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 쉬엄쉬업 합시다.

오늘 하루도 쭈구리고 있었더니 온몸이 너무 아프다.
이 근처에 우리 회사 사람은 없겠지?
에라 모르겠다. 술도 한잔 했겠다, 얘기나 좀 해야겠다.

 
 

법으로 정해진 근무 시간이 9~18시라고는 하지만 사람이 어떻게 한눈 한번 안 팔고 일만 하나. 만약 한 번도 딴짓하지 않고 일만 열심히 한다고 해도 18시 정시 퇴근 못할 건 분명하니까, 쉴 수 있으면 좀 쉬엄쉬엄해야지. 그래서 오늘은, 회사에서 쉴 수 있는 찰나의 순간순간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 쉬어야 작전도 나오지
 

 1. 커피 한 잔의 여유
 '낮에는 따사로운 인간적인 여자,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여자'는 강남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꼭 저런 여자만 있는 것도 아니다. 회사에서도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삶을 즐길 수 있다(고 하더라).
 
 우리 회사에 건물에는 회사에서 운영하는 카페가 있는데, 이곳은 언제나 쉴 틈 없이 사람들이 붐빈다. 아침 출근 시간에는 커피 한잔 사 들고 올라가기 위해 사람들이 긴 줄을 서 있고, 점심시간에는 밥 먹고 난 뒤 식후 커피를 하기 위해 대 성황이다. 그리고 포인트는 바로 업무 시간이다. 업무 시간에는 사람이 없을 것만 같아도, 어쩌다 내려갈 일이 생겨 가보면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와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 이유는 보통 2가지이다. 인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회의실 수 때문에 회의하기 위한 장소로 카페를 선택하는 경우와, 말 그대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며 쉬기 위한 경우이다.
 
 실제로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음에도 땡땡이를 치면 눈치가 보이기 때문에 휴식 장소로 카페를 선택할 때는 몇 가지 준비물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회의를 가장하기 위한 노트와 펜 정도? 진정한 고수는 '노는것' 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카페에서 접선하는 상대를 자신과 어느 정도 직급 차이가 나는 사람으로 정하거나, 자신과 함께 일하는 사람(멘토 또는 멘티)과 함께 내려가서 쉬고 온다고는 하던데 - 그렇게 누구를 선택할 수 있을 정도로 아는 사람이 많지는 않기 때문에 나는 보통 누군가 불러주면 내려가는 편이다.
 

 "지금 당장은 좀 힘들고 이때쯤이면 갈 수 있을 것 같아. 응 시간 맞춰서 내려갈게."
 

 

ⓒ 물론 압니다. 이런 분과 함께라면 떨려서 못 쉴 거라는 거.
 
 

 2. 담배
 이곳저곳, 여기저기에서 '담배는 백해무익'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담배에도 아주 약간의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쉬는 시간을 만들어 주는 것' 과 '온갖 소문을 들을 수 있는 것' 이 그 대표적인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담배가 쉬는 시간을 만들어 준다는 것은 군대에서부터 이미 증명된 진리이다. 이 법칙은 상급자가 흡연자일 경우 거의 99%의 확률로 들어맞게 된다. '아 힘들다 > 담배 한 대 피우고 하자 > 너도 피우면 따라와 같이 가자 = 쉬는 시간'. 자애롭고 관대한 상급자라면 자신이 흡연하는 시간 동안 다른 사람들도 쉬라고 하지만, 몇몇 사람의 경우는 그런 배려까지 생각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이 모두 일하고 있을 때 그냥 움직이곤 한다. '어차피 담배 한 대 금방 피우고 오는 건데 뭐. 혼자 가면 심심하니까 쟤도 데려가야지.' 이렇게 간택 받으면 다른 사람들이 일 할 때 본인만 쉬는 시간이라는 특권이 생기는 셈이다.(물론 함께 이동한 상급자와 둘만 있는 시간을 버틸 수 있다면 말이다.)
 
 이는 회사에서도 똑같아서, 분명 업무시간인데도 상급자중에 흡연자가 있을 경우 종종 호출을 받게 된다. 우리 회사처럼 내부에 흡연할 수 있는 공간이 없는 경우에는 아예 건물 밖으로 나가서, 길까지 건넌 후에야 담배를 피울 수 있는데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조금 천천히 걷고 하다 보면 시간은 어느새 훌쩍 지나가게 된다. 게다가 상급자들만 알고 있는 회사의 온갖 루머와 소문들을 자연스럽게 입수할 수도 있으니, 이 정도면 충분히 장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오죽하면 비흡연자도 흡연자들이 담배를 피울 때 따라 나와서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는 '소셜 스모킹'이라는 말까지 생겼을까.
 

 
 
ⓒ 거 쉬기 딱 좋은 날씨네
 

3. 화장실
 그렇지만 이러니저러니 해도 회사에서 가장 으뜸은 역시 화장실이다. 심각한 표정을 하고 배를 만지며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갸웃갸웃하며 화장실로 진입- 문을 닫고 어떠한 탈의도 하지 않은 채 변기 위에 앉아 있노라면 세상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오직 나만의 공간이 아닌가!!
 
 이 방법은 그 안락함과 (갑자기 본인을 찾는다던가 하는) 긴급 상황에 쉽게 대처할 수 있는 안정성 때문에 많은 사람이 애용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세상만사 새옹지마인 법! 이렇게 좋은 방법에도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주위에서 들려오는 웅장한 스테레오 사운드와, 이 세상은 4D 세상임을 알게 해 주는 온갖 냄새들이 바로 그것이다. 이 두 가지만 이겨낼 수 있으면 화장실에서 만나게 되는 여유는 지친 당신의 심신을 훌륭히 위로해 줄 것이다.


 

ⓒ 스멜 & 사운드
 
 
이 세 가지 방법은 회사에서 잠깐 쉬기 위해 활용하면 좋지만, 자주 남발하다가는 주위로부터 '중독자' 소리를 듣기 쉽다. 저 커피중독자, 저 꼴초, 저 똥쟁이!!! 오해를 받기 쉬운 무서운 방법을 소개해 준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하지만, 우리 모두 이 정도는 스스로 잘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이니 알아서 잘 조절하도록 하자.
 


어제는 회식을 해서 무리했습니다. 커피중독자로 보일지도 모르겠군요,



이미지출처 : 구글


쭈구리   
오늘도 하루종일 쭈구리고 있었더니 온몸이 너무 아프다. 이 근처에 우리 회사 사람은 없겠지? 에라, 모르겠다. 술도 한잔 했겠다 얘기나 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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