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젊은것들이 죄인은 아니건만-2-

'희망'이 없기에 '포기'한 것일 뿐.

 

우리 부모님께선 곧 국민연금을 타신다.

 

부모님은 일생 동안 고생하신 결과로 두 분이 각각 100만 원 정도의 연금을 받으시고(국민연금, 퇴직연금 등), 건물 하나가 있으시다 (촌 동네 작은 건물 하나는 우리가 생각하는 건물주 이미지와는 매우 다르다는 것을 미리 짚고 넘어간다). 연금 받는 시기에 임대료 수입이 계속 유지될 수 있다면 최고 120만 원 정도 벌이가 생기신다. 물론 이건 가장 좋은 상황을 가정한 것이며, 하루가 다르게 사람이 빠져나가는 촌동내인지라 공실이 있다고 가정하면 평균 80만 원 정도 수입이 있다고 본다. 두 분이 합산하면 약 280만 원 전/후의 수입이 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우리 부모님은 이런 노후에 나름 만족해하신다. 만족해하시는 이유는 오롯이 '자식들에게 손 벌리지 않아도 된다'는 이유이다. 즐기진 못하더라도 먹고 살 걱정은 없지 않겠냐는 것이다. 그 '즐기진 못하더라도 먹고 살 걱정은 없을 정도의 수준'이(부부합산 월 280만 원) 대체 어느 정도 수준일지 의문이 들었고, 주변 다수의 지인들께(친구, 어른 20여 명 정도) 문의를 해 본 결과 상위 약 30~35% 정도, 보통에서 조금 위에 분포하고 있는 정도가 되리라는 결론이 나왔다.

 

이 결과에 대해 좀 더 객관성을 가져보고자 자료를 찾아봤지만, 수입원이라는 것이 워낙 변수가 많은지라 정확히 알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찾는 중에 확인한 기사 한 편이 어느 정도는 위의 조사에 타당성을 실어줄 수 있다고 생각해서 아래에 내용을 기재해 본다.

국민연금연구원의 '중고령자의 경제생활 및 노후준비 실태'보고서를 보면, 2017년 기준으로 노후에 평범한 생활을 유지하려면 부부는 월 243.4만 원, 개인은 월 153.7만 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연구팀이 2017년 4월부터 9월까지 6개월에 걸쳐 중고령자의 노후준비 실태를 심층적으로 알아보기 위해 50세 이상 4천449가구를 대상을 재무와 여가, 대인관계, 건강 등 항목에 걸쳐 국민노후보장패널 7차 조사를 한 결과이다. (서울파이낸스 기사/2018년 12월 25일 발행)

 

이 기사의 내용을 기준으로 볼 때 우리 부모님의 수입은 노후에 평범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고, 기사에 기재된 내용이 '다수가 바라는 정도'라는 것을 가정하면, 상위 30~35프로가 어느 정도는 타당성이 있다고 본다. 우리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셨고, 근검절약해서 사셨으며, 빚을 내서 40대에 건물을 하나 가지셨고, 20년 동안 그 빚을 갚았지만 촌동네 작은 건물이라도 어찌 됐건 본인의 건물이 있으니 집테크는 나쁘지는 않게 하신 편이고, 이렇게 열심히 살아오신 결과 자식에게 손 벌리지 않고 먹고살 수 있을 정도의 노후를 맞이하셨다. 인생에서 집테크가 대박은 아닐지라도 이뤄는 놓으셨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기에 상위 30~35프로일 것이다. 만약 월세 비용이 없다면 그 정도는 되지 않을 것이다. 어찌 됐건 기성세대는 열심히 살면 노후에도 먹고살 수는 있고, 집테크를 한 번 이상 성공한다면 노후에 병원비 까지 해결할 수 있을 정도가 될 수 있다.

 

