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오키나와에서 집 구하기

오늘은 저와 제 친구들이 오키나와에서 집을 구한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해요.
지극히 개인적인 내용이라 재미없으실지도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와는 이런 차이점이 있구나’라던가 ‘얘네 꽤 고생했겠네‘ 정도의 가벼운 마음으로 즐겨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팝콘 팔아요! 오징어도 있어요)


오키나와에서 집 구하기! 과연 우리나라와 어떻게 다를까요?


저는 이번에 친구 한 명, 후배 한 명과 같이 오키나와에 들어왔습니다.
세계적으로 유행하던 셰어 하우스(!) 에 대한 로망이 있었던지라, 셋이서 오순도순 같이 살기로 미리 합의를 본 상태였죠.

사실 저는 한국에서 부동산 관련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별걱정이 없었어요. 절차야 조금 다르긴 하겠지만, 달라 봤자 얼마나 하려고? 라는 안일한 생각을 하고 있었죠. 뭐 일본인 보증인 정도만 있으면 되는 거 아닌가? 

도착한 날, 일단 호스텔에 짐을 푼 우리는 집부터 구하자며 신나게 돌아다녔습니다. 
그러나 저희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커다란 현실의 벽이었어요..


 
@넘기에는 너무 부담스러운 벽
 

처음부터 저희를 좌절시킨 범인은 바로 ‘재류카드’라는 놈이었습니다.
재류카드란 외국인 등록증, 즉 일본에서 사는 외국인들의 신분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오키나와에 처음 올 때는 일본의 다른 지역을 여행하고 왔기에 잘 몰랐었는데, 한국에서 직항으로 오키나와 공항으로 입국한 경우에는 재류카드를 바로 받을 수 없다고 합니다.
재류카드 발급을 위해 시청에 갔더니, 오키나와는 워낙 시골이기 때문에 도쿄에서 발급 후 우편으로 받는 시스템이라며 최종 도착까지 약 2-3주 걸린다고 하십니다.
그야말로 청천벽력...OTL

위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재류카드는 신분증이라서, 신분증이 없는 외국인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집도 직장도 찾아볼 필요조차 없다는 것이죠.

결국, 약 2주 동안 저희는 탱자탱자 놀았습니다.
돈이라도 많으면 신나게 놀 텐데 아직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으니 맘대로 쓸 수도 없고..
그야말로 멘붕 속 강제휴식이었습니다.

2주가 지나 드디어 목 빠지게 기다리던 재류카드가 도착하고
저희는 미리 점찍어둔 집을 계약하기 위해 달려갔습니다.


 
@계약하러 가자!!!
 

그러나 계약 또한 생각처럼 쉽게 되는 것이 아니었어요.
우리나라의 경우 방을 보는데 집이 비어 있고 맘에 들면, 그날 계약서 쓰고 계약금 치르면 바로 입주가 가능합니다. (물론 현실에서 이런 경우가 많지 않지만요. 이론적으로 가능하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는 절차도 복잡하고 시간도 오래 걸립니다. 
저희는 호스텔에 하루하루 숙박비를 내고 있던 상황이라 하루라도 빨리 입주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말이죠... :(

일단 외국인을 믿을 수 있느냐 하는 신용 문제가 첫 번째 문턱이었습니다.
물론 외국인과 자국민의 신용도가 같을 수는 없겠죠.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외국인이 집을 빌리기 위해 공식적으로 제출해야 하는 서류나 자격요건은 없습니다. 집주인에 따라 개인적으로 어떠한 증빙 서류를 요구할 수는 있겠지만요.
그러나 일본은 다릅니다.
일본인 보증인이 꼭 필요합니다. 이 보증인 제도는 지역에 따라 보증보험 회사에 가입함으로써 대체되기도 하는데, 워낙 외국인이 많은 오키나와는 (아시아의 하와이라는 명성+미군주둔 콤보!) 이 두 개의 보증수단을 둘 다 통과해야만 한다고 합니다.
갈수록 첩첩산중..

