 그 업무를 내가 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상황을 보고하고 의견을 구했어야 했음을.



지금 내가 해야 할, 할 수 있는 업무의 난이도와 범위, 역할은 어디까지인가

사실 지금 내 업무의 양이나 수준이 무리가 되지 않다고 생각하며 해왔다. 주변에서는 일이 너무 많지 않냐는 걱정도 하시고 신경 쓸게 많을 텐데 잘하고 있다고 격려도 해주신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이 정도만 해도 괜찮은지,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확신이 서지 않을 때가 많다. 직급별, 연차별 적정한 역할이 있고 그 역할을 잘 수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텐데 1년 차 사원의 역할 범위는 어느 정도까지인지, 얼마큼의 역량을 기대하는지 아직 잘 모르겠다. 욕심 같아서는 루틴 하게 이루어지는 업무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면으로 역할을 수행하고 싶지만 그와 동시에 역량이 부족한데 무리하게 일을 추진하다가 오히려 문제만 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적극적으로 어떤 일을 해보겠다는 말을 용기있게 하지 못하겠다.

 

이번 일을 겪으며 선배로부터 들은 말이 있다. 내가 괜찮다고 해서 어떤 일이든 맡기 시작할 경우, 내가 그 일을 할 땐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내가 다른 부서로 이동하고 후임이 들어올 때 그 업무들을 다 떠맡게 될 것이고 감당이 되지 않을 경우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전까진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라 기억에 남는 말이다.

 

주어진 업무에 대한 책임감과 신중함은 필수

보통 자유를 얻으면 그에 따라 책임도 따라온다고 말하지만 회사에서는 일을 얻으면 그에 따른 책임도 져야 한다는 말이 더 알맞은 것 같다. 물론 일의 성과에 따라 인정을 받기도 하겠지만 책임소재가 나에게 있음을 망각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내 일을 맡아서 하는 이상 책임을 져야 함을 잊지 않으며 신중하고 꼼꼼하게 일을 해나가는 것이 중요함을 다시 한번 느꼈다.

 


작가명 : 도비로드

작가 소개 : 회사로부터 양말이 아닌 돈을 받고 있음에 감사하며 살아가는 도비입니다. 저마다의 길을 걸어가는 또다른 도비들이 공감하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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