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휴가가 가고 싶어요.

오늘도 하루종일 쭈구리고 있었더니 온몸이 너무 아프다. 
이 근처에 우리 회사 사람은 없겠지?
에라 모르겠다.술도 한잔 했겠다 얘기나 좀 해야겠다.

 

 “돈이 모이기만 하면 외국에 다녀오겠다!” 라거나, “이번에야 말로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고 말겠다!” 등의 격렬한 생각과는 거리가 먼- 평화로운 삶을 사는 내게, 휴가는 너무나 난관이다. 그냥 쉬면 되는 거지 뭐가 어렵냐고? 이봐, 나도 1년에 한번 있는 휴간데 뭔가 제대로 놀아야 될거 아녀.
 

 직장인들에게 휴가는, 1년에 한번 찾아오는 매우 중요한 이벤트다. 연초에 휴가 계획 및 비행기표 예매까지 끝내놓고 “부디 내 예상 휴가일에 아무 일도 없게 해주세요!” 라고 비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적당히 가면 미리 예매 안해도 되겠지 뭐~”하고 여유롭게 있다가 떠나는 사람도 있고, 개인 성향에 따라 휴가를 맞이하는 자세는 천차만별이지만 그들에게도 휴가는 매우, 몹시, 정말로 중요한 이벤트다.
 

ⓒ 휴가계획.. 정말 쉽지 않다…
 
 
 그런데 이 중요한 이벤트의 일정을 정하기가 정말 어렵다. 무엇보다 신입 쭈구리들에게는 매월 휴가를 (마음 편히) 갈 수 없는 이유들이 있기 때문에, 휴가 일정을 정하는 것은 계획성 뿐만 아니라 용기 한스푼도 꼭 필요하다.
 
 이쯤 되면 위에서 말한 ‘휴가를 갈 수 없는 이유’가 뭔지 슬슬 궁금해 질 것이다. 궁금하지 않더라도 궁금해 해야한다. 그래야 얘기가 진행이…. 휴가를 편히 가지 못하는 이유… 대충 이런 것들이 있겠다.

1월 ~ 2월
: 새로 개편된 조직에 적응 및 새로운 업무를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때 휴가를 다녀오면, 남은 1년동안 꿈도 희망도 없다….

3월 ~ 4월
: 아직까지 서로 서먹한 사람들을 친하게 만들기 위한(정말?) 워크샵 시기. 높으신 분의 귀에는 당신의 “휴가 기간이라 워크샵에 못갈 것 같습니다.”는 말이 “나는 당신들과 친해지고 싶지 않습니다.”처럼 들릴지도 모르는 일이다.
 
5월 ~ 6월
: 적응에 친화까지 끝냈으니 이제 한창 일할 시기! 이때는 휴가는 커녕 예비군만 가도 눈치가 엄청나게 보인다. 무엇보다 휴가를 쓰기에는 올해가 아직도 많이 남았다…
 
7월 ~ 8월
: 본격적인 휴가철! 그러나 쭈구리들을 위한 시기라 보기는 어렵다. 내가 휴가를 가면 내 업무를 누군가 챙겨줘야 하는데, 그것은 높은 확률로 팀내 선배 사원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의 방학이 이맘때’인 그들의 휴가는 자연스레 이 시기로 한정된다. 그렇게 되면 그들의 업무를 대신 봐줘야 하고, 내 피서지는 자연스레 시원한 사무실 책상 앞이 되고 만다.
 
9월 ~ 10월
: 휴가지에서 Refresh를 하고 돌아온 높으신 분들은 진작에 돌입한 하반기를 힘내서 잘 보내자며 업무에 바짝 고삐를 죈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연말 성과 결산을 할 때 포함되는 기간이 10월까지기 때문에 막판 퐈이야! 를 하는 거라고 하더라…
 
11월 ~ 12월
: 하얗게 불사르고 나니 이제 정산만이 남았다. 지난 한해의 성과 확인, 새로운 조직으로의 개편 등 연말에 벌어지는 일들은 임팩트가 워낙 강해서 감히 자리를 비울 생각을 하기가 어렵다. 이런 시기에 휴가를 간다고? 오오오… 책상 없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 안선생님… 휴가.. .휴가가 가고 싶어요.
 
 
 이처럼 직장인들, 특히 신입 쭈구리들은 매달 휴가를 갈 수 없는 이유가 있다. 물론 타이밍이 잘 맞거나 용기가 있거나 (사실 내가 용기가 없음) 하면 얼마든지 원하는 시기에 휴가를 갈 수 있지만, 내게는 아직 쉽지 않다.
 
 나는 아직 휴가를 가지 못했고… 이제 올해는 얼마 남지 않았다.
 
 언제 가지…
 
사실 다른 동기들 얘기 들어보면 자기가 원할 때 잘만 가던데, 제가 괜히 과하게 오버하는 겁니다. 언제 갈지 어디로 갈지 아직도 못정했거든요. 와… 정말 휴가 어디로 가지? 좋은곳 추첨좀 해주세요..




쭈구리   
오늘도 하루종일 쭈구리고 있었더니 온몸이 너무 아프다. 이 근처에 우리 회사 사람은 없겠지? 에라, 모르겠다.술도 한잔 했겠다 얘기나 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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