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Officially Vacation

오늘도 하루종일 쭈구리고 있었더니 온몸이 너무 아프다.  
이 근처에 우리 회사 사람은 없겠지?
에라 모르겠다.술도 한잔 했겠다 얘기나 좀 해야겠다.
 
 
 - 구웃~ 모오~ 닝~ 굿모닝 굿모닝 굿굿굿굿 모닝 굿모닝 굿모닝~
 - 빠빰 빠빰 빠빰 빠빰 굿 모닝 굿모닝 굿 모닝 빠빠빰 빠 빠빠빰~

 
 아침의 평온을 찢어발기는 알람 소리에 겨우 눈을 뜬다. 멜로디가 단조롭다 못해 짜증까지 나는걸 보니 알람 노래를 바꿀 때가 된 것 같다. 딱 5분만 더 자고 일어나면 좋겠는데... 그럼 못일어 나겠지. 깊은 한숨을 내쉬고 냉장고를 향해 휘적휘적 걸어간다. 냉장고 문을 열고 밤새 아이시 아이시 해진 물을 꺼내 물통째 마신다. 시원한 물이 충치를 건드린 걸까?  '찌잉-' 하는 매서운 시림과 함께 눈이 반쯤 떠진다. 
 

ⓒ 거짓말.. 일어나기 싫어 죽을 것 같은데…
 
 
 「가려면... 씻어야지...」 
 
 잠꾸러기 없는 좋은 나라에 산다는 새나라의 어린이들은 아침에 일어나면 "안녕하세요" 뒤에 느낌표가 붙을 만큼 기운차던데, 더이상 어린이가 아니기 때문일까- 느낌표를 붙일 힘 따위는 없다. 그저 '가야 한다. 그러려면 씻어야 한다.'는 명령어가 입력된 기계나 컴퓨터처럼 자연스레 화장실로 향할 뿐이다. 회사든 뭐든 앞으로 30년은 더 일해야 할텐데 1년도 안되서 벌써 이러면 어떻게 하지?
 
 
 - 쑤오우오아와우와어푸파푸샴푸샴푸린스헹궈
 
 음, 역시 정신을 차리려면 찬물로 씻는게 최고란 말이야. 
 찬물로 씻고 나니 밤새 집 나갔던 정신이 어느정도 돌아오는 기분이다. 아직 물기 가득한 머리를 툭툭 털며 시간을 확인한다. 6시 40분. 얼른 머리를 말리고 옷 입고 나가면 될만한 시간이다. 다행히 2번째 아니면 3번째 알람에서 잠을 깼나보다.
 
 
 우리 회사의 공식 출근 복장은 '비지니스 캐주얼'이다. 정장과 캐주얼 사이의, 업무를 보는데 불편하지 않으면서도 타인에게 불쾌감을 줄 정도로 편하지는 않은, 알듯 모를듯 한 옷차림. 오늘도 고민하지 않고 옷장에 있는 면바지와 셔츠 하나를 주워입는다. 뭐 좋은데 간다고 서두르나- 싶어 설렁 설렁 옷을 입으면서도 곁눈질로 시간은 계속 확인한다. 게으름도 좋지만 지각을 하면 안되니까. 7시 10분. 훌륭한 시간이다. 출근하기는 싫지만, 그래도 출근하기엔 좋은 시간이다. 아마 오늘도 집을 나서자 마자 집에 가고 싶겠지.
 

ⓒ 저는 오늘’부터’ 말고 오늘’도’ 출근…
 
 
 
 시계에서 거울로 시선을 옮기던 찰나, 시계 옆에 놓여져 있는 달력에 눈이 간다. 어디보자... 오늘이 몇일이더라?
 
 「아... 놔...」 
 
 스스로의 영특함에 한숨이 절로 나온다. 맙소사, 오늘이 무슨 날인지 까먹다니. 
 달력의 오늘 날짜에 적어둔 일정을 다시한번 읽어본다. 나는 오늘 출근하지 않는다. 그것도 공식적으로. 
 오늘은 예비군 훈련을 가는 날이다.
 
 
 「안녕하세요 팀장님, B 입니다. 지난주 말씀드린 것과 같이 오늘부터 3일간 예비군 훈련을 다녀오겠습니다. 건강히 다녀온 후 뵙겠습니다. 좋은하루 되세요. 감사합니다^^」
 
 적당히 평소 출근시간에 맞춰 예약 문자를 설정해 놓고, 옷을 갈아입는다. 군복으로 갈아입는 손놀림이 나 스스로도 놀랄 만큼 가볍다. 군대 있을때는 쳐다보기도 싫었던 옷인데 오늘은 왜이렇게 반가울까? 그 무거운 군화 조차도 얼른 신고 싶어 조바심이 난다. 군복 입고 군화좀 신으면 어때, 3일 동안이나 출근을 안해도 되는데!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집에 가고 싶은 직장인이 가장 행복한 날은 역시 출근하지 않는 날이다. 그 중에서도 나의 연차를 쓰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공적으로 쉴 수 있는 '공가'는 더할나위 없이 행복하다. 연차는 내가 하고싶은 일을 하면 되고, 공가는 뭔가를 해야 한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이런 경우에라면 나는 연차보다 공가가 좋다. 조금 멀리 가고... 총도 좀 쏘고.. 화생방을 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출근보다는 좋다.

 

ⓒ 그래! 출근할 바에야 훈련을 가자!
 

 1년만에 군복을 꺼내 입고 밖으로 나오니 날씨도 흐릿하니 기분이 더 좋아진다. 흐린날 기분이 좋을 수 있는건 훈련받으러 가는 날밖에 없을거야. 아, 오늘부터 3일간은 다 잊고 좀 쉬어야겠다. 흐흐흐흐. 기분 좋은 날이다.
 
이제 간다는건… 아닙니다. 벌써 다녀왔어요. 어휴, 시간 참 빠르네요.




쭈구리   
오늘도 하루종일 쭈구리고 있었더니 온몸이 너무 아프다. 이 근처에 우리 회사 사람은 없겠지? 에라, 모르겠다.술도 한잔 했겠다 얘기나 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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