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일상 속의 리프레시

오늘 하루도 쭈구리고 있었더니 온몸이 너무 아프다.
이 근처에 우리 회사 사람은 없겠지?
에라 모르겠다. 술도 한잔 했겠다, 얘기나 좀 해야겠다.

 

 전화가 끊임없이 울린다. 벨소리가 듣기 싫어 진동으로 바꿔놨지만, 이렇게 계속 울리면 아무 소용이 없다. 메일함은 자기가 화수분이라도 된 것처럼 새로고침을 누를 때 마다 새로운 메일을 끊임없이 뱉어낸다. 이 업무를 한 스텝 진행시키기 위해선 3개 이상의 프로세스와 5번 이상의 확인 절차가 필요하다. 이 와중에 어디선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내 일은 언제나 그들의 일보다 덜 중요하기에, 그들이 부르는 소리를 절대 놓쳐서는 안된다.
 
“네!!”
 
 
ⓒ대답 못하면 끝장이다!
 
 
 이렇게 전쟁통 같은 하루를 보내고 퇴근할 무렵이 되면, 온몸의 긴장이 풀려 힘이 쭉 빠지곤 한다. 이 때 내게 남은 선택지는 보통 2개다. “아이고 죽겠다-“면서 집에 가서 자거나, “음 오늘은 뭔가 알차게 일했네!” 라면서 집에 가서 자는 것. 퇴근 후의 시간에 뭔가를 한다는 것은 나와는 거리가 먼 일이 되었다.
 

 (출근시간은 무조건 지키고, 정규시간보다 더 근무한다는 전제 하에) 자율 퇴근제를 실시당하고 있는 우리 회사의 특성상, 일과 후에 어떤 일을 하기는 꽤나 힘겹다. 친구와 만나자는 약속을 잡아도 내가 파토내기 일쑤고, 안하던 공부가 그리워져 학원을 다니고자 해도 낸 수업료의 절반만큼도 못나가니 말 다했지 뭐.
 남은 것은 간단하다. 집에 가거나, 누군가를 만나 저녁을 빙자한 술자리를 갖는 것. 사람을 만나는 건 좋지만 주당과는 거리가 먼 나에겐 첫 번째 선택이 압도적으로 많다. 이렇게 나는 회사와 집만을 왕복하는 반복적이고 무료한 일상에 갇혀버린 것이다.
 
 
ⓒ일어나서 만두먹고, 자고, 일어나고, 만두먹고…
 
 
 이런 무료한 일상에 지쳐 말라버리려던 찰나, 회사 동기가 메신저로 말을 걸어왔다.
 

“퇴근 언제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도 알고싶다.”
“야 적당히 하고 퇴근해서 영화나 볼래?”
“오?!”
 

 어떤 바람이 불어서였을까. 평소 같으면 피곤하다고 집에 가서 쉬겠다고 말했을게 분명한 나는, 나도 모르게 키보드의 ‘ㄱ’을 연타했다. 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
 

 영화는 유쾌했고, 재미있었으며, 즐거웠다. 영화를 보러 가는 길만 해도 회사 얘기에 서로 지쳤다는 얘기 뿐이었는데, 돌아오는 길은 누구 하나 힘들다는 얘기 없이 수다를 떨었다. 다른게 아니라 이런게 리프레시였다니!
 
 
 
ⓒ영화가 이렇게 재미있는 것이었나?
 
 
 늦은 시간에 귀가했음에도 잠드는 순간까지 상쾌한 기분이 이어졌다. 반복되는 하루하루에 지쳐 잠만 잘 때는 느끼지 못했던 이 충실함. 리프레시를 할 수 있는 방법은 다른 것이 아니라 피곤함을 무릎쓰고 노는 것이었던가!
 

 그 후 나는 새로운 결심 하나를 하게 되었다. 힘들어도 놀고 싶다는 마음이 들면, 놀자! 죄책감이나 걱정같은건 뒤로 미뤄두고 신나게 놀면 그게 리프레시가 되니까. 앞으로는 조금 더 열심히, 퇴근 후에도 신나게 놀아야겠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지금도 이미 열심히 놀고 있었던 것 같기는 합니다. 아마도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 같습니다. 놀아도 놀아도 더 놀고 싶은걸 보면 말이죠.




쭈구리   
오늘도 하루종일 쭈구리고 있었더니 온몸이 너무 아프다. 이 근처에 우리 회사 사람은 없겠지? 에라, 모르겠다. 술도 한잔 했겠다 얘기나 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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