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누워서 침뱉기

오늘 하루도 쭈구리고 있었더니 온몸이 너무 아프다.
이 근처에 우리 회사 사람은 없겠지?
에라 모르겠다. 술도 한잔 했겠다, 얘기나 좀 해야겠다.




  언제부터인가 ‘불평대장’이라고 이름 붙인 동기에게 미안할 정도로 불평이 크게 늘었다. ‘언제부터인가’ 라고 전제를 달았지만 실제로는 언제부터인지, 무엇 때문인지 이유도 다 알고 있다.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카운터 파트 때문이다. 이해할 수 없고 화가 나고 회의만 하고 오면 답답한 이유를 말하자면 내게 할당 받은 이 공간이 한없이 모자라기 때문에 페르마도 아니고 다 이야기 할 수는 없지만, 나와 우리 팀 차장님은 그 카운터 파트와의 회의만 다녀오면 온몸의 기가 빨린 기분을 느끼곤 한다.


 
 
ⓒ 지금 생각해도 화가 난다 이 시래기들아!!


 그렇게 이런저런 이유로 불평이 머릿속에서 필터링 될 겨를도 없이 툭툭 튀어나오는 요즘 나의 상태는 상당히 위태로운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빈정거리고 비아냥대는 스스로를 발견할 때면 움찔움찔 하게 된다. 이렇게 가슴 속에선 불이 나고 너무나 위태로운 시기, 그 중에서도 어제 일이었다.

  점심시간. 식당에서 다 함께 식사 중이던 우리 팀의 테이블 쪽으로 누군가 다가왔다. 눈 앞의 고기반찬에 정신이 팔려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는데, 바로 우리 카운터 파트의 그 차장님이었다. 그날도 오전 내내 지겹도록 소모적인 회의를 하다가 밥을 먹으러 왔기에 그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은 곱지 못했는데, 하필이면 그 차장님은 우리 차장님에게 “원수는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다더니!” 라는 굉장히 받아들이기 힘든 농담을 던지고 사라졌다. ‘한번만 더 생각하고 말하라.’는 옛 성인의 가르침 따위는 날려버린 나는, 무의식중에 ‘으으으… .나의 원수…’ 라고 내뱉고 말았다.


 
 
ⓒ 어머 말실수

 
 내가 내뱉은 말을 들었던 것일까? 우리 팀의 부장님이 다른 차장님에게 말을 건넸다.

“쟤 신입일 때는 똘똘한 것 같더니 왜 저렇게 됐냐. 혹시 아냐?”
“저도 잘 모르죠 뭐. 그런데 일로는 엮이지 말아야겠네요.”
“왜? B 당하는거 보니까 너도 열받을 것 같아?”
“아뇨 뭐 그렇다기보다, 저도 술 마시고 싶을 때 같이 마실 동기 하나는 있어야죠.”

  이건 이미 그 순간 나의 말실수를 들었다, 듣지 않았다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 동안 카운터 파트와 회의를 하고 팀으로 돌아와 자랑스럽게 투덜거리고 흉보던 내 얘기들이, 차장님의 동기를 욕하고 흉봤던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짓이란 말인가. 나에게도 내 동기가 너무 소중하고 그냥 있기만 해도 고맙듯, 차장님에게도 그 동기가 그랬을 텐데. 새파랗게 어린 놈이 자기 동기를 흉보는 모습이 얼마나 건방지고 밉게 보였을까. 이런 생각에 식사 시간 동안 도저히 고개를 들고 있을 수가 없었다.


 
 
ⓒ 쭈구리 주제에 건방지다

 
  ‘세상 참 좁다.’라던가, ‘착하게 살아야 되겠더라.’ 라던가, ‘누워서 침뱉기.’ 같은 옛말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나는 왜 잊었을까. 100%는 안되겠지만… 앞으로는 투덜거림을 많이 참아봐야겠다. 참아야겠다. 참아야… 참아야…  할 수 있겠지?


내일도 회의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저는 과연 참을 수 있을까요? 할 수 있겠죠? 있을거에요.. 그쵸..?



쭈구리   
오늘도 하루종일 쭈구리고 있었더니 온몸이 너무 아프다. 이 근처에 우리 회사 사람은 없겠지? 에라, 모르겠다. 술도 한잔 했겠다 얘기나 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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