그럼 지금 우리 세대가 처해있는 상황을 한 번 보자. 현재 그리고 미래 세대가 부담해야 하는 세금이 더 많아지리란 것은 굳이 내가 얘기하지 않아도 누구나 알고 있다. 세금은 개인뿐만 아니라 물가에도 반영될 것이기에 기본적인 물가 상승률 이상으로 물가는 더 오를 거고, 집값 역시 더 오를 거고, 국민연금 납부 금액도 더 오를 거고, 내는 돈 대비 받는 돈은 줄어들 것이고, 사실 이 상태로 간다면 30년 뒤에는 국민연금을 받을 수나 있을지 모르겠고, 이런 상황에 변치 않는 것은 우리 귀여운 월급뿐이고... 뭐 그렇다. 물론 지금 내가 얘기한 것들은 틀린 것일 수도 있다. 물가가 그만큼 오르지 않을 수도 있고, 집 값이 그렇게 뛰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는 건 경기침체가 왔을 가능성이 높고, 그 상황이 된다면 집값이 문제가 아니고 당장 먹고 살 걱정을 해야 할 때일 것이다. 결론은 이러나저러나 살기가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이런 관점으로 봤을 때, 우리 세대는 일상에서의 소소한 선택의 폭은 넓어졌을지언정, 인생에 대한 선택폭은 더 좁아졌다. 여기서 인생에 대한 선택이란 결혼, 자기 집 마련, 출산 등을 말한다. 일상에서 맛난 음식을 먹거나, 다양한 오락 거리 등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은 넓어졌을 지라도, 인생에 대한 선택은 더 힘들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우리 세대의 절반은 자기 인생을 선택할 기회조차 없이 살아가고 있다. 정말이지 포기하지 말라고 하지 말았으면 한다. 포기라고 하는 것은 선택할 기회가 있는데 둘 중 하나를 버려야 하는 경우를 말한다. 현세대의 절반은 인생에 대한 선택을 포기하는 게 아니라 선택할 기회조차 없이 살아가고 있다.

 

연애나 결혼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언제부턴가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 되었다. 현실이 막막하기에 연애나 결혼까지 신경 쓰기엔 힘이 부치고, 이는 힘이 부치더라도 열심히 노력해야 성취할 수 있는 것이 되어가가고 있다. 그리고 어느 세인가 내 집 하나 가지고 애기를 낳아 기르는 것은 현실이 아니라 꿈이 되어 가고 있는 듯하다. 부부 맞벌이로 헐떡이며 벌어봤자 현실은 그대로기에 애는 애초에 가질 엄두가 나지 않거나, 한 명만 기르는 것도 굉장한 부담으로 느껴진다. 또, 애를 낳고 나중에 결혼이라도 시키려 하면? 집 한 채 장만해 주지는 못 하더라도 전세금 정도까지는 장만해 주는 것이 대한민국 부모의 미덕일진대, 20년~ 30년 뒤에 그게 가능할까? 피 터지게 살아오셨음에도 자식 집 하나 마련해 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하시는 부모님의 모습은 우리 세대 까지만 겪어도 족할 듯하다.

 

누군가는 뭐 이렇게 까지 염세적일 필요가 있냐고 할 수도 있겠다. 내가 쓰고 있는 이 내용이 주관적이라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난 이런 부분에 대해 예전부터 관심이 많았고, 여러 사람들과의 만남을 가질 때 이런 현실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으며, 나름 축척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금 세대가 직면해 있는 현실을 가감 없이 쓴 글이다. (그렇다. 이러나저러나 주관적이라는 얘기다. 그러니 믿든 말든 마음대로 하자). 만약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이 30대이며, 내 집을 가지는 게 충분히 실현 가능하고, 애 둘 이상을 낳아서 사는 게 충분히 가능하다면, 축하한다. 내가 생각하기에 당신은 최소 상위 30프로 이상이다.

 

젊은것들이 죄인은 아니건만(1)부터 두서없이 적어 놓은 글들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1. 우리는 부모님들이 살아오신 인생과, 현재 노후생활을 지켜봄으로써 우리 미래를 예상할 수 있다.

2. 부모님 세대는 근검절약하고 열심히 살면 노후에 먹고살 수는 있고, 집테크를 한 번 이상 성공하면 자식에게 손 벌리지 않고 먹고살 수 있을 정도는 된다.

3. 우리 세대는 열심히 노력해도 부모님 세대만큼의 삶이 보장되리라는 희망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론은, 우리 세대는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기에 '체념'을 자연스럽게 학습하며, 미래의 많은 것을 '체념'했기에 현실에서 '굳이' 노력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이런 우리 세대를 조금이라도 공감할 수 있다면 '일도 안 하려고 하지, 애도 안 낳으려고 하지, 뭘 하는지 모르겠다.'는 말은 함부로 하지 않았으면 한다. 왜냐하면 '일 열심히 해도 나아질 것은 없고, 애는 낳을 엄두가 안나며, 아무것도 안 하겠다는 것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 뿐'이니까.

 

<작가소개>
직장에서는 열일하고 퇴근 후에는 꿍꿍이(꿈)를 고민하는 직장인. 30대에 카페운영, 출간작가, 금융 (준)전문가가 되고픈 꿈이 있어요. 그 꿍꿍이를 그려가는 자취를 글로 씁니다.

작가 브런치 : https://brunch.co.kr/@kwj3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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