계약의 흐름을 간단히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아요.

보증회사에 낼 서류 작성 : 계약자 신분확인 + 보증인 신분확인 
계약자(저희)의 신분확인은 그렇다 쳐도, 보증인 신분확인 과정 또한 아주 까다롭습니다. 직장 전화번호, 결혼 여부, 심지어 연봉 등 아주 개인적인 부분까지 서류로 작성하야여 합니다.
보통 일본인들의 경우는 부모나 친인척을 보증인으로 세우므로 별로 실례되는 일이 아니겠지만, 외국인인 저희에게는 상당히 곤혹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개인정보까지 공개해야 한다면 조심스러워지게 마련이니까요.


집주인과 조건 협상
가격을 조정한다든가, 에어컨을 설치해도 되는가? 등의 입주 전 집주인과 협의해야 할 사항들을 상담하는 단계입니다.
중요한 것은 보증회사의 심사가 통과된 다음에야 이 협상 단계로 진행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만약 보증회사 심사를 통과했다고 하더라도 집주인과의 협상이 결렬되면 새로운 집을 찾아 보증회사 심사 과정부터 새로 시작해야 합니다.
무엇이든 꼼꼼히 한 후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일본인들의 특성이 잘 반영된 제도이지만, 집을 구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참으로 힘들고 불합리한 과정입니다...:(

*깨알 상식*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의 보증금 개념으로 시키킨과 레이킨이라는 돈이 있습니다.
시키킨은 단순 보증금으로 계약기간 종료 후 청소비와 수리비 등을 제외하고는 돌려받을 수 있는 돈입니다. 하지만 레이킨은 한자로 예의의 예자를 써서 집주인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주어야 하는 돈입니다. 물론, 돌아오지 않아요.
저희의 경우 레이킨은 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먼저 집주인과 협상하고 싶다고 했으나, 보증회사의 심사를 받는 절차 후 협상이 가능하다는 얘기를 듣고 멘붕이었습니다.
결국 집주인이 저희의 조건을 수락해 주어서 다행이었지만요,


계약서 작성
오키나와는 집주인으로부터 임대에 관한 모든 권한을 부동산이 위임받아 전적으로 책임지고 관리하는 시스템입니다. 따라서 계약자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집주인을 만날 일이 없어요(!)
모든 책임을 부동산에서 지기 때문에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지만, 한자리에 모여서 협상하고 계약서 쓰고 도장 찍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서 계약이 더디게 진행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성격이 느긋하지 못한 전형적인 한국인인 저는 많이 힘들었습니다. 계약서 쓰는 데만 3일 이상 걸렸으니까요.
계약서 작성 시, 내야 하는 금액을 모두 냅니다. 한 달 치 월세 선불, 부동산 중개 수수료, 보증보험료, 시키킨 레이킨이 있는 경우 그 금액 등등.
그리고 나면 드디어! 열쇠를 받습니다.
이제 정해진 날짜에 이사만 하면 됩니다 :)


 
@드디어 이사한다고! 이사를!!!
 

정말 기나긴 일정이었습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꼬이는 일 투성 이었지만, 세상 모든 일이 쉽게만 풀리는 건 아니니까요.
결과적으로는 노력한 보람이 있어서 역세권에 빛이 잘 들어오는 아늑한 방으로 이사할 수 있었답니다!
이제 썰렁한 빈집에 가전과 각종 생활도구를 채워 넣을 일이 남았네요.. 헤헿ㅎㅎ..^^
자취하면서도 항상 느꼈던 거지만, 필요한 생활용품은 사도사도 끝이 없는 것 같아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오키나와의 주거 문화에 관해서도 이야기해 보도록 할게요
우리나라와 다른 특징이 꽤 있어서 재미있으실 거에요 :D



이미지출처 : 구글
 
 
봉짱
영원한 한량을 꿈꾸는 외국인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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