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너 XXX라고 들어봤니

오늘 하루도 쭈구리고 있었더니 온몸이 너무 아프다.
이 근처에 우리 회사 사람은 없겠지?
에라 모르겠다. 술도 한잔 했겠다, 얘기나 좀 해야겠다.



 회사에서 교육을 듣기는 참 어렵다. 인재 육성이라는 명분 아래 이런저런 교육 과정들이 개설되긴 하지만 현업을 제쳐놓고 교육만 찾아다니기에는 시간이 도저히 나질 않고, 설령 시간이 된다고 해도 "교육 좀 다녀오겠습니다."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내기에는 눈치가 너무 보인다. 회사에서 업무 말고 다른 일을 하기는 이렇게나 어렵다. 이런 상황을 예견한 건지 개설되는 수많은 강좌 중의 일부는 직급별로 반드시 수강해야 하는 과목들로 개설된다. 물론 제아무리 필수 교육이라고 해도 들으러 간다고 했을 때 눈치가 보이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이건 꼭 들어야 하는 과정입니다."라고 논리를 세우기에는 아무래도 덜 부담스럽다. 


 

ⓒ 아… 이런 것좀 그만 합시다…


아무튼, 이런 교육은 현업 외에도 업무와 관련된 새로운 지식을 얻게 된다는 장점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큰 장점은 뭐니뭐니해도 사무실을 떠날 수 있다는 것이다! (상사 없는 곳으로 혼자 떠나는 교육은 모든 교육이 갖춰야 할 필수적이고도 기본적인 조건이다.) 기왕 교육을 들으러 왔으니 잘 듣고 많이 배워가면 좋겠지만, 이렇게 자리를 떠나있다 보면 나도 모르게 긴장이 풀리게 된다. 이 비루한 심신이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한껏 들떴다가 긴장이 풀려 나른해지는 것이다. 허리를 딱 펴고 온 정신을 집중해도 밀려오는 잠을 이길 수는 없다. 2시간 동안이나 앉은 자리에서 헤드뱅잉을 한 것이 바로 어제 일이므로 의심의 여지가 없다. (내가 직접 겪어봤다니까.)

 
 
ⓒ 물론 이런 헤드뱅잉 입니다.

 
모처럼 가게 된 교육에서 정신없이 졸고 나서 "아무래도 내가 피곤한 것이 틀림없어!"라는 결론을 멋대로 내려버린 후, 바로 집으로 들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언제나처럼) 마음을 비우고 푹 쉬는 것이 너무 즐거워서 또 늦게 잠들어 버렸지만, 어떤 격한 움직임 없이 하루를 마무리했다. 다음날이 열심히 일해야 하는 날이라면 부담스러워서 좀 일찍 잠을 청했을 텐데, 아침에 바로 세미나를 들으러 외부로 출근하는 날이라 한껏 여유를 부렸던 것이다.
 
정시에 도착하여 강당 뒤쪽에 여유롭게 자리를 잡고, 앉자마자 잠이 또 밀려왔다. 엉덩이를 의자 앞쪽으로 쭉 빼고 등받이에 기대 잠을 청하기 직전, 주머니에 넣어둔 휴대폰이 영 불편해서 꺼내면서 별생각 없이 뒤를 돌아보았다. 그런데 맙소사?! 어제의 강사가(임직원이 강사가 되어 강의하는 과정이었기 때문에 어제의 강사님도 우리 회사의 직원인 것이다.) 내 바로 뒤에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눈이 딱 마주쳐버린 나는 그대로 얼음이 되어 버렸다.


 
 
ⓒ 사실 땡은 아무도 안해줬는데 풀렸습니다.


회사에서 돌아다니다 보면 "야, xxx라고 아냐? 걔 좀 어떠냐?"고 묻고 답하는 것을 상당히 자주 볼 수 있다. "일 잘해요. 착하고. 무엇보다 애가 똑똑하더라고요."라는 말을 들어도 모자랄 판국에, "걔 제가 하는 교육 들으러 왔던데 끝날 때까지 계속 잠만 자더라고요. 다음날 세미나에서도 마주쳤는데 거기서 또 자대요? 뭐 하는 놈인지 모르겠어요."라는 소리를 들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오늘은 절대 잠들 수 없다!'는 생각에 이면지를 꺼내 들고 세미나 내용을 정리하는 척했다. 이미 나의 육신은 '척'도 아니고 손이라도 계속 움직이지 않으면 의식을 잃을 상태였기 때문에 선택한 최후의 방법이었다. 앞에서 세미나 강사는 자기네 회사 상품을 팔기 위해 세미나를 가장한 상품 소개 중이고, 나는 2시간 동안 필기 아닌 필기를 했다. 
 
 
세미나가 끝난 후 뒤를 돌아보니, 어제의 그 강사님은 어느새 자리를 떠난 후였다. '졸지 않고 무사히 버틴 나의 모습을 보셨으면 좋으련만...' 이라고 생각하며 필기한 내용을 보니, 분명 잠을 물리치기 위해 시작한 필기였는데 글씨와 종이가 난투극을 벌이고 있었다. 그 강사님은 내가 잠을 물리치는 모습을 본 것이 아니라 나의 헤드뱅잉을 보셨을 것이다. 어제는 정면에서, 오늘은 뒤에서. 내가 회사에서 욕을 먹는다면 그건 분명 잠 때문일 것이다..,.



 
 
ⓒ 결국 이미지 게임이에요. 그림이랑은 안맞지만.


 

과연 저는 어떤 이미지로 보이고 있을까요? 궁금합니다 궁금해요.

 
 
이미지출처 : 구글
 

쭈구리   
오늘도 하루종일 쭈구리고 있었더니 온몸이 너무 아프다. 이 근처에 우리 회사 사람은 없겠지? 에라, 모르겠다. 술도 한잔 했겠다 얘기나 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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