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슈퍼맨이 돌아왔다.

오늘 하루도 쭈구리고 있었더니 온몸이 너무 아프다.
이 근처에 우리 회사 사람은 없겠지?
에라 모르겠다. 술도 한잔 했겠다, 얘기나 좀 해야겠다.

너무 앞만 보며 살아오셨네. 어느새 자식들 머리커서 말도 안 듣네. 한평생 처 자식 밥그릇에 청춘 걸고 새끼들 사진 보며 한푼이라도 더 벌고. 눈물 먹고 목숨 걸고 힘들어도 털고 일어나 이러다 쓰러지면 어쩌나 아빠는 슈퍼맨이야 얘들아 걱정마.
위에서 짓눌러도 티낼수도 없고 아래에서 치고 올라와도 피할 수 없네. 무섭네 세상 도망가고 싶네. 젠장 그래도 참고있네 맨날. 아무것도 모른채 내 품에서 뒹굴거리는 새끼들의 장난 때문에 나는 산다. 힘들어도 간다. 여보, 얘들아. 아빠 출근한다.
-    싸이, ‘아버지’ 中

회사 생활을 하면서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은 못해먹겠다, 때려 치우고 싶다, 집에 가고 싶다, 퇴근하고 싶다가 아니라 “와 우리 아빠 정말 대단하다.” 다. 이제 몇 년 겨우 버틴 나도 이렇게 힘들고 그만하고 싶은데, 그 긴 시간 동안 회사생활을 버티면서 가족들을 챙기는 우리 아빠들. 요즘이야 맞벌이가 당연해서 옛말이 되었다지만 여우 같은 마누라, 토끼 같은 자식을 위해 평생을 등골 빠지도록 일만 했던 우리 아버지.

 
 

ⓒ아빠는 슈퍼맨이야 얘들아 걱정마.

 
사람들이 자리를 비운 점심시간. 식사가 조금 일찍 끝나 사무실 구경을 실실 다니다 보면, 사무실 책상을 가득 채운 가족들의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함께 찍은 가족사진이 붙어있는 사물함, 이제 막 기어다니는 아이의 사진으로 만든 마우스 패드, 온가족이 함께 찍은 가족 사진이 놓여진 책상, 가족들이 함께 웃고 있는 화면 보호기까지, 사무실은 여기저기 가족들로 가득하다. 유치원에서 고사리손으로 그려온 ‘아빠 힘내세요!’ 그림을 보고 있자면, 나는 우리 아버지한테 왜 이런거 하나 그려드릴 생각을 못했나- 싶기도 하다. 

 

ⓒ우리가 있잖아요

 
얼마 전, 카운터 파트와 굉장히 격한 회의를 하던 중 우리 팀의 차장님이 “이대로 계속하면 서로 감정상할 것 같으니 잠깐만 쉬었다가 하자.”고 하셔서 잠깐 쉴 때가 있었다. 워낙 분위기가 험악한 회의다 보니 나도 모르게 기분이 전염되어 꽤나 격해져 있던 찰나였다. 분을 삭히기 위해 정수기로 가서 몇잔이나 냉수를 뽑아마시고 있는데, 문득 나와 차장님의 분노지수를 높여주던 카운터 파트의 J차장, L과장님이 눈에 들어왔다. 격한 회의에 지친건 J차장도 마찬가지였는지 회의실 의자에 무기력하게 앉아 있었고, L과장은 전화할곳이 있는지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냉수먹고 속을 추스린 후에 자리로 돌아가 보니, J차장은 핸드폰 메인 화면으로 해 둔 아이의 사진을 보며 힘없는 미소를 띄고 있었고, L과장은 아내에게 전화해서 아이의 상태가 어떤지 아침에 아프던 건 많이 괜찮아 졌는지 병원에는 다녀왔는지를 물어보고 있었다. 아, 나는 그들을 나의 주적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들도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해 일하는 가장일 뿐이었다.

 

ⓒ 실제로는 짱구아빠가 한말은 아니라고 합니다.

 
 회사 다녀와서는 힘들어서 누워만 있고, 주말에는 소파와 한 몸이 되고, 하루 종일 tv와 친구처럼 지내면서 단지 멍- 때리고 있다고 보일 수도 있지만. 무조건 자기가 원하는 결과만을 끌어내려 하고, 함께 일하는 사람의 이야기는 듣지 않고 독불 장군처럼 밀고 나가기만 하는 사람으로 보일지라도, 아무것도 모르는 내 등 뒤에 있는 대기업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한참 어린 나 같은 쭈구리에게도 90도로 인사해야 한다 해도, 딱히 잘못한 것 같지도 않은데 뭐라고 하기만 하는 상급자일지라도, 그들은 모두 우리 아버지다. 

내일 뵐게요. 수고하셨습니다.


 

ⓒ이러지 맙시다. (요츠바랑 中)
 
 
가족의 달 기념… 해봤습니다. 5월 1일은 노동자의 날이라지만, 아버지의 날이라고 해도 어느 정도 의미가 있을 것 같네요. 우리 아빠는 슈퍼맨, 우리 엄마는 원더우먼.

 
 

쭈구리   
오늘도 하루종일 쭈구리고 있었더니 온몸이 너무 아프다. 이 근처에 우리 회사 사람은 없겠지? 에라, 모르겠다. 술도 한잔 했겠다 얘기나 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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