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 참 별거 아닌데

오늘 하루도 쭈구리고 있었더니 온몸이 너무 아프다.
이 근처에 우리 회사 사람은 없겠지?
에라 모르겠다. 술도 한잔 했겠다, 얘기나 좀 해야겠다.



세상에는 참 별거 아닌 데 그냥 있자니 기분이 나쁘고, 그렇다고 이야기하자니 너무 쪼잔해 보일 것 같은 일들이 있다. 지금까지 이 글들을 읽었으면 왜 이런 인트로를 던지는지 대충 눈치챘겠지? 그래. 이런 일들은 회사 생활에서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오늘은 회사 생활에서 만나게 되는, 정말 별거 아닌데 말하기엔 애~매~~한 그런 일에 대해 말해볼까 한다.
 
 
ⓒ 그래, 이런 거라니까


요즘 함께 일하는 카운터 파트의 담당자는 과장님 한 분, 내 동기 한 명, 후배 한 명, 총 3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한팀이 되어 움직이는 그들은 업무 진행을 위해 회의를 굉장히 중요시 하는 타입인데, 그렇다 보니 회의 빈도도 굉장히 많다. 특히 요즘에는 그 정도가 심해져서 1주일에 무려 4번의 회의를 할 때도 있으니, 어느 정도인지 대충 느낌이 올 것이다. 처리해야 하는 일이 워낙 많아서 우리의 회의는 많은 이야기가 오가고, 많은 의사 결정이 이루어지고, 자연스레 많은 할 일이 생기곤 한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그 날도 예정된 회의를 하기 위해 회의실에 먼저 도착해 앉아 있는데, 그들이 PC 없이 수첩 하나 달랑 들고 들어오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약속된 시간보다 늦게 오는 거야 ‘뭐 급한 일이 생겼겠거니’ 하고 넘어가려고 했는데… .뭐 무튼 별생각 없이 앉아 있었는데, 그들은 자리에 앉자마자 갑자기 고압적인 태도를 보였다.



“자, 회의 시작 하시죠. 오늘 안건은 뭐죠?”

 

ⓒ 안건이 뭐냐고 이렇게 소리를 지르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이미지예요 이미지.

 
분명히 오늘의 안건은 그들이 내게 메일로 미리 전달했던 터였다. 모를리 없을 텐데도 저렇게 물어본다는 것은 회의 안건을 화면에 띄워달라는 말이겠거니… 하고 그들이 보내 준 회의 안건을 띄웠다.


“오늘 회의 안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그럼 보내주신 순서대로 1번부터 진행…”
“아니요, 중요한 항목부터 먼저 하시죠.”



 음.. 평소에는 자기들이 보낸 순서대로 하지 않으면 노발대발하더니 오늘은 내 말을 중간에 자르면서까지 저런다는 거지? 그치만 회의에서 중요한 항목부터 논의하는 거야 당연한 거니까…


“그러시죠. 어떤 거 먼저 볼까요 그럼?”
“아니 중요한 게 뭔지 몰라요 B씨? 저 중에서 제일 중요한 게 뭐겠어요?”
“네. 3번 항목부터 보시죠.”



본인이 내 팀장이야 아니면 선생님이야. 저 ‘네놈 설마 이것도 모르는 게냐?!’며 확인하려는 말투는 대체 뭐지. 카운터 파트의 담당자들은 평소에도 저런 말투로 쏘아붙이는 것이 취미긴 했지만, 그 날은 뭔가 정도도 심했고 덩달아 내 기분도 꾸준히 나빠졌다.


 

ⓒ 저 표정이었으면 너무 티 났을 텐데…


“이 건은 지난번에 말씀드렸던 거잖아요? 아직도 내용을 모르시면 어떻게 해요?”
“네, 그때 답변 주셔서 저희가 이렇게 답변 드렸었죠. 그거에 대해서 확인해 달라는 거예요.”
“그걸 이제서야 갑자기 확인해 달라고 하면 저희가 언제 보고 의사 결정을 해요!”
“3일 전에 드렸습니다. 메일 띄워볼까요?”



꾹꾹 눌러가며 참아서 그런 걸까. 그 날 진행된 2시간의 회의는 마치 20시간짜리 마라톤 회의처럼 느껴졌다. 겨우 모든 안건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고, 드디어 회의를 끝내게 되었을 무렵. 그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건성건성 “수고하셨습니다.” 라고 말고 회의실에서 나가며 마지막 한 마디를 남겼다.



“오늘 회의록은 정리해서 보내주세요~”


기관총처럼 내뱉는 그들의 말은 다 무시하고 싶었지만, 그래도 업무와 관련된 내용이니 놓칠 수 없어 일단 적어는 두었다. 내가 기억하고 해야 할 일은 해야 하니까. 그런데 저 말투는 뭐지? 너무나도 당연하게, 마치 하급자 대하듯 하는 저 말투는? 지난번 회의도 그 지난번에도 내가 썼고, 회의록은 분명히 번갈아 가면서 쓰자고 했는데? 그쪽엔 내 동기(나보다도 어린 게!)도 있고 후배(심지어 후배라고 후배)까지 있는데?!


회의를 하러 오는 건지 보고를 받으러 오는 건지….
아 정말 그냥 있자니 기분 나쁘고 말하자니 쪼잔한, 그런 일이다.

 
 
ⓒ 와장창 이다 와장창


절대 회의록이 쓰기 싫어서 그런 거 아닙니다. 귀찮기는 하지만 할 수 있어요. 정말이에요….

쪼잔해 보이지는 않죠?



이미지출처 : 구글


쭈구리   
오늘도 하루종일 쭈구리고 있었더니 온몸이 너무 아프다. 이 근처에 우리 회사 사람은 없겠지? 에라, 모르겠다. 술도 한잔 했겠다 얘기나 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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