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집으로...

오늘 하루도 쭈구리고 있었더니 온몸이 너무 아프다.
이 근처에 우리 회사 사람은 없겠지?
에라 모르겠다. 술도 한잔 했겠다, 얘기나 좀 해야겠다.

 

이유가 뭘까.
그들은 집에 잘 가지 않는다. 어지간해선 야근이고, 가급적 어떤 ‘자리’를 만들려고 노력하며, 그 자리에 끝까지 남아있으려고 한다. 사정이 있다거나 피곤해서 그 ‘자리’에 함께하지 못한다는 말을 하면, 영 마땅치 못하다는 눈빛으로 또는 아쉬움이 가득한 눈빛으로 상대를 바라본다. 보통 그들은 출근시간도 남들보다 빠르다. 일찍 일어나서 출근하고, 늦게 들어가면 힘든 것은 직급에 상관 없이 똑같을 텐데도 그들은 그렇다. 이유가 뭘까. 높으신 분들은 왜 집엘 가지 않는 걸까.

 
 

ⓒ이정도의 높으신 분들이야 집이 회사니까 안가시는 거겠지만.
 
 
 대중매체에서 보이는 높으신 분들이야 보통 ‘왠지 사고가 옛날식으로 굳어버렸거나, 현장에 빠삭한 우리 아랫것들을 괴롭히는 무능한 모습’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지만, 현실 세계에서 만나게 되는 높으신 분들 중에는 분명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가졌거나,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많다. 그런 그들이 어째서 집에 가지 않는지, 몇몇 쭈구리들과 함께 고민을 해본 결과 몇가지 가설을 얻게 되었다.
 
  1. 친구가 없기 때문이다.
    : 평소 우리를 대하는 태도를 보건데 그는 친구가 없을 것이 분명하다. 우리에게 대하는 것과 180도 다르게 행동하지 않는 이상 친구들이 그와 어울려 줄 리가 없기 때문이다. 툭하면 화부터 낸다던가 우리 얘기를 끝까지 들어주지도 않는데 친구들한테도 그렇게 하면 누가 좋다고 만나주겠는가? 저 성격을 고치지 않는 이상 친구를 얻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친구가 없으면 퇴근한다고 해서 뭘 할까? 그러니 자기 말 듣는 사람들이 많은 회사에서 최대한 오래도록 머무는 것이 그에게는 기쁜 일일 것이다.
 

ⓒ퇴근 따윈 장식입니다. 아랫 분들은 그걸 몰라요.
 
 
2.  친구가 없기 때문이다.
: 1번과 같지만 다른 이유이다. 성격상에도 문제가 없는데 친구가 없을 수도 있다. 회사에서는 언제나 업무를 과하게 시키고, 그것을 제대로 완수하려면 일과시간 넘어서 퇴근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러다 보면 친구들과 만나기로 한 약속을 어기기 마련이고, 그렇게 만날 기회를 한번 두번 놓치게 되다보면 그 친구를 다시 만나기란 쉽지 않다. 이런 유형 중에는 회사에서 함께 동거동락하며 고생하는 직장 동료가 친구가 되는 경우도 많다.

“와 오늘 너무 힘들었다. 집에 가기 전에 맥주나 한잔?”

직장 동료와 친구처럼 지내는 것이 나쁘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다만 이 이야기를 하면서 저 예시가 나왔을 때, 모든 쭈구리들이 깊이 동감했다는 것을 이야기 하고 싶을 뿐이다.


 

ⓒ 산에서 들에서 때리고 뒹굴고….
 
 
3.  늦게까지 남아 있는 것이 곧 능력이기 때문이다.
: 아니라고 믿고 싶지만 묘하게 설득력이 있는 가설이었다. 실제로 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아직도 ‘늦게 퇴근하는 사람 = 일 열심히 하는 사람’ 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꽤나 있기 때문이다.(이 부분에서 쭈구리들은 다시한번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자신이 높으신 분이 되기까지 항상 늦게 퇴근했고 일찍 출근했으며 그것을 능력으로 인정받았다. 그런 사람이 6시면 집에 가겠다고 움찔거리는 우리를 보는데 마음에 들수가!


 

ⓒ우리땐 임마 다 가입하고 그랬어 임마
 
 
 
그들이 집에 가지 않는 이유는 모두 가설일 뿐이지만, 사실 저 세 개의 가설이 모두 틀리기만을 바라고 있다. 놀랍게도 우리가 낸 가설은, 사실 “그들은 왜 집에 가지 않는가?”를 이야기 하다가 나온 것이 아니라 “이대로 10년이 지나면 우리는 어떤 모습일까?”를 얘기하다가 나온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나도 다리 따윈 장식이라는 것을 모르는 높으신 분이 될까?
 
 

그래서 저는 집에 일찍 갈겁니다. 그러니까 5시 50분에 일 주고 그러지는 마세요. 부탁드려요 제발.


 

쭈구리   
오늘도 하루종일 쭈구리고 있었더니 온몸이 너무 아프다. 이 근처에 우리 회사 사람은 없겠지? 에라, 모르겠다. 술도 한잔 했겠다 얘기나 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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