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 출근길 풍경

오늘 하루도 쭈구리고 있었더니 온몸이 너무 아프다.
이 근처에 우리 회사 사람은 없겠지?
에라 모르겠다. 술도 한잔 했겠다, 얘기나 좀 해야겠다.



회사마다 출근 시간을 다르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식당 몰린다고 밥 먹는 시간은 나눠서 운영하는데, 지하철에 사람 몰린다고 출근 시간을 나눠서 운영하는 회사는 없으니 슬픈 일이다. 오늘도 지하철엔 사람이 많고, 부대끼고, 얼굴을 찌푸리고, 민폐 백팩남이 되지 않기 위해 허겁지겁 가방을 선반 위에 올린다. 몸을 이리 한번, 저리 한번 돌려 겨우 내 한 몸 서있을 공간을 만들면 그때부턴 힘과 힘의 대결이다. 사람들이 밀려들어도 내 공간은 사수해야 한다. 이렇게 오늘 아침 출근길도 전쟁이고 투쟁이다. 지옥철이라는 말이 나온 건 10년도 더 된 일인데, 해결되었다는 기분은 하나도 들지 않으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 하지만 빈자리는 보이지 않겠지


보아하니 옆에 서 있는 여자는 먼 길을 가는 것 같다. 핸드폰으로 영화를 보고 있는데도 매 정거장에 정차할 때마다 자리가 비는 곳이 있는지 스캔하기 바쁘다. 매의 눈을 하고 휙휙 소리가 나지는 않을까 싶을 정도로 빨리 고개를 돌리고 있는 그녀는, 분명 견문 색의 패기를 쓰고있을 것이다. 그 패기가 타인을 압도할 수 있다면, 금방 자리를 잡을 수 있겠지.
 
 

ⓒ 느려

 
견문 색의 그녀 앞에 앉은 학생은 지하철에 타 있는 시간도 아까운지 열심히 공부 중이다. 책에는 수십 번도 더 밑줄이 그어져 있지만 아직 봐야 할 것이 더 남았는지 그는 매우 필사적이다. 한 문장을 읽고, 눈을 감고 암기하고, 맞았는지 확인하는 일련의 동작은 안쓰럽기까지 하다. 취직이 어렵다 어렵다 하지만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보게 되니 점점 무뎌지는 것 같아 슬프다. 


그의 옆에는 귀에 이어폰을 끼고 눈을 감은 채 미동도 없이 앉아 가는 아저씨가 있다.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입이 끊임없이 움직이는 것을 보니, 어학 공부라도 하는 중이 아닌가 싶다. 그 옆에 앉은 젊은 여자가 피곤을 이기지 못해 조는 모습과 묘하게 대비된다. 배움엔 끝이 없고 피곤 앞엔 나이 없다. 저러다가 내려야 할 곳을 지나치지나 않을까 모르겠다.


 
 
ⓒ 깨어나요 용사여


내려야 할 곳이 다가와 선반 위에 올려두었던 가방을 내리다 주위를 둘러 보았다. 내려야 하는 사람들을 빼고는 모두 핸드폰만을 보고 있다. 모두 지하철을 타고 출근 중이지만, 그들의 세계는 이곳이 아니라 스마트폰 안에 있는 것 같다.


누군가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출근하고 싶어 너무 설레고, 회사 가는 것이 즐겁기도 하겠지? 내가 그렇지 않기 때문일까. 출근길 풍경은 오늘도 치열하고 적막하고 고독하다.




출근길이 편하면 회사 생활도 좀 즐거워질까요? 운전해서 오시는 분들도 스트레스를 비슷하게 받는 걸 보면 꼭 그런 것 같지는 않네요.



이미지출처 : 구글


쭈구리   
오늘도 하루종일 쭈구리고 있었더니 온몸이 너무 아프다. 이 근처에 우리 회사 사람은 없겠지? 에라, 모르겠다. 술도 한잔 했겠다 얘기나 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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