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 연말 정산

오늘 하루도 쭈구리고 있었더니 온몸이 너무 아프다.
이 근처에 우리 회사 사람은 없겠지?
에라 모르겠다. 술도 한잔 했겠다, 얘기나 좀 해야겠다.




직장인의 13번째 월급이라 불리는 연말정산. 연'말' 정산이면서 왜 연'초'에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13번째 월급이라니까 반드시 챙기는 연례행사가 되어 버렸다. 그런데 ‘돈을 얼마나 썼고 얼마나 돌려받을 수 있는가’ 를 위한 연말정산에는 모두 열심이면서, 자기를 돌아보는 ‘연말정산’을 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음.. 연말정산이랑 어떻게든 엮어보려고 하다 보니 말이 꼬였는데 어떤 의미인가 하면, 내가 주위 사람들에게 어떻게 했는지- 같은 주제로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팀 내 연말 회식, 주위 사람과의 송년회 등등 한해를 정리한다는 핑계로 술은 그렇게들 먹어대면서 정작 나에 대해서는 얼마나 생각해 보았나. 그래서 오늘은 나의 1년간의 회사 생활에 대해 정산해 보고자 한다.

 
 
ⓒ 과거 회상을 하다 보면 동료 하나쯤 나타날지도


올해 초에는 작년 연말부터 하던 업무를 쭉 이어서 진행했다. 담당한 업무의 특성상 핸드폰만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실외를 뺀질 나게 돌아다녀야 하는 일이었는데, 이를 위해 명동 한복판에서 건장한 남자 둘이 닭살스럽게 팔로 허리를 감아가며 돌아다니는 낯뜨거운 행각도 벌였었다.    

한겨울에 고생이란 고생은 다 했지만 나름 흥미와 애정이 생기는 업무였기 때문에 별다른 군소리 없이 일했던 것 같다. (어쩌면 단순히 새해가 되었으니 열심히 해보자! 는 자기 다짐의 효과가 아직 남아있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맡았던 업무가 하나는 빠그라지고 하나는 산으로 가기 시작하면서 스트레스 지수가 급격히 상승하기 시작했다. 꽁꽁 얼었던 세상은 풀려서 봄이 왔건만, 타이밍 좋게 내 마음은 겨울이 되어 3개월간 참았던 담배를 다시 찾게 되기도 했다. 그리고 이때부터 조금씩 투덜거림이 시작되었다. (자기 다짐 효과가 끝나 버린 것인가?!)

 
 
ⓒ 출근할 때마다 투덜투덜. 너무 가기 싫었어..

 
여름이 지나 가을 초입이 되었을 무렵, 열심히 하던 업무에서 새로운 업무로 일이 바뀌었다. 하던 일이 완료된 것도 아니었고, 단지 새로운 일에 투입될 사람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 바뀐 데다가 기존에 하던 업무에 흥미를 갖고 있던 참이라 심리적으로 상당히 흔들렸던 것 같다. 게다가 함께 일하게 된 카운터 파트 담당자들도 결코 만만하지 않은 사람들이라, 스트레스는 더 높아졌고 태우는 담배의 양도 많아졌다.

답도 없고 끝도 없는 회의, 회의, 회의가 연속되었고 그에 따라 PPT를 만들고, 만들고, 만들어서 나의 본업은 프로젝트인가 ppt 제작인가- 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는 순간도 찾아왔다.(그 고민을 주위에 말했을 때 돌아오는 대답은, 너무나 당연하게도 '둘 다 네 일이야' 여서, 큰 감흥을 받지 못했다.)  

 
 
ⓒ 우-리는 모두- 살-아 있-다-


연말이 되면 좀 나아지겠지- 이것도 곧 지나가겠지- 싶은 시간이 흘러 결국 다시 연말이 되었지만 사정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고, 나를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은 "사람이 왜 반쪽이 되었냐"라며 '회사가 애 등골을 빼먹네 아주그냥' 이라는 반응을 보여 주었다.

실제로 회사가 내 등골을 빼먹는지 내가 드시라고 뽑아서 건네주는지 아니면 단순히 엄살인지 모르겠지만, 뭔가 주위 사람들이 '쟤 요즘 힘들구나' 는 알아주는 기분이라 이걸 좋아해야 할지, 괜찮은 척을 해야 할지 고민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치만 (중간에 업무가 몇 번이나 바뀔지, 새로운 게 몇 번이나 끼어들지는 모르겠지만)내년에도 지금 하는 일을 하게 될 테고, 팀장님도 올해 팀장님이 그대로일 예정이라- 당분간은 별다른 행동 없이 그냥 두기로 했다.

 
 
ⓒ 뭐라는지 모르겠다. 그냥…


이렇게 정리해 보니 굉장히 간단했던 것 같은 1년이지만, 실제로는 중간에 많은 일이 있었을 것이다. 단지 기억에 남지 않았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겼을 뿐이겠지. 

회사생활을 한해 두 해 해가면서 이렇게 정리해 본 것은 처음인데, 막상 정리해 보니 나름의 쏠쏠한 재미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간단하게나마
자신의 1년을 정리해 보는 것은 어떨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미지출처 : 구글


쭈구리   
오늘도 하루종일 쭈구리고 있었더니 온몸이 너무 아프다. 이 근처에 우리 회사 사람은 없겠지? 에라, 모르겠다. 술도 한잔 했겠다 얘기나 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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