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리의 직장생활 뒷담화] #11 존재감 없는 인간이라니요

# 존재감 없는 인간이라니요

 

나는 사내 메신저를 잘하지 않는다.

특별히 누군가에게 요청할 일이 있지 않고서는 사내 메신저로 회사 사람과 수다를 떨거나 농담을 하는 일이 드문편인데
그래도 유일하게 메신저를 하는 사람이 있다면 바로 브런치에 투대리 프로젝트를 함께 했던 김대리였다.

김대리는 나보다 입사는 1년 후배였지만 좁은 인간관계를 자랑하는 나와는 달리 비교적 사내에서 넓은 네트워크를 다져놓은 덕분에 사내정보력이 나보다는 한수위인 경우가 많은 편이다.

그래서 비교적 내가 듣게 되는 회사 내 이야기들은 김대리를 통해서 듣는 경우가 많은데 회사에 이런저런 상처를 입은 후부터는
우리는 둘 다 회사의 소문과 이야기들에 대해 더 이상의 관심을 가지지 않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대리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이런저런 얘기를 듣게 되는지 그 얘기들 중 일부를 가끔 메신저를 통해서 나에게 들려주곤 하는데
얼마 전 들려준 김대리의 얘기는 내게 조금은 충격적이었다.


"어제 @@과장이랑 점심을 먹게 되었는데 어쩌다 보니 이번 인사에 대한 얘기가 나오게 되더라."
 예고되었던 올초 승진인사가 그 어떤 예고도 없이 사라진 터라 그 이유에 대해서 사내에서는 말들이 많은 모양인가 본데
나 또한 승진대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보니 나에 대한 얘기도 나왔던 모양이었다.

"@@대리는 알다시피 인사권자한테 완전 찍혀서 물 건너간 거 같고 최대리는 모랄까 좋던 나쁘던 존재감이 없어서 그런것 같고.."

나름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나와 남자 동기, 그리고 확실한 이유도 없이 억울하게 배제되어버린 김대리에 대해서는 
그렇게 되어버린 사유들을 이래저래 사람들이 분석하고 말을 전하는 모양인데 참으로 우스운 게 나에 대해서는 그런 이유조차도 뭐라 얘기할 수 없는 모양이었나 보다.
그래서 결국 @@과장의 분석 결과 이유를 알 수 없는 나의 승진 누락은 존재감이 없어서란다.
나쁜 의미의 존재감이든 아니면 좋은 의미의 존재감이든 그런 존재감이 없는 애매한 직원이라서 올리기도 그대로 두기도 애매한 그런 처지가 되어버렸단다.
김대리가 전하는 얘기에 괜스레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존재감이라..
이제까지 11년가량 이곳에서 나름 열심히 일해왔다고 생각했던 내 자존심에 커다란 스크래치가 나가는 기분이었다.
그럼, 어떻게든 존재감을 만들기 위해 탁월한 능력을 발휘할 자신이 없으면 막 나가기라도 했어야 했단 말인 건가?!

그 얘기를 들은 후 내가 남편에게 어렵게 나의 계획에 대해서 얘기를 꺼낸 건 주말 오후 한 끼를 간단하게 때울 요량으로 들렀던 중식당에서였다.
주문한 짜장면과 볶음밥을 부지런히 아이와 자신의 입에 밀어 넣던 남편을 향해 나는 몇 번이나 젓가락으로 음식을 들춰내며 망설이다 어렵게 입을 열었다.

"나 공부를 시작해보고 싶은데.."

나의 얘기에 남편은 아무 얘기도 못 들은 사람처럼 그저 열심히 식사만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그런 남편의 무심한 태도가 서운한 생각에 볼멘소리를 시작했다.


"나는 진지한데 그렇게 성의 없이 반응할 거예요?!
사람이 힘든 것도 일이 힘든 것도 아닌데.. 자꾸 회사에 회의가 들어요.
솔직히 시작하려는 공부도 회사 다니면서 하기에는 쉬운 건 아닌데..
이러다가 돈만 쓰고 제대로 마무리도 못지을지도 모르겠는데.."
왠지 모르는 답답함에 제대로 말을 잇지도 못하는 나를 보고는 남편이 대답했다.


"하고 싶은 대로 해요.
제대로 마무리짓지 못한다고 해도 거기서 얻는 게 있을 거예요.
너무 스트레스받지 말고 하고 싶은 대로 해요.
난 괜찮아요."

남편은 나의 속마음을 이미 알고 있다는 듯 담담히 응원의 말을 건넸다.

그렇게 작년 연말을 기점으로 나는 새로운 공부를 시작했다.
비록 평일에는 회사에 주말에는 딸아이의 눈치를 살피며 해야 하는 공부지만 그래도 무언가 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나마 마음에 위안이 들었다.

"상 받으러 올라오는 계단이 겨우 다섯 계단인데 여기까지 오르기까지 13년이 걸렸어요."

작년 연말 연예대상에서 베스트 엔터테인먼트상을 수상한 장도연의 수상소감이었다.
그녀의 말이 가슴을 울렸던 건 그녀가 견뎌왔던 시간이  얼마나 힘들었을지를 알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방송에서 더 이상 불러주는 데가 없어서 힘들었어요.

그래서 그때마다 뭔가를 배우러 다녔고 이것저것을 배우다 보니 누군가 불러주길 기다리기보다는 내가 나설 수 있는 자리를 직접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팟캐스트로 라디오 방송을 시작했고 회사를 세워 여러 가지 프로그램들을 기획했죠."
프로그램 기획을 시작한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송은이의 답변이었다.

언젠가 나도 그녀들처럼 오랜 기간 동안 고민해온 어두운 터널을 지나 나만의 존재감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더 이상 회사에서 운운하는 최대리의 존재감이 아닌 진정으로 나만이 가질 수 있는 인간 최대리로서의 존재감을 가지고 싶다.

사진출처 : pixabay
 


작가 : 최대리

작가소개 : 회사에서는 건어물녀로 불리고 있는 과묵한 최대리입니다 글쓰기를 좋아하고 아이의 꿈이 아닌 나의 꿈에 집중하고 있는 이기적인 워킹맘입니다.

관련 링크 :
bruch- https://brunch.co.kr/@th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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