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어벤져스 어셈블!

오늘 하루도 쭈구리고 있었더니 온몸이 너무 아프다.
이 근처에 우리 회사 사람은 없겠지?
에라 모르겠다. 술도 한잔 했겠다, 얘기나 좀 해야겠다.

 
얼마 전, 힘든 관문을 뚫고 원하는 회사에 취직해서 입사를 앞둔 후배를 만났다. 축하도 해 줄 겸 자연스레 술자리를 갖게 되었는데, 오랜 기다림 끝에 다니게 된 회사라 그런지 이야기의 주제가 주로 회사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넘치는 의욕과 열정, 그리고 몇 가지 궁금함으로 충만해 있던 후배는 ‘너 잘 만났다’는 듯이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의욕과 열정은 꺾을 수도 없고 꺾고 싶지도 않았지만, ‘몇 가지 궁금함’ 은 해결해 줄 수 있었기 때문에, 그날의 대화는 주로 그가 물어보고 내가 답하는 식으로 이어졌다.
 
 

ⓒ오마이걸이 부릅니다 ‘궁금한걸요’. 그래 내가 다 대답해줄게
 
 
“회사 분위기는 어때요?”
“장기자랑 같은 것도 시켜요?”
“보통 퇴근은 언제쯤 해요?”
“주말에도 출근해요?”
 
 ‘그건 case by case야. 나는 이랬는데 너는 어떨지 모르겠다.’라는, 말 그대로 정답이 정해져 있는 질문만을 하던 후배는 술이 어느 정도 들어가자 자기가 다니게 될 회사에 대한 궁금함보다 먼저 회사생활을 시작한 나의 쭈구리 라이프가 더 궁굼해 졌다는 듯, 나에 대한 질문만을 던져댔다. ‘정해진 정답’을 몇 번이나 더 말해줬을까? 그 후배가 기가 막힌 질문을 물어왔다.
 
“인간관계가 제일 힘들다면서요? 형은 선배나 후배들이랑 어떻게 지내세요?”
 
음. 그건 내가 확실하게 대답해 줄 수 있지. 우린 어벤져스야.


 

ⓒ전 개봉하는날 보고왔어요. 하지만 스포일러는 하지 않겠습니다.
 
 
토르가 로키와 싸우고, 캡틴 아메리가카가 히드라와 싸우는 것처럼, 우리도 우리 나름의 적이 있다. 각자가 맡고 있는 업무(슈퍼 히어로), 운명의 상대인 것만 같은 담당자(배트맨과 조커랄까? 마블쪽 내공이 부족해서 저런 관계가 딱히 안떠오름), 거기에 따라서 각자가 상대해야 하는 카운터 파트(캡틴 아메리카의 궁극의 적인 히드라)까지, 회사생활을 하는 우리들은 슈퍼 히어로들에 비해 부족함이 없는 근무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다. 슈퍼 히어로면 히어로지, 갑자기 왜 어벤져스냐고? 왜냐면 니가 물어본 나 뿐만 아니라 우리 선배, 후배 동기들 모두가 한 팀이거든. 절대로 영화가 나왔다고 물타기 하고 묻어가려는거 아니야.

 

ⓒ좀 믿어

 
 
 영화 봤으니까 대충 알겠지? 각자의 상대와 싸우기도 벅찬 슈퍼 히어로들이 한 팀으로 모여서 활약하는 시점이 언젠지 말이야? 바로 모두의, 공통의 적이 나타날 때, 그 개성 강한 슈퍼 히어로들조차 한 팀으로 모여서 대 활약을 하게 되지. 이건 우리들도 똑같거든.
 
 업무 하기만 해도 바빠 죽겠는데 높으신 분들이 자꾸 엉뚱한걸 시킨다거나, 우리 주니어 사원들 의견을 물어보는 척 하면서 자기 뜻대로 유도하려고 하는 사람이 있을 때 마다 우리는 하나로 모일 수 밖에 없어. 그거 절대로 혼자서는 상대 못하거든. 각개 격파 당하기 십상이야. 토르는 묠니르(=그 망치)라도 있으니 그 두꺼운 유리에 금이라도 가게 했지만, 우리는 묠니르는 커녕 아무것도 없으니 더더욱 힘을 모아야지. 안그러면 그냥 부라더 다메요 되는거야.
 
 우리 눈에도 보이니 높으신 분 눈에는 안보일리가 없는 정말 바쁜 선배에게 일을 또 주려고 하면? 우리는 커피를 마시는 척 하면서 큰 소리로 애기하지.
 
“그 선배 어제도 10시까진가 야근한 것 같은데 오늘도 야근이래?
“야 말도 마. 그 선배 벌써 2주정도 그렇게 하고 있는데, 일이 줄질 않는대. 거의 폐인이던데?”
 
 본인이 먹고 싶은 식사 메뉴나 가고 싶은 워크샵 장소를 이미 다 정해놓고 우리 의견을 물어보는척 하는 높으신 분한테는? 그 의도가 뻔히 들여다 보여도 괜히 모르는 척 하면서 다른 결론을 내 버리지.
 
“이번에 팀 회식 장소 어디가 좋겠어? 회 기가막히게 해주는데 알아놨는데! 너흰 어디가 좋아?”
“저는 그냥 간단한 치맥이 좋아요. 입이 싸구련가봐요.”
“오 나도 갑자기 치맥먹고싶다! 근처에 되게 맛있게 하는곳 아는데!”
 
랄까? 


 

ⓒ혼자서 덤볐다간 다메요 부라더.
 
 
 한바탕 자신있게 이야기를 해 주고 나니, 후백가 고개를 끄덕이며 알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역시 회사 생활은 만만치 않군.’ 이라는 표정이 마치 데스노트의 사신 류크가 ‘역시 인간은 재미있어’ 를 생각할 때의 표정과 비슷해 보여서 깜짝 놀랐지만. 뭐 재미있을지 만만치 않을지는 본인이 들어가서 겪어봐야 할 일이다.
 
 취직한거 축하해. 힘내라. 너도 어서 너만의 어벤져스 팀을 만들길 바래.
 
 
어벤져스의 공격에도 끄떡없는 우리 높으신 분들의 파워는, 헐크를 가두는데 쓰려고 했던 저 유리보다 훨씬 단단하다는 것은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역시 높으신분노 유리와 튼튼데스넼ㅋㅋㅋ


 

쭈구리   
오늘도 하루종일 쭈구리고 있었더니 온몸이 너무 아프다. 이 근처에 우리 회사 사람은 없겠지? 에라, 모르겠다. 술도 한잔 했겠다 얘기나 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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