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힘내요 열정 가이

오늘 하루도 쭈구리고 있었더니 온몸이 너무 아프다.
이 근처에 우리 회사 사람은 없겠지?
에라 모르겠다. 술도 한잔 했겠다, 얘기나 좀 해야겠다.




  요즘 들어 부쩍 업무량이 많아졌다.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이 12시간을 가뿐하게 넘어가게 되었고, To-Do List는 적어 놓은 일을 아무리 지워도 끊임 없이 새로운 일들이 적혀있는 기적을 행하고 있다. “왜 밥도 안먹고 일하냐 바보같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밥먹는 시간만큼이라도 일찍 끝내고 집에 가고 싶은 마음에 저녁을 먹지 않는 것이 예삿일이 되었으며, 이 모든 초과근무를 어떠한 보수도 없이 꾸준히, 지속적으로 하게 되었다.


 
 
ⓒ 거 참 야근하기 좋은 날씨네!

 
  내가 잡은 약속도(심지어 점심 약속조차도!) 가지 못하는 경우가 자연스러워 졌고, 그러다 보니 주위에서 나를 부르는 사람들의 수도 점점 줄어간다. 만나는 사람의 수가 줄어드는 것과 반비례하게 마음속의 공허함은 커져가고, 퇴근 후에 홀로 맥주 한캔 사들고 집으로 가 마시고 잠드는 것이 일상의 낙이 되었다. 팀장의 허락을 사전과 사후 모두 득해야 하는 참으로 부담스러운 초과근무 신청 프로세스를 만들어 놓은 회사에 대해 어이없어 하고(긴급하게 생긴 일로 야근을 하는 경우는 고려조차 되지 않았다.), (소문으로 들은 내용이지만) 그런 초과근무 승인여부가 팀장 자신의 고과에 반영되게 만들어 놓은(팀원이 야근이 많음 
당신은 팀원 관리를 제대로 못하고 야근이나 시키는 무능력한 팀장?!) 영리함에는 감탄사를 내뱉는다.

 
 
ⓒ 대체 누가 생각해 낸건지 정말….

 
 그렇게 아무런 보수도 혜택도 이득도 없이 초과근무를 하는 것을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듯한 높으신 분들의 표정을 보면 일하기는 점점 싫고, 지치고, 짜증나기 마련이다. 좋아하는 일도 일정 시간이 넘어가면 귀찮아지기 마련인데, 이렇게 심리적으로 바닥을 기고 있을 때의 업무 퀄리티는 어떨까?! 자연스레 대충대충, 에라 모르겠다 상태가 되고 만다. 푸른 꿩의 신념인 ‘한껏 해이해진 정의 ‘처럼, 한껏 해이하진 정신상태로 업무 내용을 확인하고 윗선으로 해당 내용들을 토스하게 된다. “이상의 내용을 공유드리오니 확인 부탁드립니다.”


 
 
ⓒ 네, 제 얘깁니다.


 그런데, 내가 ‘확인을 부탁드리는’ 분은 보통 과장, 차장 직급의 선배들이다. (잘은 모르지만) 이들은 보통 업무량이 나보다 많거나, 팀장의 지시를 다이렉트로 받아서 심신이 지쳐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 와중에 “확인 부탁드립니다.” 라니? 결국 그들도 대충 보고 팀장이나 다른 결제권자에게 공을 넘기기 마련이다. “지금까지의 버전입니다. 확인 부탁드립니다.” 하고.

 이렇게 흘러 흘러 가다보면, 이 업무는 어느 순간 벽을 만나고 만다. “이거 제대로 된거야? 다시 확인해봐.” 일을 열심히 해서 확인해 보라고 한 것이 아니라 자기가 보다가 이해가 안되는게 있으니 던진 질문에, 열심히 안봤으니 대답을 할 수 있을 리 없고, “확인해 보겠습니다”와 “확인해봐” 의 연속이 되는 거지…


 
 
ⓒ 저도 잘 모르지만요.

 
 처음부터 열심히, 모든 것을 놓치지 않고 하나하나 확인했다면 내가 던진 일이 내게 다시 돌아오는 일은 없었을까? 출근하는 그 순간부터 심신이 지쳐 있는 직장인들 중에 그렇게 열심히 할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있을까? 출근길이면 항상 “오늘은 더 열심히 해야지!”라고 다짐하지만, 실천하기는 정말 쉽지 않다.


  일이 몰려서였을까요, 하기 싫어서였을까요. 지난주엔 아파서 피같은 연차를 하나 써버리고 말았습니다. 놀러갈 연차도 없는데 아파서 연차라니. 그저 눈물만 흐릅니다 주룩주룩.


쭈구리   
오늘도 하루종일 쭈구리고 있었더니 온몸이 너무 아프다. 이 근처에 우리 회사 사람은 없겠지? 에라, 모르겠다. 술도 한잔 했겠다 얘기나 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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