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봉짱, 직장을 그만두고 낙도에 유배되다?


오키나와에서 가장 발달된 도시 ‘나하’.
번화한 도심지일 뿐만 아니라 공항도 위치하고 있어
관광객들이 필수로 거쳐 가야 하는 거점입니다.



그러나 (지역 소개편에서 언급 나하에는 그다지 볼거리가 없어요. 특히 오키나와 하면 떠오르는 에메랄드 빛 바다는 나하 시내에서는 눈을 씻고 봐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황량한 도심지라고나 할까요. 저 또한 손님들에게 “오키나와는 나하에서 멀어질수록 예뻐요”라고 농담처럼 말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제일의 도심지이기 때문에 편리한 생활 여건을 갖추고 있으며, 상업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관광객에게는 특별할 것 없는 곳이겠지만 오키나와에 거주하는 저 같은 사람에게는 살기 좋은 아늑한 도시입니다. 있을 건 다 있는 편리한 24시간 슈퍼, 50m마다 보이는 편의점, 친구랑 놀다가 늦게 들어와도 무섭지 않은 밤거리 등등...


 

@ 나하의 야경. 나하도 나름 도시라구요!


저는 워킹홀리데이로 있을 때부터 죽 나하에서 근무하고 거주했었습니다. 쉬는 날이나 여행갈 때를 제외하고는 나하에서 벗어나지 않던 저에게 어느 날 갑작스런 변화가 닥쳐옵니다. 


갑자기 직장을 그만두게 된 것이죠.


오키나와에 와서 이리저리 치이느라 맘 놓고 쉬어본 기억이 별로 없었기에, 처음에는 그저 좋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런 준비 없이 갑작스럽게 내린 결정은 이내 막막한 마음을 키웠습니다. 주위 사람들에게 “나 자유다, 놀자!”라고 연락하는 동시에 “그런데 어디 일할 데 없을까?”라며 도움의 손길을 청했습니다.


그러던 중 소개받은 일자리.


나하에서 고속선으로 50분, 느린 페리를 타면 2시간이나 가야 하는 작은 낙도 ‘자마미 섬’에 있는 작은 민숙(민박집)이었습니다. 한국인 한 분이 오래 일하면서 열심히 홍보한 덕에 한국인 사이에서 유명해졌는데, 그 분이 갑자기 그만두게 되면서 한국인 손님들과의 의사소통에 곤란을 겪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자마미는 오키나와 전체를 통틀어 제가 두 번째로 좋아하는 곳입니다. 반할 수밖에 없는 투명한 파란 바다를 가졌어요. 그곳에서의 스노클링은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고, 해변에서 수영하다가 우연히 바다거북과도 만날 수 있을 정도로, 자연을 그대로 간직한 아름다운 섬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놀러 가는 것이 아닌 몇 달을 살러 간다고 생각하니, 괜찮을까? 싶은 걱정이 먼저 들었습니다. 몇 명 없는 아는 사람들도 전부 나하에만 있고, 집도 나하에 있고, 나하를 떠나서 살아본 적이 없는데 너무 갑작스런 결정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같이 살던 친구들은 “무슨 귀양길이야? 편의점도 없는 그런 깡촌에서 네가 살 수 있겠어? 가보고 아니다 싶으면 그냥 빨리 돌아와”라며 농담 반, 걱정 반을 보냈습니다.


부랴부랴 내린 결정이라 정원이 적은 고속선에는 이미 자리가 없어서 느린 페리를 탔습니다. 페리가 천천히 항해하는 두 시간 동안, 이런저런 생각이 뒤엉켜 마음이 복잡했습니다.


 

@ 이렇게 덜컥 결정해 버려도 괜찮은 걸까?


그러나 자마미 항구에 도착한 순간, 모든 걱정은 쓸데없는 것이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너무나도 예쁜 항구의 바다를 보자 ‘그래, 이런 게 오키나와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시에서 일할 거였으면 굳이 일본까지 온 이유가 있었을까? 바로 이런 생활, 눈앞에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살고 싶었던 거 아니었나?

 

@ 항구마저도 예쁜 자마미 섬


다행히 오너도, 같이 일하는 사람들도 좋은 사람들이었습니다. 일에 대한 스트레스로 지쳐 있던 저에게 자마미 섬에서의 여유로운 생활은 말 그대로 전화위복이 되어 주었습니다. 


또 자마미는 생각보다 더 환상적인 곳이었습니다. 바다는 비치뿐만 아니라 무인도에 이르기까지 들어가는 포인트마다 다른 세계를 보여주고, 한밤중에 불빛 하나 없는 캠프장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면 수많은 별들로 마치 우주의 한 가운데에 있는 기분이 듭니다. 방파제에 걸터앉아 맥주를 마셨고, 술집에서는 밤늦게까지 세상 돌아가는 얘기가 한창이었습니다. 산 곳곳에 있는 전망대는 또 다른 자마미의 뷰를 보여줍니다.


도전은 언제나 설레는 일이지만 결정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뒤따르는 것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내가 해왔던 것들, 이루어 놓은 것들을 버리고 새로운 길을 떠나는 것은 분명 용기가 필요하지만, 저의 경우는 언제나 더 좋아졌던 것 같아요. 가끔은 너무 많이 이것저것 생각하지 않고 용감하게 한 걸음, 내딛는 것이 필요한 순간도 있는 것 같습니다. 
아름다운 자마미 섬 이야기는 기회가 되면 또 쓸게요. ^^




사진 출처 : 구글 이미지.



봉짱
영원한 한량을 꿈꾸는 외국인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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