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 같은 높이에서

오늘 하루도 쭈구리고 있었더니 온몸이 너무 아프다.
이 근처에 우리 회사 사람은 없겠지?
에라 모르겠다. 술도 한잔 했겠다, 얘기나 좀 해야겠다.



 아마 몇 번(이라고 하지만 사실 꽤나 자주) 언급한 것 같지만, 나는 대기업에 다니고 있다. 회사 이름만 대면 대부분의 사람이 “아 거기?” 라고 말할 정도로 나름의 인지도도 있고, TV나 극장에서도 심심치 않게 광고를 볼 수 있는 회사다.
 이런 기업들뿐 아니라 대부분의 기업이 그렇겠지만, 회사의 목표는 더 좋은 제품 /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것이고, 그 최종적인 목표는 해당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되는 것일 게다. 우리나라에서 ‘세계 최고’라고 자부할 수 있는 제품 /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회사도 상당히 많지만, 세계적으로 봤을 때 경쟁자는 여기저기 널려있고 그들을 앞서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서로의 이익이 맞아 떨어질 때 각 기업들은 합종연횡하며 협력과 경쟁을 이어간다. 


 
 
ⓒ 세계 최고. 뭐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지난주 주간 회의에서 이번에 우리 회사가 ‘누구나 인정하는 세계 최고의 회사’와 co-work을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말을 전해 듣는 것만으로도 놀랐으니 실로 대단한 일일 게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전해 주신 상무님께서 굉장히 인상 깊은 이야기를 해 주셨다. 

“세계 최고의 회사와 co-work을 하기 위해서는 우리도 그들의 수준에 맞춰야 한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일해온 방식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그들의 수준에 맞추는 것은 굉장히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그 어려운 일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우리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였지만, 그 말을 듣자마자 경각심이 생겼다. Co-work을 한다기에 ‘그냥 그런가 보다. 우리 회사 대단하네~’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같이 일을 한다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먼저 그 수준에 올라 있는 것이었다. 이 당연한 것을 왜 생각 못 했을까?


 
 
ⓒ 진정한 co-work은 서로가 서로를 인정할 때. 

 
사람은 누구나 뛰어난 사람을 동경하기 마련이다. 내가 가지고 있지 못한 능력을 뽐낸다거나, 가만히 있어도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가 뿜어져 나오는 사람을 보면 우리는 그들과 닮고 싶어 하고 그들과 함께하고 싶어한다. 그런데 그들로부터 인정받기 위해서는(인정이라는 말을 쓰니 누가 더 위에 있고 누가 아래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잠시 모른 척하고) 나 역시도 그들과 같은 높이에 올라 있어야 하는데, 이 점을 놓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든든한 조력자가 되거나 건강한 라이벌이 되기 위해서는 나도 그들에게 믿음이라거나 신뢰라거나 자극을 줄 수 있어야 하는데, 그저 동경의 대상으로 바라보고만 있으면 그들은 나를 협력의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을 테니까.


 
 
ⓒ 베지터 자리에 미스터 사탄이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림이 될까요..?


 회사에서 일할 때도 마찬가지다. 회식 자리에서 들었는데 회사에서 사원에게, 대리에게, 과장에게, 차장에게, 부장에게 바라는 퀄리티는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고 한다. 마지노선이라고 해야 할까? 그 레벨을 충족시키는 사람과 같이 일 할 때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자기 할 일만 잘해도 일이 술술 풀리는 반면에, 영 걱정되고 불안한 사람과 일을 할 경우에는 설령 상대가 나보다 상급자라고 할지라도 일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고 장애물에 턱턱 걸린다는 것이다. 비록 지금은 일개 쭈구리일 뿐이지만 나도 언젠가는 대리, 과장, 차장, 부장이 될 텐데- 그때의 나는 어떨지 궁금하다. 아니 그 전에 지금의 나는 어떤지 걱정이 된다. 나는 과연 그 레벨을 충족시키고 있을까?

그들과 같은 높이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세상엔 고수가 너무 많습니다.
저 같은 애 둘이 퓨전을 해도 이기지 못할 사람들이 수두룩해요.
아 먹고 살기 참 힘든 세상입니다.


 
이미지출처 : 구글
 

쭈구리   
오늘도 하루종일 쭈구리고 있었더니 온몸이 너무 아프다. 이 근처에 우리 회사 사람은 없겠지? 에라, 모르겠다. 술도 한잔 했겠다 얘기나 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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