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 작별을 고하며

오늘 하루도 쭈구리고 있었더니 온몸이 너무 아프다.
이 근처에 우리 회사 사람은 없겠지?
에라 모르겠다. 술도 한잔 했겠다, 얘기나 좀 해야겠다.



 입사한 지 반년 정도 되는 Y는, 정식 입사가 결정되기 전 우리 팀에서 인턴생활을 했다. (안 그런 때가 언제 있겠냐만) 당시 우리 팀에는 굉장히 많은 업무가 할당되어 팀원 모두가 정신없이 바빴고, 설상가상으로 그의 멘토로 배정된 J 과장님은 소위 말하는 '아웃사이더'였다. 그리 사교성이 뛰어나지는 못한 멘토와 정신 못 차리고 헤매는 인턴사원, 너무 바빠서 누구 하나 인턴에게 신경 써주지 못했던 팀의 분위기 셋이 만들어 낸 시너지는 예상외로 강력했다. 결국 Y가 인턴 생활을 하는 동안 우리 팀은 단 한번도 전체 팀 회식을 하지 못했고, 그가 마지막으로 출근하는 날 주니어 사원들만 겨우 모여서 조촐한 술자리를 갖게 되었다. 그리고 업무 때문에 그 주니어들의 술자리에조차 참석하지 못했던 나는 다른 주니어 사원들에게 Y가 "인턴하는 동안 '혼자'라는 느낌이 너무 강하게 들어서 아쉬웠다."고 얘기했다는 사실을 전해 듣게 되었다. 그 누구도 자기를 챙겨주지 않고 방치당한다는 느낌. 아마 Y는 그런 기분을 느꼈을 것이다.


 

@제게 아무도 말을 걸지 않지요……


 다행히 Y는 최종 면접까지 훌륭하게 합격했고, 우리 회사의 정직원이 되었다. 신입사원 연수를 받고, (칼럼을 통해 몇 번인가 언급했던) '자기가 원하는 팀을 고를 수 있도록 여기저기 체험해 보기' 과정을 거친 그는 우리 팀이 아니라 우리 본부 내의 다른 팀을 희망했다. 애초에 다른 본부 소속의 다른 팀으로 지원하는 경우는 있지만 이처럼 인턴 했던 팀과 같은 본부 소속인 다른 팀을 지망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 그의 결정은 본부 내에서도 꽤나 화제가 되었다. 아마 본부장님이 우리 팀장님을 불러 무엇인가 이야기를 했을 테고, 팀장님은 Y와 따로 점심을 먹을 정도로 그나마 친밀했던 나와 우리 팀의 B 대리를 불러 어찌 된 영문인지를 물었다. 
 
 "우리 팀에서 인턴을 했던 친구가 왜 다른 본부도 아니고 우리 본부 내의 다른 팀을 지망하는 것이냐? 이유를 혹시 알고 있느냐?” 
 
 마침 함께 점심을 먹으며 Y가 자신의 결정에 대해 이야기 했던 것이 있어 적당히 말씀드렸다. 
 
"우리 팀에서 하는 업무보다 옆 팀에서 하는 업무가 더 관심 있고 흥미 있는 주제였다고 합니다. 인턴까지 했던 우리 팀에 미안한 마음이 많지만, 그래도 신입사원으로써 자기가 관심 있는 분야의 일을 해 보고 싶었다고 하더라고요." 
 
 Y가 실제로 저 말을 하기는 했지만, 그의 본심이 정말 저것이었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다만 그가 주니어 회식 때 했던 말이나, 그가 지망한 팀에 친한 학교 선배가 있었다는 것뿐.


