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살아남아라 쭈구리

오늘 하루도 쭈구리고 있었더니 온몸이 너무 아프다.
이 근처에 우리 회사 사람은 없겠지?
에라 모르겠다. 술도 한잔 했겠다, 얘기나 좀 해야겠다.

 

워낙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세상이다 보니, ‘경쟁’은 우리 사이에서 뗄래야 뗄 수 없는 녀석이 되어 버렸다. 오죽하면 동종 업계에 있는 다른 회사를 지칭하는 말이 ‘경쟁사’ 일까. ‘승자만이 살아남는다!’거나 ‘약육강식’ 이라는 말로 설명되는 사회에서의 경쟁은 외부의 다른 조직과도 치열하지만, 같은 조직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끼리도 수시로 벌어지고 있다. 내부 경쟁이라는 말인데, 이게 생각보다 더 까다롭다. 외부의 경쟁자와 벌이는 경쟁은 어떻게든 이기기 위해 (법에 저촉되지 않는 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승리라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면 (역시 법에 저촉되지 않는 한) 대부분의 과정은 인정받고 넘어가기 마련인데, 내부에서의 경쟁은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같은 조직에 있는 사람들끼리 그래도 되는거냐?!”
 
는 한마디면, 성공을 위해선 물불을 가리지 않는 파렴치한이 되는건 정말 순간이다.


 

ⓒ아 너무하네 정말
 
 
이런 현실이다 보니 내부에서 보다 높은 자리, 보다 비중있는 포지션을 차지하기 위해 높으신 분들이 벌이는 경쟁은 바라보기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린다. 그런데 정말 아쉽게도, 아직 쭈구리에 불과한 내가 승진을 위해 어느 라인을 타거나 누구에게 잘보이고 하는 것은 분명 시기 상조지만, 경쟁이 불가피한 회사에서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무엇인가를 해야 하는것도 사실이다. 그저 그런 쭈구리 1로 남을것인가, ‘그나마 쓸만한 녀석’이 될 것인가- 를 가르는 문제기 때문이다.

 

ⓒ이랬다간 아무리 레드라도 버려지기 마련
 
 
구름 위에 높이 계신 분들의 경쟁은 눈에 보이지도 않기 때문에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그들이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는 도통 알 수 없지만 나와 비슷한 직급의 직원들을 보면 ‘경쟁이 불가피한 회사에서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고민은 나 뿐 아니라 모두에게 공통으로 해당되는 것 같다. 사무실 불이 꺼진 점심시간, 모두들 잠깐의 단잠을 자고 있을 때 인터넷으로 영어 강의를 수강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퇴근 후 매일같이 도서관에 가서 자격증 공부를 하는 사람도 있고, 새벽같이 일어나 학원 수업을 듣고 오는 사람도 있는걸 보면 그들 또한 저 고민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뜻 아닐까?


 

ⓒ 아.. 먹고 살기 힘들다 그쵸?
 
 
얼마 전 평소 운동, 자격증 공부, 취미생활, 업무관련 지식 등 거의 모든 분야에 있어 끊임없이 공부하고 노력하는 것으로 유명한 옆 팀의 과장님과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다.
 
“아침에도 일찍 나오시고, 업무 끝난 후에도 그렇게 하려면 안피곤하세요?”
 
라는 나의 멍청한 질문에 과장님은 씨익- 웃으면서 이렇게 답했다.
 
“이렇게라도 해야지, 안그러면 내가 정체된 것 같아서 스스로가 너무 불안하더라.”
 
이 대답을 들으니 뒤통수를 강하게 맞은 기분이 들었다. 아, 이 고민은 지금만 잠깐 하고 마는 고민이 아니라, 앞으로 직장생활을 하면서 계속 안고 가야 할 고민인 거구나. 능력 좋기로 소문난 저 사람도 살아남기 위해서 저렇게 노력하는구나- 하고 말이다.


 

ⓒ 세기의 우문현답
 
 
그러고 보면 중원의 고수들을 만나고 와서 받았던 강렬한 깨닳음을 어느새 잊고 살았던 것 같다. 변방에서도 살아남으려면 저렇게 노력을 해야 하는데, 고수들이 즐비한 중원에서 살아남으려면 대체 얼마나 노력해야 하는 걸까. 회사에서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얘기하는 ‘끊임없는 자기 개발이 필요하다’는 말은 어쩌면, 내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스스로에게 거는 최면 같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업무가 끝나고 집에가서 쉬기에도 벅찬데, 세상은 내게 정말 많은 것을 요구하는 기분이다. 욕심을 버리면 편해질까? 마음만 편해지는게 아니라 지갑도 편해지면 안되는데. 걱정이다 걱정.

 

ⓒ안선생님… 포기가 하고싶어요…
 
 
 
회사를 다니면 다닐수록, 부모님이 새삼 존경스럽습니다. 그동안 어떻게 버티셨는지. 살아남아라 쭈구리들. 살아남아서 부모님께 효도합시다. 
 
 

쭈구리   
오늘도 하루종일 쭈구리고 있었더니 온몸이 너무 아프다. 이 근처에 우리 회사 사람은 없겠지? 에라, 모르겠다. 술도 한잔 했겠다 얘기나 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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