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 춤은 고래만 추나

오늘 하루도 쭈구리고 있었더니 온몸이 너무 아프다.
이 근처에 우리 회사 사람은 없겠지?
에라 모르겠다. 술도 한잔 했겠다, 얘기나 좀 해야겠다.


 
 ‘과연 내가 잘 하고 있는 걸까? 아니 그 전에 내가 잘하는 게 있기는 한 걸까?’ 같은 고민에 빠져 힘들어하는 사람이 주위에 있다면, 그를 구원해 줄 수 있는 가장 쉬우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을 살짝 공유해 줄까 한다. 원래 이런 노하우를 다른 사람들에게 공유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이건 워낙 간단한 거니까 선심 쓰는 셈 치고 알려드리지. 그건 바로 칭찬이다.
 
 
ⓒ 이런 걸 보고 ‘당연한 소리’ 라고 합니다.

 주위 사람들이 하는 말은 전문 용어를 가장한 외계어 같아서 하나도 못 알아 듣겠고, 무슨 소린지 모르니 재미나 흥미가 있을 리 없고, 의욕과 자신감이 자연스레 동반 추락해서 ‘과연 내가 이 회사에 들어온 게 맞는 일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던 시기. 아마 입사 6개월 ~ 1년 사이의 일이었을 것이다.


 그때의 나는 도무지 어떤 일에도 집중할 수 없어서 언제나 멍한 상태였다. 그 날도 마찬가지였는데, 멍한 상태로 상무님, 팀장님, 차장님과 회의실에 틀어박혀 PPT로 보고서를 작성하던 중이었다. 
 역시나 무슨 소린지 몰라 ‘그냥 저 사람들 떠드는 거나 적어두자’는 생각으로 그들이 토론하고 회의하는 내용을 PPT의 하얀 백지 위에 옮겨 적었다. 무념무상의 경지에 빠져 내가 녹음기인지 타자기인지 모르는 지경이 되었을 때, 상무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야~ B!! 말한 걸 언제 이렇게 다 정리해서 적어놨어? 너 PPT좀 만드는구나?” 
 
 
ⓒ 저요? 저 말이죠??

 
 상대적으로 손이 느린 그분들에게 내가 한 짓은 굉장히 능숙하고 뛰어나게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으로 보였지 싶다. 그렇게 별것 아닌 한 마디에 나는 프로 PPT꾼이 되었고, 고래뿐 아니라 나도 기쁨의 춤을 추게 되었다.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라는 공자님의 말씀이 참이었던가. 여전히 무슨 소린지 모르는 내용이었지만 그 순간부터 나는 어깨춤을 추며 작업을 이어 나갔고, 보고서의 퀄리티도 자연스레 높아졌다. 그 보고서로 진행된 보고의 결과가 좋았음은 물론이다. 잘 사용하면 높으신 분들에게 포인트를 쌓을 수 있어 po포인트wer 라더니, 나를 보는 그분들의 시선이 조금은 바뀐 것 같아 괜히 기분이 좋기도 했다.
 
 

ⓒ 즐기는 자 모드가 되었지만 일을 즐겼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때 지나가듯 들려온 한 마디가 아니었으면 나는 진작에 회사를 그만두었거나, 아직도 끊임없이 멍해 있는 멍청이였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 한 마디는 나를 바꿨고, 내 회사 생활을 그 시절보다 조금 더 생기 있게 만들어 주었다. 칭찬 한 마디는 참 쉬운데, 그 한마디가 가져오는 변화는 이렇게나 대단하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분 중에 높으신 분이 있다면, 후배들에게 칭찬 한마디 건네주시면 어떨까요?


그 날부터 어지간한 보고서의 작성은 제가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요구사항은 점점 추상적이 되어가고, 여전히 무슨 의민지 모르지만 어찌되었건 그려내야 하는 저는 ppt치는 소년 또는 mr.그림판 이라 스스로를 부르곤 합니다.



네, 눈치 채셨겠지만 이번화의 주제는 ‘새옹지마’ 입니다.


이미지출처 : 구글


쭈구리   
오늘도 하루종일 쭈구리고 있었더니 온몸이 너무 아프다. 이 근처에 우리 회사 사람은 없겠지? 에라, 모르겠다. 술도 한잔 했겠다 얘기나 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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