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세상이 바뀌는 섬으로 : 봉짱의 자마미섬 이야기(上)


작년 초여름, 갑작스레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계획을 세워야만 했기에  이곳저것 알아보던 중 ‘자마미’라는 외딴섬에서 일해보지 않겠냐는 제의가 들어왔어요. 지금까지 살던 집은 계속 월세를 내야 했고, 익숙한 곳을 떠나기엔 두려움이 앞섰지만 결국 저는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그곳으로 들어가게 됩니다(12화에서 낙도에 유배됐다며 언급했죠^^).


생각지도 못하게 찾아왔지만 강렬한 추억이었던
봉짱의 자마미섬 라이프, 들어보지 않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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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여정인지라 무엇을 챙겨야 좋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슈트케이스를 펼쳐놓기만 하고 끙끙대고 있는 저를 보며 룸메이트들은 혀를 끌끌 찼습니다. 정말 가도 괜찮겠냐고, 장기는 튼튼하냐며(?!) 평소엔 관심 없던 저의 건강까지 염려해 줍니다. 착한 친구들이에요.


 

 @자마미섬행 페리. 이 커다란 배로 약 2시간을 가야 합니다. 


커다란 슈트케이스를 끌고 선글라스를 낀 채로 자마미행 배에 올라탔습니다.
선글라스를 낀 사람은 많았지만, 저보다 커다란 가방을 가진 사람은 없습니다. 모두가 가벼운 관광객 차림입니다. 내가 잘 선택한 걸까? 배를 타고 가는 내내 불쑥불쑥 걱정이 파도쳤지만 자마미항에 도착하자 이상하게도 마음이 씻겨 내려가듯 고요해졌습니다.


하지만 데리러 오겠다는 약속과 달리 항구에는 저를 찾는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사장님께 전화하니 어눌한 발음으로 ‘응? 스태프가 데리러 나갔는데?’라는 말만 반복하십니다.(이렇게 작은 섬에서도 길이 엇갈릴 수 있다니!) 10분쯤 항구를 빙빙 돈 끝에 드디어 저를 데리러 온 스탭과 만나 차를 타고 출발.
좁은 골목길을 따라 3분도 채 되지 않아 목적지에 도착합니다.


사장님은 60대 정도로 보이는 아저씨였어요. ‘세이슌正俊’이라는 성함이라고 합니다.
항구로 저를 데리러 나와 주었던 일본인 여자 스탭은 저와 동갑이라 기뻤는데 제가 왔으니 곧 그만둔다고 합니다. 이제부터는 저와 세이슌상 둘이서 생활해 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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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온 첫날이라 맛있는 걸 해주신다더니, 친구분과 둘이서 차를 타고 휙 나가셔서 들어오질 않으십니다. 일본인 스텝에게 물어봐도 웃기만 할 뿐 별말이 없었어요. 

약 4시간 만에 돌아온 세이슌상의 아이스박스에는..


 

@ ?!?!


뜨악
이만한 고기들이 가득 들어있었어요.



이제는 잡아온 생선을 손질할 시간인가 봅니다.
갈퀴같이 생긴 도구로 비늘을 막 갈아내요
천생 여자같이만 보였던 일본인 스텝도 옆에서 같이 해요.
제게도 해보라고 주셨는데 받아든 순간 미끈거려서 기겁..


 

@ 오른쪽에 보이는 여자 스텝도 열심히 손질 중. 



나 나름 서울여자인데.. 이런 시골 어촌의 풍경은 넘나 생소한 것...


드디어 세이슌상이 직접 회를 떠주십니다.
그릇에 담는 뽄새도 머리를 막 남겨서 주셔서 깜짝 놀랐어요



 

@ 살아생전 모습 그대로이신 생선님 
그래도 맛은 최고였어요^^


생전 처음 보는 생선들(심지어 생선 이름도 오키나와 방언이라 사전에 검색해도 안나오는 놈들.. 너의 이름은 무엇이니)을 배불리 먹고 오키나와의 맥주 오리온맥주도 배불리 먹고 밤 9시가 넘은 조금 이른 시간 잠자리에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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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자마미의 첫 번째 날이 다 지나갔어요.
역시 시골이라 밤이 빨리 찾아오네요. 깜깜해서 주위엔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아요.
앞으로 펼쳐질 나날들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설레며 잠을 청해봅니다.





사진 출처 : 구글 이미지.



봉짱
영원한 한량을 꿈꾸는 외국인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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