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 인사의 계절

오늘 하루도 쭈구리고 있었더니 온몸이 너무 아프다.
이 근처에 우리 회사 사람은 없겠지?
에라 모르겠다. 술도 한잔 했겠다, 얘기나 좀 해야겠다.



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에 온갖 장식품이 달리고, 고생 많았던 한 해를 보내는 맥주 한잔. 

“올 한해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래 수고 많았다. 내년에도 잘 해보자.”
“넵! 내년에도 잘 부탁 드립니다!”

와 같은 따뜻한 말이 오가는 훈훈한 연말, 훈훈한 송년회.

… 는
개뿔.
인사의 계절을 맞은 우리 회사는 요즘 아주
난리다.



 
 
ⓒ 물론 이 인사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상대적으로 굉장히 조용하게 넘어갔던 작년에 비해 (작년에는 변화가 거의 없었다!) 올해 회사 분위기는 예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혼란스럽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최고 인사권자부터 교체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어느 출근길, 동기들끼리 모여있는 메신저 방에 인터넷 기사 하나가 링크되었다. 무슨 내용인지 확인한 동기들은 모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연임할 것이 유력하다는 소문이 파다했던 CEO의 교체 기사. 천년만년 있을 것 같았던 CEO는 그렇게 떠나갔고, 새로 부임 예정인 CEO에 대한 소문이 무성해졌다. 이런 사람이라더라, 저런 사람이라더라. 이건 좋아하고 저건 싫어한다더라. 우리한테 좋은 소식인 것 같다더라, 아니라더라. 회사 주식이 오르는 것 같다더라, 또 떨어진다더라!

누구나 새 술은 새 부대에 담고 싶어하는 법. 새로 오신 대표님은 “회사에 대한 것들을 제대로 파악한 후에 개편을 진행하겠다.” 며 조직 개편 일정을 무기한 연기하셨다.


창천이사 황천당립 세재갑자 천하대길(蒼天已死 黃天當立 歲在甲子 天下大吉).
‘'푸른 하늘은 이미 죽었으니 누런 하늘이 이제 일어나리. 갑자년 올해에 천하가 크게 길하리라'. 


그리고 그때부터 세상은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 일어나라 황건적들이여!

 
이런 걸 대체 어디서 어떻게 알아오는지조차 신기한 찌라시들이 넘쳐나기 시작했고, 놀라울 정도로 그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으며, 찌라시의 특성상 신뢰할 수는 없으나 묘하게 신경 쓰이는 그런 세상이 되고 말았다.  

한번의
‘카더라 찌라시’ 가 휩쓸고 간 자리를 차지한 것은 ‘어떻게 된다더라’의 내용이 듬뿍 담긴 찌라시였다. 요즘은 CEO가 어느 분야에 관심이 있다더라. 우리 회사 제품 중에 이걸 써보기 시작했다더라. 이쪽엔 지식이 빠삭하다더라. 오늘은 몇 층에 출몰했다더라!!

그리고 그에 따라서 조직 개편과 관련된 찌라시들이 따라 나오기 시작했다. 임원급에선 이번에 누구와 누가 아웃이라더라. 그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 분야와 이 분야는 하나로 합병이 될 거라더라. 뼈대는 얼추 나왔는데 발표 시기만 고민하고 있다더라. 임원들이 총정리해서 보고를 들어갔는데 전면 리셋 되었다더라!!



 
 
ⓒ 지상 최대의 통신사, 카더라 통신!


정치판에 굉장히 회의적인 친구 하나가 이런 말을 했었다.

“야, 누가 대통령이 되든 나랑은 상관없어. 내가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겠냐 갑자기 농사를 지으러 가겠냐. 그냥 내 할 일만 잘하면서 살면 되는 거 아니냐?”

CEO가 바뀐다는 기사를 처음 접했을 때만 해도, 나 이와 비슷하게 생각했었다. 그래 봐야 내 업무가 바뀌길 하겠어, 팀이 바뀌길 하겠어. 그런데 지금보니 이거, 내가 뭘 어찌할 수는 없어도 마음의 준비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같은 결과라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들으면 좀 괜찮을지 모르니까.

곧 있으면 대격변이 다가올 것이다.
올겨울은 유난히 춥고, 길 것만 같다...
 
 
ⓒ 꺄항 대격변이다~



저는 어떻게 될까요.



이미지출처 : 구글


쭈구리   
오늘도 하루종일 쭈구리고 있었더니 온몸이 너무 아프다. 이 근처에 우리 회사 사람은 없겠지? 에라, 모르겠다. 술도 한잔 했겠다 얘기나 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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