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중원의 고수를 만난다는 것

오늘 하루도 쭈구리고 있었더니 온몸이 너무 아프다.
이 근처에 우리 회사 사람은 없겠지?
에라 모르겠다. 술도 한잔 했겠다, 얘기나 좀 해야겠다.



  우물 안 개구리의 무림초출(武林初出). 짐작은 했었지만 역시 중원에 고수들은 많고 나의 실력은 일천하다. ‘그래도 어느 정도 통하지 않을까?’라 생각했던 알량한 기대는 무너지고, 기본 무공 외에 자신만의 비기를 번뜩이는 고수들 앞에 그저 고개를 숙일 뿐이다. 어떻게 하면 이들의 틈바구니 내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 세상에 고수들은 대체 얼마나 많은 걸까.  이대로 살다보면 과연 나도 고수가 될 수 있을까? 그저 고민의 고민만 이어질 뿐이다. 어느 무협지의 인트로가 아니라, 요즘 내가 겪고 있는 일이다.


 
 
ⓒ물론 이런 비기를 말하는건 아닙니다.



   「우리 회사를 먹여 살릴 미래 먹거리가 필요하다!」는, 어느 회사에서나 내세우고 있는 캐치 프레이즈다. 여기에 대기업이라는 특성이 더해져서 나는 정기적으로 그룹 내 각 계열사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만나서 각자의 분야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브레인 스토밍을 하고 좋은 아이디어를 찾고 그걸 상품으로 만들자고 제안하는 뭐 그런 일 말이다.

   ‘언제까지 우물 안 개구리로 살수는 없다!’는 생각에 지원했던 일인데, 아니나 다를까 세상에는 정말 많은 고수들이 널려 있었다. ‘내가 갖지 못하는 능력에 대한 부러움 때문인가-‘ 라고 잠깐 생각하기도 했었지만, 이건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들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굉장히 자주 번뜩였으며, 넓은 시야를 갖고 있었다. 한동안 ‘분명 비슷한 나이고 비슷한 시기에 입사해서 비슷한 기간동안 직장생활을 했는데. 그들은 대체 어떤 삶을 살아왔길래 이렇게 차이가 나는 걸까.’라는 고민에 빠져 있었던 내게 지난달의 모임음, 그 고민을 해결해 주는 좋은 자리가 되었다.



 
 
ⓒ내가 이제 알겠다아

 
  그들이 그렇게도 번쩍이는 모습을 갖게 된 데에는 워낙 많은 이유들이 있기 때문에 내 한마디로 정리하기에는 부족함이 많겠지만, 그들은 대체적으로 정말 많은 것에 관심이 있었으며 그것을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정말 열심히 했다. 고된 몇일동안의 야근이 끝나고 집에 가서 자기가 만들고 싶은 어플리케이션을 만들고, 게임을 좋아하는 어떤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게임 캐릭터의 디자인을 끼적끼적 커스터마이징 해서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어 내고,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은 자기가 직접 돌아다닌 여행지에 대한 책을 써서 내고, 맛집을 좋아하는 어떤 사람은 블로그 운영을 통해 하루에 만명이 넘는 방문자들이 방문을 하기도 했단다. 일이 힘든건 누구나 똑같을 텐데, 그들은 참 열심히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해 왔던 것이다. 그게 그들의 번뜩임을 만들었고, 필살기를 만들었고, 남들과는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다.


 
 
ⓒ저렇게 열심히 살 수 있을까?

 
  “요즘 너무 힘들어. 매번 늦게 끝나서 뭘 할시간이 없어.”가 어느새 입버릇이 되어 버린 내게, 중원의 고수들이 보여준 모습은 많은 깨달음을 주었다. 머릿속으로 고수가 되고싶다고 바라기만 해서는 아무것도 될 수 없다. X나 열심히 안하면 안될 것 같다. 안될 것이다. 바로 이런 깨달음.

  안될거야 아마…



이제 이론은 알았습니다. 남은건 실천 뿐입니다. 그런데 시작이 반이라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았으니 이제 잠깐 쉬었다 하고 싶습….. 안되겠네요 아마.



쭈구리   
오늘도 하루종일 쭈구리고 있었더니 온몸이 너무 아프다. 이 근처에 우리 회사 사람은 없겠지? 에라, 모르겠다. 술도 한잔 했겠다 얘기나 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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