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Show me the money


 (이미 새해가 되었지만) 연말이면 회사는 온갖 소식들로 뒤숭숭하다. 어느 본부가 성과가 좋다더라, 누가 인사평가를 S를 받았다더라, 누가 특별 인센티브를 받았다더라, 누가 팀장이 된다더라, 누가 이번에 어느 팀으로 간다더라… 아직 일개 사원일 뿐인 내게는 그리 중요치 않은 내용이다 보니(내가 S를 받겠나 인센티브를 받겠나, 아니면 팀장이 되겠나.) 별로 관심을 두지 않게 되는데, 딱 한가지 소문만은 매우 주의깊게 귀를 기울이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올해의 성과금 지급 여부’ 다.
 
 

ⓒ 금액이고 자시고 나오기만 한다면야…
 
 
 직장인이 받는 13번째 월급! 이라고 하면 보통 연말정산을 떠올리지만, 사실 진짜 13번째 월급은 성과급이 아닌가 싶다. 연말정산은 오히려 돈을 뱉어낼 수도 있잖아??  새해가 된지 어느정도 시간이 흘렀음에도 아직 “성과급을 준다!”는 얘기는 없고 “줄지도 모른대…”만 들리는 걸로 봐서는 왠지 올해 우리 회사엔 별도의 성과급이 없을 것 같아 매우 아쉽지만, 어떤 회사에서는 분명 직원들에게 13번째 월급을 주었을 게다. 아이고 부러워라.
 

 

ⓒ 와… 개부럽…
 
 
 “성과급 없대요? 왜 이렇게 잠잠해요? 라고 슬쩍 물어보면 들려오는 대답은 “회사 사정이 어렵다더라.”는 것이 보통이다. 심성이 곱지 못하기 때문인지 모르지만 이런 말을 들을 때면 “우리 회사 정말 어려워요?” 라고 물어보고 싶다. 그 ‘어렵다’는 기준은 뭘까? 나름 대기업이다 보니 우리 회사와 관련된 기사들이 뉴스에 종종 나오는데, 거기서 보면 우리 회사는 나름 잘 나가고 있는 것 같은데 말이다. 고객도 늘었다고 하고 수익도 늘었다고 하고, 시장 점유율도 뭐 조금이지만 늘었단다. 댓글에는 온통 “니들 배때지 불리느라 국민들을 호갱을 만드는구나! 이놈들!” 과 같은 글이 줄줄이 달린다.
 
 그런데 매 분기, 그리고 연말에 진행되는 회사 내부의 성과 공유회를 들어보면 얘기가 또 다르다. “(뉴스에서 말한대로) 고객도, 수익도, 점유율도 늘었지만 조금.. 이고 우리 목표에는 아직 한참 모자라다. 전례 없는 사상 초유의 시장 위기로 인해 전망은 더욱 안좋다. 그래서 우린 더 열심히 일해야 하고 어쩌고 저쩌고…” 뭐 이런말을 들으면, 우리 회사 사정이 정말 어려운 것 같기도 하다.
  
 

ⓒ 대체 누구 말이 맞는거야…
 
 
 얼마 전 회사 익명 게시판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작년에 세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서 올해 성과급이 나오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세우고 있는 올해의 목표는 시장 환경같은걸 고려했을 때 달성 가능한, 합리적인 목표인가요? 우리는 목표를 달성할 일이 절대로 없겠군요. 성과급은 영원히 안녕인가봐요.”
 
 그 글의 베스트 댓글은 이랬다.
 
 “뭐 그런걸 가지고 그러세요. 우리 회사 CEO는 경쟁사 CEO들 대비해서 연봉을 압도적으로 많이 받는다는데, 우리 임직원 평균 연봉은 경쟁사 대비 압도적으로 적게 받는걸요^^”
 
 
 
 이쯤 되면 시장 환경 등등의 이유로 정말 우리 회사가 어려운 건지, 경쟁사는 어렵지 않고 목표를 항상 잘 달성 하는지. 우리가 열심히 일하면 회사 사정이 나아지는데 도움이 되기는 하는건지, 설마 이게 야근을 합리화시키기 위한 밑작업은 아닌지… 혼란스러워 지기 마련이다. 술자리에서도 아마 1월 말까지는 꾸준히 이 주제의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그 많은 소문들 중에서 내가 관심을 갖는 이 소문 하나 만이라도 내 마음대로 되면 얼마나 좋을까. 머리속은 온통 Show me the money 로 가득하다.
 
 

ⓒ 배틀넷과 현실에선 통하지 않습니다.
 
  
 
 Show me the money. 는 제가 가장 빠른 속도로 타이핑 할 수 있는 영어 문장입니다. Black sheep wall 이나 Power overwhelming 같은건 버벅거려서 못써먹어요.



쭈구리   
오늘도 하루종일 쭈구리고 있었더니 온몸이 너무 아프다. 이 근처에 우리 회사 사람은 없겠지? 에라, 모르겠다. 술도 한잔 했겠다 얘기나 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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