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 도장을 깨자

오늘 하루도 쭈구리고 있었더니 온몸이 너무 아프다.
이 근처에 우리 회사 사람은 없겠지?
에라 모르겠다. 술도 한잔 했겠다, 얘기나 좀 해야겠다.



보고의 목적은 무엇인가.
추상적으로만 보이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의외로 쉽다.(신입사원 교육이라던가 진급 교육이라던가 가면 주구장창 알려준다.) 보고의 목적은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내 이야기를 듣는 사람에게 지금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것이 그 첫 번째요, 나의 논리로 상대를 설득하는 것이 두 번째라 할 수 있다. 

물론, 어디까지나 이상적일 때 이야기다. 
내 입장에서 정말 주관적으로 ‘보고란 무엇인가’ 를 말한다면… 도장깨기, 랄까.


 

@ 그래, 이런 거.


도장을 깬다는 것은 쉽지 않다.
각 유파가 오랫동안 다듬어 온 기본기를 넘어서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간직하고 만들어온 비전 기술을 극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성공적으로 도장을 깬 사람들이 칭송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미야모토 무사시가 그랬고, 최배달이 그랬던 것처럼 성공적인 도장 격파꾼들의 위명은 후대까지 길이길이 기억되고 있으니 말 다 했지.


불량 식품에 들어가 있는 조미료처럼 과장을 팍팍 쳐서 말하자면, 회사에서의 보고는 도장 깨기보다 더 어려울지도 모른다. 도장이 많은 것은 둘째 치고, 그들과 동등한 레벨에서 겨룰 수 없다는 것은 셋째로 치더라도, 회사에서의 보고는 정말 어렵다. 보고를 받는 사람이 높으면 높을수록 더 어려워진다.


 

@ 음 어디 한번 들어와봐

 
최근 CEO 보고 건이 있어 과장님과 늦게까지 야근을 하고 주말에도 출근하며 자료를 만들고 있지만, 이 보고는 도무지 잘 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애초에 전제부터 잘못된 내용을 다듬고 포장해서 보고자료로 만들어야 하다 보니 온갖 곳에서 논파 당하는 느낌이랄까.
 
1주일을 준비해서 만든 첫 번째 자료는 반나절 만에 팀장님에게 논파 되어 버렸다. 

“이건 뭔데? 이건 뭐니? 어떤 생각으로 쓴 말이니?” 

와 같은 기본 공격조차 넘지 못하고 와르르 무너져 버린 우리는, 팀장님을 새로운 문주로 추대해 다시 1주일을 투자했다. 그렇게 1주일을 투자한 자료는 상무님에게 2시간 만에 박살이 나 버렸다.

“이 관점에서는 생각해 봤나? 너무 당신들 팀이 익숙한 관점으로만 보려고 하면 안 되는 거야. 이렇게도 보고 저렇게도 봐야지.”

화려한 변칙 공격으로 우리를 제압한 상무님을 새로운 대장으로 하여 3일간 준비한 자료는 오늘, 전무님에게 1시간 만에 뒤집혀 버렸다. 


 

@ 그래도 회사는 다닐 수 있나요


보고를 할 때마다 리뉴얼되는 이놈의 자료를 보며 새로 영입된 두목님들은 “보고자들이 알아서 잘해”라는 적당한 코멘트를 남기고 떠나갔고, 자리에 남은 쭈구리 둘은 내일 있을 부사장님 보고에 떨며 오늘도 야근하고 말았다.


이번 도장은 깰 수 있을까?
아니면 이번에도 깨지고 내일도 야근해야 하는 걸까. 주사위는 던져졌고, 보고는 내일이다. 내일이 오면 알 수 있겠지. 죽겠다 정말.

 
 
@보고도 마찬가질 거야.



보고 앞에서는 사원도 과장도 가릴 것 없이 쭈구리가 된다는 것을 알려주는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지출처 : 구글


쭈구리   
오늘도 하루종일 쭈구리고 있었더니 온몸이 너무 아프다. 이 근처에 우리 회사 사람은 없겠지? 에라, 모르겠다. 술도 한잔 했겠다 얘기나 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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