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세상이 바뀌는 섬으로 : 자마미섬 이야기 (中)


자마미의 아침은 빨리 찾아옵니다.
세이슌상은 할저씨(?)답게 아무리 늦어도 아침 6시에는 일어나세요.
제가 출근하면, 이미 아침(세이슌상의 아침은 언제나 치즈을 한 장 올린 토스트와 블랙커피에요. 간지폭발)을 다 드시고 바쁘게 움직이고 계셨습니다.


자마미에서 제가 일한 곳은 일본의 민숙이었습니다. (우리나라 민박집 개념)
예전에 일본의 민숙에 대해 설명드리며 식사가 포함되어 있는 곳이 많다고 했는데, 제가 일한 곳은 식사제공이 없어서 상대적으로 일이 쉬웠어요.



봉짱의 일과는 대략 이렇습니다.

7시 45분쯤 일어나 세수와 양치만 간단히 합니다. 
8시까지 스텝 룸으로 출근하여 아침을 간단히 먹고, 손님들이 일어나면 아침 식사용 토스트와 잼을 룸으로 서빙합니다.  

10시부터 청소를 시작합니다. 방이 6개밖에 없어서 청소는 간단해요.
청소보다는 빨래가 힘든 작업이었습니다. 세탁기는 두 대밖에 없는데 손님과 같이 써야 하고, 바닷가라 손님들도 수영복 등을 빨아야 하니까...

그리고 배가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항구까지 손님들을 픽업 나갑니다.
극성수기인 여름 시즌의 경우는 배가 하루에 5번 뜹니다. 
다섯 번 마중을 나간다는 이야기죠.

실로 조그만 마을이라 뿌우~ 하는 배의 기적 소리가 들리면 차를 끌고 출발하면 됩니다.

청소가 끝나면 픽업 시간 이외에는 자유시간입니다.
바다에 나가 놀 수도 있고, 일찍 일어나 부족한 잠을 보충해도 됩니다.

저녁 6시쯤 되면 이른 저녁밥을 먹습니다.
물놀이를 나갔던 손님들도 들어오기 때문에 실내를 돌아보며 불편한 점은 없는지 살핍니다.
세이슌상이 뱃일을 끝내고 퇴근하시면 함께 저녁을 지어 먹고, 반주로 맥주를 한 잔씩 걸칩니다. 이렇게 2시간 정도를 보내고 나면 8시나 9시쯤 되어 완전히 어두워집니다. 아침 일과가 일찍 시작하는 대신, 이렇게 저녁 또한 빨리 찾아옵니다.

세이슌상이 일찍 들어가시면 손님들과 어울려 맥주를 마시거나, 별을 보러 나가거나 밤 산책을 합니다. 또는 방에서 일찍 쉬며 여유를 만끽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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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슌상은 민슥의 사장님인 동시에 작은 배를 가지고 있는 캡틴이셨어요!
덕분에 저는 숙박업도, 또 배에도 많이 익숙해질 수 있었습니다.




@ 세이슌상과 관광객들 


세이슌상의 본업은 무인도를 오고가고 또 낚시객들을 실어나르는 수상택시, 그리고 배낚시 객들을 안내하는 것입니다. 제가 오고 나서는 무인도행 배에 외국인도 태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미약하나마 세이슌상의 통역을 했으니까요. 무인도는 환상적이에요. 자마미 본섬에서 멀지 않은 거리인데도 자연 그대로의 순수한 모습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 무인도에서 바라본 투명한 바다


@ 셀카가 빠질 수 없죠! 뱃일로 까맣게 탄 봉짱.


수영을 못하는 건 물론, 워터파크의 파도풀조차 무서워하던 제가 맨몸으로 잠수도 하고 스노클링 마스크 하나만으로 헤엄칠 수 있게 해준 건 자마미섬의 예쁜 바다 덕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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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마미에서 저는 돈을 하나도 쓰지 않고서 살아갈 수 있는 삶이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숙식을 제공하는 곳은 많지만, 이곳의 숙식제공은 특이합니다.

세이슌상은 낮에는 뱃일로 바쁘시기 때문에 낮의 민숙 관리는 전부 스태프들의 몫이었습니다.
손님들의 숙박비 정산은 물론, 지출에 관해서도 꼼꼼히 기록만 하면 자유롭게 맡겨두는 편이셨습니다. 식사준비 또한 그날의 메뉴를 정해 슈퍼에서 사 오고 영수증만 첨부하면 됩니다.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 먹고 싶은 메뉴를 자유롭게 골라 먹을 수 있으니, 가끔은 장어 덮밥도 해먹고 소고기도 먹으며 나름 호화로운 식사를 했습니다.
 

 

@ 이날은 날씨가 좋아 정원에서 식사했습니다. 메뉴는 오키나와 소바!


세이슌상이 워낙 술도 좋아하셔서 냉장고엔 언제나 맥주가 그득했습니다(본인이 좋아하는 한 가지 종류밖에 없었다는 게 문제지만....). 제 월급은 그리 많은 편이 아니었지만, 쓸 곳이 없으니 자연스레 돈이 모이더군요.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자마미섬 생활이 끝나고 나하로 나오니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가는 것처럼 느껴지더군요.




아름다운 자마미섬 이야기는 다음 회까지 이어집니다. ^^



봉짱
영원한 한량을 꿈꾸는 외국인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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