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프롤로그

오늘도 하루종일 쭈구리고 있었더니 온몸이 너무 아프다.
이 근처에 우리 회사 사람은 없겠지?
에라 모르겠다.술도 한잔 했겠다 얘기나 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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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되겠지.”
 
 좌우명… 까지는 아니고, 내가 습관처럼 입에 달고 사는 말이다. 압구정 날라리가 목놓아 부른 ‘말하는대로~’ 는 거짓이 아니었는지, 지금까지의 내 인생은 말 그대로 어떻게든 되어 왔다. 어떻게 어떻게 대학교도 한번에 가고, 군대도 한번만 다녀왔다.(싸이형 미안해요.) 그래서 나는 어떤 일을 할 때 극도의 긴장감을 느끼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아, 그래도 첫 칼럼의 첫 문단인데 그렇게 노골적으로 ‘님 노재수’ 하고 보진 않아줬으면 좋겠다. ‘거의’ 라는 말은 실제로는 그런 일이 몇 번인가는 있었다는 뜻이니까. 오늘의 이야기는 그 몇 번 중, 가장 최근에 있었던 일에 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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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될대로 되버려.
 
 작년 2월.

자취방 컴퓨터 앞에 앉아서 모니터를 바라보던 나는 ‘똥줄이 타들어간다!!!’는 옛 말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분명 시간 맞춰 보낸다던 메일이, 아무리 f5를 눌러도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부들부들 떨면서 조심스레 누르던 f5 버튼을 점차 신경질적으로 누르게 되면서, 방 안에는 탁탁탁 소리만 가득했다. (눈 빛내지 마. 그 탁탁탁 아니니까.)
 
 뭐… 기왕에 얘기가 나왔으니까…한참 혈기 왕성하던 어린 시절, 방문을 잠그고 모니터로 헐벗은 일본 여인을 만나던 때가 있었다.(모르는 척 하지 말자.) 그럴 때면 온 정신이 모니터로 향해 있을 것 같지만, 잘 떠올려 보면 실제로는 눈만 모니터를 향해 있고 청각을 비롯한 대부분의 정신은 등 뒤의 방문으로 향하곤 했다.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부모님의 습격(‘똑똑똑- 아들 자니?’)을 사전에 감지하고 적절한 대처를 하기 위해서였다.
 
 메일을 기다리던 그 날은, 일본은 물론이고 어떤 나라의 여인도 만나지 않았는데 눈 앞의 모니터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옆에서 울려대는 까톡 까톡 소리가 그 시절 부모님의 습격을 알리는 노크소리처럼 들려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 동기놈들은 아직 결과도 안나왔는데 뭔 할 얘기가 그렇게 많은지 쉴새 없이 까톡을 날려댔고, f5를 누르는 나의 손짓은 보다 격렬하고 신경질적이 되었다.
 
 
 신경을 쓰지 말아야지- 말아야지 하다가,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전원을 꺼야겠다- 고 생각하고 핸드폰을 집어 든 순간, 가젤 펀치를 습득한 일보의 한방처럼 묵직한 진동이 내 손을 울렸다.
 
“결과 메일이 발송되었으니 확인 바랍니다.”
 
 새로고침을 한 메일함에는, 그렇게 기다리던 메일 한 통이 와 있었다.
 

 내 똥줄이 타들어갔던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여기까지 얘기하고 “안녕, 다음시간에 만나요~” 라고 하면, 욕먹을 테니까 그 뒷 이야기를 마저 하자면,
 
 메일을 읽은 후 나는 괴성을 한번 질렀고("끼얏호!" 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프리카 부족민의 의식처럼 광란의 몸짓을 한 후에, 부모님께 전화를 걸어 메일의 내용과 당시의 내 기분을 설명했다. 그 후 심신의 안정을 되찾은 뒤에는 일기장을 펴서 “앞으로 나의 무대는 사회다. 잘해보자. 파이팅!” 따위의 손발이 오그라드는 말을 기세 좋게 적고 난 후, 다시 아프리카의 의식을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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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겨어어어어어어어억!!!! (출처- 뉴시스)
 
 이 정도 얘기가 진행되었으면 많은 사람들이 알아차렸겠지만(사실 제목만 보고도 알았겠지), 나는 그날 취직에 성공했다. 그리고 이 글로 다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기뻐했다. 그 날이 내 쭈구리 라이프의 시작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한 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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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구리   

오늘도 하루종일 쭈구리고 있었더니 온몸이 너무 아프다. 이 근처에 우리 회사 사람은 없겠지? 에라, 모르겠다.술도 한잔 했겠다 얘기나 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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