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선배, 선배!

오늘 하루도 쭈구리고 있었더니 온몸이 너무 아프다.
이 근처에 우리 회사 사람은 없겠지?
에라 모르겠다. 술도 한잔 했겠다, 얘기나 좀 해야겠다.

 

『선배』
 같은 분야에서 지위나 나이, 학예(學藝) 따위가 자기보다 많거나 앞선 사람. 비슷한 단어로는 상급생이 있으며 반대말은 후배. 일본어로는 센파이 또는 센빠이(せんぱい). 많이 들어봤을거다.
 
 한동안 선배의 로망이었던 ‘치아키 센빠이’ 부터 새로운 대세가 될 ‘유진 오라방’, 여대생의 로망이라는 ‘유정 선배’까지, ‘선배’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대체로 비슷하다. 뭔가 잘 + 많이 알고, 내게 친절하게 알려주고, 도움이 필요할 때 의지할 수 있는 사람. 건축학개론에 나왔던 그 선배와, 당신이 게임속에서 만나는 그 센빠이들은 당연히 제외된다. 그리고 이런 선배들은, 회사에도 있다.
 

 

ⓒ 요즘 선배는 역시 이분이 대세…
 

 회사생활을 하면서 종종 회사의 교육을 담당하는 부서(인재개발팀, 교육팀, 인사지원팀… 뭐 이름은 회사마다 다르다.)에서 주관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될 때가 있다. 그 중에서도 이제 막 회사 생활을 시작한 인턴/신입사원들을 위한 프로그램의 구성을 보면, 그들의 회사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한 꼭지가 하나씩은 들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선배와의 대화다.
 

 

ⓒ 물론 회사에서 이렇게 참가자를 모집하진 않는다.
 

 신입사원 교육 당시, 우리는 직군이 같은 동기들끼리 모여 선배 사원과 만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일단 신입사원이라고 입사를 하긴 했는데 회사에 대해 아는 것은 면접준비하며 알게 된 인터넷에 나와있는 정도 뿐인 우리들에게 선배와의 대화는 굉장히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기억된다. 「제 전공은 xx인데 저는 어디서 일하게 될까요?」, 「인턴생활을 해 보니까 xx팀이 분위기가 좋아 보이던데 신입사원을 유혹하기 위한 연기인가요 정말 그런가요?」, 「업무 강도는 어떠신가요? 퇴근은 자유롭게 하시나요?」
 

 

ⓒ 알려주세요 슨배님 이제 제 인생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지금 생각하면 그 선배가 회사에 있는 그 많은 팀의 분위기를 알 수도 없고, 몇몇 질문들은 동일 직군의 선배가 아니라 인사팀에 물어보거나 물어보지 않는 것만 못한 질문이었음에도, 그 당시에는 내가 궁금한 것을 물어보고 그게 진짜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그렇겠거니 하고 믿을수 밖에 없는 답을 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만으로 너무나 큰 힘이 되었던 것 같다. 아, 회사는 대충 이런 분위기겠구나. 나는 대충 이런 일을 하게 되겠구나. 정확한 정보가 아니라도 아예 아무것도 모르는 것 보다는 훨씬 좋으니까.
 
 
 오늘은 퇴근시간에 신입사원 교육 당시에 만났던 선배와 마주치게 되었다. 「잘 하고 있지?」라고 말하며 내 어깨를 툭툭 두드려주고, 씨익- 웃으며 퇴근하는 선배의 뒷모습을 보자 선배가 우리에게 그때 해 줬던 이야기가 문득 떠올랐다.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해야 할 때도 있고, 심지어 그 업무가 너무 많을 때도 있을 거야. 운동도 해야겠고 친구도 만나고 싶고 연애도 하고 싶겠지. 그때 여러분들은 아마 이렇게 생각할거야. ‘할건 많은데 도무지 시간이 나질 않는다’ 고. 그런데 지금까지 회사생활을 해 보니, 그렇게 하고 싶고 해야 하는 것들을 잘 할 수 있도록 자기관리를 하는게 실력이더라. 이제 입사는 결정 된거니까 마음 졸이지 말고, 잘 했으면 좋겠다.」
 
 음. 나도 내가 잘 했으면 좋겠다. 잘 하고 있는 중이면 더 좋겠다. 그런 생각이 드는 퇴근길이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를 한 것일수도 있고 단순히 정신론을 강조했을 뿐일수도 있습니다만, 그 선배의 말은 제게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물론, 본인은 기억 못하시겠지만요. 저도 누군가에게 그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쭈구리   
오늘도 하루종일 쭈구리고 있었더니 온몸이 너무 아프다. 이 근처에 우리 회사 사람은 없겠지? 에라, 모르겠다.술도 한잔 했겠다 얘기나 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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