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 흔들린 우정

오늘 하루도 쭈구리고 있었더니 온몸이 너무 아프다.
이 근처에 우리 회사 사람은 없겠지?
에라 모르겠다. 술도 한잔 했겠다, 얘기나 좀 해야겠다.



 "우리는 친구다." 
 대학교에 입학해서 처음 간 신입생 OT때 같은 방에서 지낸 것이 인연이 되어, 대학생활 내내 붙어 다닌, 우리는 친구다. 중간중간 군대다, 휴학이다, 공백기가 있었지만 우리는 5명이었기 때문에 누군가는 학교에 있었고, 누군가와는 함께 다닐 수 있었다. 대학생활 내내 그렇게 함께 학교에 다녔고, 수업을 들었고, 과제를 함께했으며, 시험공부를 함께했다. 그렇게 함께 지낸 대학 생활, 각자 한두 학기 정도 차이는 있었지만, 함께 졸업했다. 우리가 친구가 된 지 그렇게 10년이 흘렀다.

 
 
ⓒ 학점은 조금 걱정되긴 했다.


남자들이 어울려서 놀 일이 뭐가 있었을까. 우리의 대화 주제는 지극히 간단하고 명료했다.

1.    뭐 하고 놀래?
2.    연애 잘하고 있냐?
3.    과제 했냐?
4.    시험범위 어디냐?


 가장 어려운 것이 당구를 칠지 PC방을 갈지 술이나 마실지 정하는 일이었던 당시의 우리는 그저 함께 어울려서 하루하루 노는 것이 좋은 어린이들이었다. 같이 있으면 재미있고 즐거워서 시간 가는 줄 몰랐고, 짐승처럼 술을 마셔 인사불성이 되어 보기도 했고, 군대에서 걸려오는 전화에 실컷 놀리다가 내가 그 처지가 되었을 때 후회하기도 했던 우리는, 친구였다. 


 
 
ⓒ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ㅋㅋㅋㅋ

 
그렇게 시간이 흘러 대학교를 졸업하고, 학교라는 울타리를 넘어 이제 각자 가야 할 방향으로 한 발씩 걸어가고 있는 요즘. 5명의 친구 중 4명은 취직을 하고 1명은 아직 취직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그런 것쯤은 우리처럼 끈끈한 친구 사이에서는 아무 문제 될 것이 없기 때문에 학교를 졸업하고도 정기적으로 연락하며 종종 만나기도 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우리가 만나서 하는 이야기 중에 ‘0. 회사 이야기’가 메인 주제가 되었다는 것뿐이다.

 매일 겪는 일상의 무대가 학교에서 회사로 바뀌었으니, 그곳이 이야기의 주 무대가 되는 것은 어찌 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10년을 같은 곳에서 똑같이 생활하다가 각자가 겪는 새로운 세상이 눈 앞에 펼쳐지니 거기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 역시 당연한 일이다. 그렇게 생각했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그 1명의 친구가 함께 만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함께 지낸 날들이 어쩐지 과거가 되어가는 느낌이었다.


 

ⓒ 과거의 친구.. 지금도 분명 친군데.


 “회사 이야기만 나오니 내가 할 수 있는 말이 없네.”
 “너희 보면 부럽고 나 스스로에게 화도 나고 좀 그렇다.”
 “놀고 나면 내가 수입이 없으니까 조금 부담되기도 하고.”



 같이 모여서 즐겁게 놀고 쓴 돈은 n빵으로 나누고 하는 일에 익숙해 져 있던 넷에게 저 말은 신선한 충격이다 못해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생각이었다. ‘친구끼린데 뭐 어때, 돈이 부족하면 빌려주거나 이번엔 우리끼리 내면 되지 임마.’ 라고 생각했는데, 저기서 말하는 ‘우리’ 에 그 ‘1’은 빠져 있던 것이다. ‘우리’가 ‘우리’가 아니게 되었다.


그 후로도 친구들은 종종 모이지만, ‘1’인 친구는 아쉽게도 매번 사정이 있어 참석하지 못하고 있다. 어떤 사정인지 듣고 충분히 공감은 되지만, 마냥 그 사정이 이유는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시간이 해결해 주길 기다릴 수밖에 없는 이 상황이 답답하지만, 떠오르는 방법은 없다. 그냥 안부나 물어봐야겠다.



 
 
ⓒ 아. 옛날이여.



이게 뭐라고 친구들끼리 이렇게 마음을 써야 하는 걸까.


이미지출처 : 구글


쭈구리   
오늘도 하루종일 쭈구리고 있었더니 온몸이 너무 아프다. 이 근처에 우리 회사 사람은 없겠지? 에라, 모르겠다. 술도 한잔 했겠다 얘기나 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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