 
 
@우리팀에 온 것을 환영하네 낯선 이여

 
그리고 오늘, Y와 관련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적당적당히 회사생활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Y가 퇴사를 한다는 소식이었다. 이미 위 분들과의 면담도 다 끝났고, 이번 주까지만 나오면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는 이야기. 관심 있는 업무를 찾아간 팀에서, 친한 사람도 있는 그 팀에서, 그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리고 어떤 일들이 있었기에 퇴사를 하게 된 것일까. 그가 다른 더 좋은 회사에 취직된 것인지, 대학원을 가게 되는지, 단지 이 회사가 싫어서 떠나는 것인지는 아직 알지 못하기 때문에 확답을 내릴 수는 없다. 그러나 Y가 인턴 생활을 했을 때부터 조금 더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친밀하게 지냈다면 그는 다른 결정을 했을까- 라는 의문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동기들과 이야기해 보면 신입사원~대리 이전, 즉 사원으로 지내는 기간 동안 퇴사에 대한 고민은 끊임없이 커져서 2~3년차가 되면 거의 절정에 이르는 것 같다고들 한다. 실제로 회사생활을 하는 동안 우리 직군 에서만 5명의 퇴사자가 있었고 그중에는 '앞으로 어떻게 할지'도 정해지지 않은 채 '일단 그만둔' 동기도 있었다. 다른 직군에 비해 인원이 적은 우리 직군 에서만도 이런데, 타 직군 모두를 포함한 전사에서는? 우리 동기뿐만 아니라 1~3년차의 사원들로 넓혀보면? 우리 회사뿐만 아니라 전국의 다른 회사로 넓혀 보면? 
 '직장 내 사춘기'라고 불리는 이 시기를 무사히 넘기고 신입사원들의 맘을 풀어주기 위해 우리 회사에서는 입사 2년차 되는 신입사원들을 모두 불러다가 1박 2일동안 동기들끼리 시간을 보내게 해 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이 자리가 도움되는 것 같으면서도 그리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은 이유는 왜일까? 다녀온 경험에 비춰보면 전국으로 흩어졌다가 오랜만에 만난 동기들은 처음에는 서로의 안부를 물어보지만, 이내 '내가 지금 하는 일이 무엇이며', '내가 얼마나 힘든지' 경진대회에 참석하게 되고, 돌아오는 귀갓길 버스에서 자연스레 한숨을 쉬게 되었는데, 잠깐은 좋지만 결국은 우울해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니 그러니까 "여러분들이 동기들과 이렇게 다시 만나는 다음 기회는 여러분들이 차장으로 진급할 때 일 거에요~" 라는 말을 왜 하냐고.)



 
 
@나한테 왜 그랬어요.. 그런 얘기 왜 했어요..


취직이 점점 어려워지는 요즘, 아이러니하게도 신입사원들의 조기 퇴사 비율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일단 붙어놓고 더 좋은 회사를 찾다가 합격해서 퇴사하는 것이다, 막상 회사 생활을 하다 보니 조직의 부품처럼 취급되고 자기 삶도 없이 살아가는 모습에 회의감을 느낀 것이다, 요즘 것들은 의지력이 약해서 조금만 힘들면 바로 포기하기 때문이다 등등 신문이나 인터넷이나 각종 전문 자료에서나 온갖 사람들이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으나, 과연 그것들이 정답일까? 
 
 또 한 사람의 신입사원과 작별을 고하며, 나는 어땠는지 지금은 어떤지. 오늘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답이 무엇인지 명쾌하게 결정짓기 어려운 문제기도 하지만, 과연 답을 안다면 이런 분위기를 바꿀 수 있을까? 나는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그동안 감사했다는 메일을 쓰게 되는 날이 내게도 오겠지? 아- 술이나 한잔해야겠다.


 

@페퍼톤즈가 부릅니다. 작별을 고하며.



페퍼톤즈의 ‘작별을 고하며’를 들으면, 왠지 모르게 눈물이 왈칵 납니다.

 
이미지출처 : 구글
 

쭈구리   
오늘도 하루종일 쭈구리고 있었더니 온몸이 너무 아프다. 이 근처에 우리 회사 사람은 없겠지? 에라, 모르겠다. 술도 한잔 했겠다 얘기나 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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