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그래도 우리가 남이가

오늘 하루도 쭈구리고 있었더니 온몸이 너무 아프다.
이 근처에 우리 회사 사람은 없겠지?
에라 모르겠다. 술도 한잔 했겠다, 얘기나 좀 해야겠다.

 
 굳이 전문적인 통계 자료를 가지고 오지 않아도, 직장인인 우리가 가장 많이 만나는 사람은 회사 동료들이다. 아침에 눈뜨면 바로 준비하고 출근, 퇴근 후 집에 돌아가서 조금 있다가 잠드는 우리의 생활 패턴으로 보면, 가족보다도 직장 동료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서로 나누는 이야기는 업무적인 이야기가 대다수겠지만, 어느새 직장 동료들이 나의 친구가 되고 가족이 된다…. 라고 회사에서는 말한다. 여러분이 바로 가족입니다. 가족 같은 분위기의 우리 회사! 참 좋죠?!

 
 

ⓒ가족의 정석은 역시…
 
 
 그런데 조금만 들여다 보면, 이렇게 자주 보는 사람들끼리도 모르는 것이 너무나 많다는 것쯤은 금방 알 수 있다. “니 전공이 뭐지?”, “부장님 댁이 어디라고 하셨죠?” 는 그리 놀라울 일도 아니다. 매일 마주하기는 하지만, 나누는 얘기는 업무 얘기가 대다수기 때문에 나와 함께 있는 저 사람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 지는 알아도, 어떤 사람인지는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가족끼리 이렇게 모른다는 것이 말이 되나?!  그래서 이번 워크샵의 주제는, ‘팀원에 대해 알아가기!’로 정했다.
 

 

ⓒ물론 이렇게 놀진 않았습니다.
 
 
 갑자기 얘기해서 쌩뚱맞을 수도 있겠지만, 이번 주말엔 팀에서 워크샵을 다녀왔다. 일반적인 워크샵과 달리 우리 팀의 워크샵은 조금 특이한데, 바로 팀원들과 함께하는 ‘레크레이션’ 시간이 꽤나 길게 배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보통 ‘일하는’ 워크샵이 아니라 팀원들간의 단합을 위해 떠나는 워크샵의 경우에는, 일 이야기를 잠깐 하고 고기를 구워먹으며 술을 마시고 다시 숙소로 들어와서 술을 마시고, 술을 마시다가 잠들면 일어나서 술을 마시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하던데, 우리 팀을 거쳐간 선각자중 한명이 지나친 음주를 피하기 위해 레크레이션을 넣기 시작하면서 그게 우리 팀의 전통이 되어 버린 것이다.
 

 바쁜 업무 와중에도 팀내 주니어 사원들끼리 모여서 레크레이션을 준비하고, 그 준비한 프로그램들을 재미있게 진행한 덕분에 이번 워크샵은 움직이기 귀찮아 하는 차/부장님들 에게도 큰 호응을 얻어낼 수 있었다. 격하게 움직이는 레크레이션도 좋지만 ‘서로를 알아간다’는 주제를 놓고 “팀원에게 한마디씩 하기” 를 주제로 선정했기 때문일 것이다.


 

ⓒ매일 만나는 사이지만 이름도 낯설지 몰라요.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준비했던 프로그램이었지만 팀원들의 반응은 상당히 좋았다. 철저하게 익명을 보장한다 했기 때문인지 마음속에 있던 진실한 이야기도 많이 나왔고, 그 동안 하고 싶었지만 말할 수 없던 이야기들도 많이 나왔다. 팀장님, 조금만 더 인내심을 가지고 팀원들을 기다려 주세요. 부장님, 항상 여러모로 많이 챙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차장님, 조금 더 열심히 해서 훌륭한 주니어 사원이 되겠습니다. 주니어 여러분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선배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얼굴을 마주보고 하라면 쑥스러워 하지 못했을 이야기들을 하고 나니, 서로가 더 가까워 지는 기분이 들었다는 것이다.


 

ⓒ서로에게 조금씩 관심을 보일 때
 

 매일을 함께 지내는 사람들끼리 친하지 않다면, 그것만큼 골치 아픈 일은 없다. 말로는 ‘우리는 가족이다.’라고 하지만, 서로가 서로를 가족으로 느끼지 않는다면 그것처럼 의미 없는 구호도 없을 것이다. 물론 쉽지 않겠지만 서로에게 조금씩 관심을 보일 때, 회사도 싸울 일이나 서로 찡그리며 다툴 필요도 없는 그런 곳이 되지 않을까? 내일은 출근 후 더 밝게 인사할 수 있을 것 같다.
 
 
처음엔 워크샵 준비도 싫고 가기도 싫었는데, 막상 잘 치르고 나니 기분이 참 좋네요. 싫게 느껴지는 일도 얼마든지 좋을 수 있는 방법이 있나 봅니다.



쭈구리   
오늘도 하루종일 쭈구리고 있었더니 온몸이 너무 아프다. 이 근처에 우리 회사 사람은 없겠지? 에라, 모르겠다. 술도 한잔 했겠다 얘기나 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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