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즐겁지 아니한가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人不知而不慍 不亦君子乎" 
(학이시습지 불역열호 유붕자원방래 불역락호 인부지이불온 불역군자호)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기쁘지 아니한가. 멀리서 벗이 찾아오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않는다면 또한 군자가 아니겠는가. 


 공자님의 말씀처럼 마음먹고, 행동하고, 산다면 이 세상은 참으로 아름다울 것이다. 군자들로 가득한 세상, 그것이야 말로 유토피아며 신세계며 천국이며 극락이겠지. 하지만 아쉽게도 나는 군자에 한없이 부족한 사람이라, 공자님의 말씀을 지키면서 살기를 꽤나 어려워 하고 있다. 배우고 때때로 익히는 것도 귀찮고,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으면 서운하기도 하다.

 그나마 친구가 멀리서 찾아오면 즐거우니까 마냥 무뢰배는 아니겠거니- 하며 위안 삼을 뿐이다. 어쩌면 조금은 군자에 가깝게 살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딱 하나, 그 멀리서 온 친구가 '배 아플' 소식을 들고 오지 않는다면.
 

 

ⓒ 말좀 들어라 임마
 
 
 지금까지 살아오며 만난 친구들을 생각해보자. 어따 많다. 코찔찔이 어린이 시절부터 지금까지 만나온 친구들 중에는 분명 반짝반짝 빛나던 사람들도 있고, 아직은 빛나지 않던 사람들도 있다. 그 반짝이는 사람이 나였는데 지금은 회색 돌덩이가 되어 버렸을 수도 있고, 미운 오리 새끼였던 내가 지금은 백조가 되어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독차지 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 사람이 반짝이는 것이 내 예상과 딱 맞을 때도 있고, 전혀 예상치 못한 사람이 반짝일 수도 있고, 그냥 얼굴만 아는 사이 정도였는데 굉장히 반짝이는 스타가 되어 내 눈앞에 나타날 수도 있고. 세상일은 도무지 알 수 없고 안다고 해서 내가 어떻게 할 수도 없는 것들로 가득하기 때문에 보통 이런 일에는 마음을 비우고 그 사람의 반짝임을 감상하게 된다.
 
 

ⓒ 이 후광공자는 직장인으로 환생하게 되는데…
 
 
 그런데 그 반짝이는 사람이 나와 '친구' 라거나, '동기' 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그 사람이 빛나는 이유가 일을 잘해서인지 something else가 있어서 그런 것 인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사람' 이라면 "이런 모습도 있는 사람이었구나." 하고 말겠지만, 친구나 동기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그가 부럽고, 대단해 보이고, 질투도 조금 나게 된다. 이건 딱히 내가 군자가 되지 못해서라기 보다 얼추 비슷비슷들 할 것 같다. 나만 그러면 내가 너무 쪼잔해 보이니까.
 

 어느 날 회사 내부에서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강연에, 입사 동기 한 명이 특별 사내 강사로 초빙되어 강의를 한다는 포스터가 회사 곳곳에 붙었다. 나는 스스로를 아직 너무나도 모자란, 멍청이중의 멍청이고 쭈구리중의 쭈구리라고 생각했고 그건 동기들도 어느 정도 비슷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포스터 속에서 웃고 있는 그녀의 얼굴은 너무나 자신만만해 보였고 당당해 보였다.
 
 "나 먼저 간다." 라는 느낌 이랄까. 그녀의 사진을 보고 있자니, 얼마 전 회사에서 진행한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높은 순위로 입상해 자신의 아이디어를 구체화 시키는 TF의 TF장을 맡게 되었다던 다른 동기의 얼굴과 겹쳐 보였다. 그들은 너무나도 겸손했고 쑥쓰러워 했고 운이 좋았다고 했지만, 부러움과 시기심이 자리잡은 내게는 그들이 "나 먼저 간다." 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 그들은 너무나 반짝였습니다. 사랑이 누나처럼요.
 
 
 다행인지 불행인지, 오늘 외근 일정이 계획되어 있어 그녀의 강의를 직접 듣지는 못하게 되었다. 강연을 듣는 것이 좋았을까, 안듣는 것이 좋은걸까. 스스로를 초라하다고 느끼는 계기가 될까, 나 역시 빛나고 싶다는 원동력이 될까. 대답을 찾을 수 없는 고민 한가지가 더 늘어 버렸다.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분명히 축하 응원 격려를 동시에 해줘야 할 일인데 내 맘은 왜 무거울까. 어째서 나는, 즐겁지 아니한가.
 
 
 일이 몰려서였을까요, 하기 싫어서였을까요. 지난주엔 아파서 피같은 연차를 하나 써버리고 말았습니다. 놀러갈 연차도 없는데 아파서 연차라니. 그저 눈물만 흐릅니다 주룩주룩.




쭈구리   
오늘도 하루종일 쭈구리고 있었더니 온몸이 너무 아프다. 이 근처에 우리 회사 사람은 없겠지? 에라, 모르겠다. 술도 한잔 했겠다 얘기나 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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