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세상이 바뀌는 섬으로 – 자마미섬 이야기 (下)


자마미섬에서의 생활이 항상 아름다운 바다와 함께였던 건 아닙니다.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맑은 날과 흐린 날의 바다색은 많이 달라요.
친구나 지인들이 놀러 올 때면 제발 날씨가 좋게 해달라고 남몰래(?) 기도하곤 했었어요.


또, 오키나와에는 태풍이 많이 오는 것 알고 계시죠?
태풍이 올 때마다 우리나라 뉴스에서도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지역이 바로 오키나와죠.
그런데 태풍의 직접 사정권에 드는 시간은 생각보다 짧아요. 나하에 있을 때는 하루 정도만 집 밖으로 나가지 않으면 태풍이 지나간 후에는 바로 일상생활이 가능했습니다.


그런데 섬은 달랐어요. 문제는 파도였습니다. 태풍이 오기 며칠 전부터 파도가 높아지고, 태풍이 지나간 후에도 높아진 파도가 가라앉기까지 시간이 걸립니다. 제가 있을 때는 6일 동안 배가 안 뜬 적도 있었어요. 슈퍼에 가면 선반들이 텅텅 비어 있어서 저녁 식사거리를 걱정해야 할 지경이었어요. 미리미리 식료품을 사놓지 않았다고 세이슌상에게 혼나기도 했습니다.


항구에 도착한 배를 6일 만에 마주했을 때는 정말 눈물이 날 정도로 반갑더라구요.


 
@ 태풍 대비책으로 배를
모두 뭍으로 올려놓은 모습


외국인 관광객들은 많았지만, 섬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많지 않았어요.
특히 한국인은 저와 할머니 한 분뿐이었는데 여름 시즌을 맞아 한국에서 스텝 한 명이 더 오게 됩니다. 저보다 한 살 많은 오빠였는데 다행히 저와 성격이 잘 맞았어요.
세이슌상의 뱃일을 도와주는 또래의 일본인 스텝까지 세 명이 항상 어울려 다녔습니다. 


저희는 세이슌상의 본가를 스텝 숙소로 썼었는데. 집 바로 앞이 방파제였어요. 퇴근 후 방파제에 누워 별을 보면서 맥주 한 캔씩을 마시고 자는 것이 저희 셋의 일상이었습니다. 
가끔 기분이 내키면 비치 쪽으로 본격적으로(?) 별을 보러 가기도 했어요. 불빛이 하나도 없어서 마치 우주 한가운데에 누워 있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꿈만 같은 시간이었네요. 그때 저희의 단골 대사는


“하.. 진짜 여긴 미친 곳이다” 였을 정도입니다.

 
 
@ 우주 한가운데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자마미섬의 별


스쿠버 다이빙으로 바닷속에 들어가야만 볼 수 있는 줄 알고 있었던 거북이를 
자마미섬에서는 얕은 바다에서 스노클링만으로도 볼 수 있다는 걸 알고 너무 기뻤어요!


 


거북이는 사람에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특별히 무서워하거나 피하지도 않고, 수심 1미터도 안되는 얕은 바다에서도 잘 돌아다녀요. 먹이를 주거나 만지는 등 생태계의 질서를 파괴하는 행동은 금지되어 있지만 거북이가 헤엄치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충분히 신비로워요. 거북은 물속에서 숨을 쉬지 못하기 때문에 가끔씩 숨을 쉬러 올라오는데 이 기회를 잘 포착하면 바로 눈앞에서 볼 수도 있답니다.


그런데, 자마미는 사실 거북보다 더 대단한 바다생물을 볼 수 있는 곳이었어요.
혹시 ‘만타가오리’ 를 아시나요?
성체의 양쪽 지느러미 너비가 7-8m, 무게 0.5~1.5톤의 초대형 가오리인데요. 다이버들조차도 운이 따라줘야만 볼 수 있다고 하는 귀한 놈입니다. 저는 오키나와 츄라우미 수족관에서 본 적이 있었어요. (우리나라에는 2012년 제주도 아쿠아리움에 있었다고 하는데 금방 죽었다고 하네요)


그런데 여름이 끝나가던 어느 날
무인도에 손님을 내려준 세이슌상이 “지금 몇 시지?” 라고 시간을 확인하시더니,
항구로 돌아가지 않고 갑자기 먼 바다로 나아가기 시작하십니다.
어딜 가냐고 물었더니 만타를 보러 가자십니다.
만타? 만타??! 만타가 일본에 있어요? 라고 물으니 끄덕끄덕.


너무너무 기대되고 흥분되었어요.
귀하신 몸이니만큼 쉽게 만날 수는 없었습니다.
파도가 높은 곳에만 나타난다 하여 몇십 분이나 배에 탄 채 파도에 흔들거린 후에야 만타를 볼 수 있었습니다! 저희는 언제든 입수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해놓고 기다리고, 세이슌상은 열심히 배를 이쪽저쯕으로 운전하며 만타 찾기에 집중합니다. 그리고 드디어 신호가 떨어졌어요.


“들어가! 지금이야!!!”


들어가니 정말 거대한 만타가 저희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어요. 너무나 커다란 몸과 커다란 입에 무섭기는 했지만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만타는 작은 새우보다 커다란 먹이는 먹지 못한대요)


그날도 역시 ‘만타를 그냥 맨몸으로 볼 수 있다니..여긴 정말 미친 섬이야’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거대한 만타가오리의 모습.
수중에서 직접 찍은 사진도 있는데
너무 흔들리고 잘 나온 사진이 없어서
퍼온 이미지로 대체해요.




자마미섬에서의 저의 생활은 비록 짧았지만 강렬하고 꿈만 같은 추억으로 남았네요.
세상이 바뀌는 섬이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혹시 오키나와에 갈 기회가 되신다면 자마미섬 방문도 추천드려요^^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실 수 있으실 거에요~




참조문헌 : 네이버캐스트 만타가오리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24&contents_id=77336)
이미지 출처 : 직찍, 구글




봉짱
영원한 한량을 꿈꾸는 외국인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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