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오키나와 사람들은 걸어다니지 않는다


오키나와는 대중교통이 불편합니다. 전 편의 글에서도 몇 번 언급을 했죠. 얇고 기다랗게 뻗어 있는 지형이라 이동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하고요. 유일하게 나하에만 모노레일이 있을 뿐, 이외의 대중교통은 버스와 택시뿐입니다. 버스의 경우 나하를 벗어나면 보통 한 시간에 1~2대, 그것도 외곽으로 나가면 나갈수록 시간 텀은 더 길어져요. 낙도로 가면 버스가 하루에 두 번밖에 오지 않거나, 섬 전체에 택시가 고작 2대밖에 없는 경우가 있답니다. 

오키나와의 택시 기본요금은 500엔 정도로 다른 일본과 비교하면 저렴한 편이지만, 먼 거리를 택시를 타고 이동하기에는 무리가 있죠. 그렇다고 버스 요금이 하지도 않습니다. 40~50분만 버스로 이동해도 편도 1천엔(지금 환율로 약 9천원 정도) 가까이 교통비가 들어요.


 


교통의 불편함에 더해 오키나와의 날씨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죠. 4월부터 반팔을 입어야 하고 여름 최고 기온이 30도 밑으로 내려가는 날이 거의 없을 정도로 덥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엄청난 습도! 기본적으로 일 년 내내 습하고 끈적거리는 날씨를 지는 오키나와. 여름에는 3분만 걸어도 온몸이 땀으로 젖고, 공들여 한 메이크업도 한 시간만 지나면 흔적도 없이 지워집니다. 열대성 스콜도 잦은 편이라서, 해가 쨍쨍하다가도 쏴- 하고 비가 내리다가 또 언제 그랬냐는 듯 그치고 해가 나는 날씨가 반복됩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오키나와는 자연스럽게 일본 본토와 다른 ‘자동차 사회’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본 오키나와 사람들은 정말 걷는 것을 싫어합니다. 5분 거리의 편의점도 차를 타고 다니며, 고등학교만 졸업 이후 한 번도 버스를 타 보지 않았다는 사람이 넘쳐날 정도니까요. 오키나와에서 가장 유명한 대학교인 ‘류큐 대학’에 갔을 때, 건물은 별로 없는데 주차장이 너무 넓어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네요. 오키나와에서는 대부분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면허를 취득해, 통학도 통근도 자가용으로 하는 것이 일상입니다.

오키나와는 중고차가 활발하게 거래되는 곳이기도 해요. 보통 한 집에 2대 이상, 많게는 가족 인원수대로 차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중고차를 이용하는 것이 금전적 부담이 적기 때문이죠. 또 쉽게 사고팔 수 있다는 점에서 대학생이나 유학생도 단기간 사용을 위해 중고차를 많이 이용해요. 


 


중고차가 사랑받는 큰 이유가 하나 더 있는데 이 역시 오키나와의 날씨와 관련이 있습니다. 오키나와 날씨는 일본어로 ‘사비야스이サビ易い’, 즉 녹이 슬기 쉬운 날씨입니다. 기본적으로 습하고 비도 태풍도 자주 오는 데다, 바다의 영향으로 공기 자체의 염도가 진하기 때문이에요. 

한국에서는 어릴 때나 해봤었던 손 세차를 오키나와의 여름에는 태풍만 지나가면 해야 할 정도입니다. 호스로 꼼꼼히 물을 뿌려 빗물과 염분을 씻어내 주어야 하는데요. 요즘도 손 세차를 할 때마다 어린아이가 된 기분이에요! 하지만 아무리 정성스럽게 관리해줘도 결국 녹이 슬어버리기 때문에 굳이 삐까번쩍한 새 차를 고집하지 않는 것이죠. 실제로 오키나와의 엄청난 중고차 수요 때문에 일본 각지에서 중고차를 오키나와에 보낸다고 합니다. 그래서 오키나와에서 중고차를 사려고 한다면 사고 이력이나 내부 상태 등을 더욱 꼼꼼히 따져보아야 한다고 해요. (렌터카의 경우는 물론 새 차를 쓰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자동차 사회 오키나와. 저 또한 처음에는 오키나와 현지인들의 조금도 걷기 싫어하는 모습이 이해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절로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일본이라는 똑같은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본토와는 다른 문화를 지니고 있는 오키나와. 참 흥미롭지 않으신가요?


 
 
봉짱
영원한 한량을 꿈꾸는 외국인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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