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님아 그 워크숍을 준비하지 마오.

오늘 하루도 쭈구리고 있었더니 온몸이 너무 아프다.
이 근처에 우리 회사 사람은 없겠지?
에라 모르겠다. 술도 한잔 했겠다, 얘기나 좀 해야겠다.



[워크숍]
기업이나 기관에서 사무실 단위의 인원을 연수 보내는 것. 일반적인 교육연수와는 달리 하루에서 사흘 정도로 기간이 짧은 편이고 특별히 강사가 없는 경우도 많다. 근무일에서 빼서 가기 때문에 워크숍은 업무의 연속이다. 예산에서도 1인당 얼마 이런 식으로 워크숍 예산이 나온다.


보통은 펜션이나 호스텔 같은 곳을 숙소로 잡고 특정 지역의 관광을 돌아다니는 경우가 많다. 아니면 숙소에서 술 마시고 낮에는 족구나 축구 하면서 논다. 워크숍의 목적 자체가 어떤 대단한 업무 방침을 논의하는 그런 것보다는 친목 도모에 가깝기 때문이다. 형식상으로 회의를 끼워 넣기도 한다. 조별 모임으로 할 수 있는 무언가를 하기도 한다. 신입연수에서 하는 것과 겹치는 게 많다.


 정리하자면 회사에서 회삿돈으로 좀 놀러 오라고 해주는 자리. 그러니까 회식의 업그레이드 판이라고 할 수도 있다.



….. 물론 워크숍을 준비하는 총무나 신입사원 입장에선 좋을 리가 없다.


 
 
ⓒ 결국 1박 2일 회식인 거잖아..



인터넷에서 찾은 워크숍의 '일반적이지 않은' 정의다. 사실 일반적임의 여부와 관계없이 대부분의 워크숍은 저렇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특별할 것도 없다. 모두가 알고 있을 워크숍의 정의에 대해 저렇게 풀어놓은 것은, 우리가 주목해야 할 문장이 저 정의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눈치가 빠른 사람은 이미 알아차렸겠지만, 바로 마지막 문장이다.


같은 회사 안에서도 팀 분위기에 따라 워크숍의 성격은 많이 바뀌게 된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모든 굴레를 벗어 던지고 다음 날 아침까지 술 파티를 벌이는 팀이 있는가 하면, 팀원 다 같이 공방에 가서 자기가 사용할 가구를 제작하는 체험을 해 보는 곳도 있다. 막내가 모든 일정을 다 기획하는 팀도 있고, 팀장님 주도하에 일사천리로 이루어지는 팀도 있다. 어떤 것이 더 좋고 어떤 방법이 더 바람직한지 정해진 답은 없다. 다만 그 분위기에 자기가 어떻게 적응하는지, 전체의 분위기를 어떻게 바꿔갈 것이지만 명확히 하면 된다.
 
 

ⓒ 말만큼 쉬운 게 또 어디 있을까

 
우리 팀의 워크숍은 전통적으로 총무 (사원 또는 대리다)를 중심으로 주니어 사원(사원의 수가 많을 경우 대리는 열외)이 준비위를 꾸려 추진한다. 워크숍의 테마는 매해 다르지만, 기본적인 스탠스는 언제나 동일하다. "최대한 티나지 않는 방법으로 1. 모두를 피곤하게 만들어 얼른 재울 것. 2. 술은 어떤 일이 있어도 최소한으로 먹일 것." 물론 업무의 연장이긴 하지만 회식이 아니어도 나름 멀리 놀러 나왔는데 1박2일동안 알콜 냄새만 나면 너무 우울하니까.


아무튼 저 스탠스를 유지하려면 준비위원회 입장에서는 신경 쓸 것이 한두 개가 아니다. 기본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숙소 외에 차량배차, 선발대 구성, 액티비티 결정, 레크레이션 준비까지 쉴 틈이 없다. 업무 하나를 더 하는 느낌이랄까? 대학교 MT처럼 엠티비 들고! 술 사 들고! 청량리 역으로 모여! 기차 타고 간다! 해서 끝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저 중에서 가장 준비하기 힘든 것은 단연코 레크레이션이라 할 수 있다. 너무 옛날 것을 하면 재미고 없고 오글거려서 게임이 진행되지 않는 반면에 (40넘은 남자들이 수건 돌리기를 하면서 웃는 모습은 무한도전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요즘 티비에 나오는 게임들을 따라가면 시니어 사원들은 '쟤들이 지금 뭐래는거야' 모드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자, 그렇다면 우리에게 남은 절충안은 '90-00' 시절에 유행하던 스튜디오 형 예능 프로그램의 게임들뿐이다. 멀리는 가족오락관부터 가까이는 엑스맨 까지랄까?


여기까지 왔어도 아직 남은 관문이 있다. 1. 회사 사람들은 연예인들처럼 격하고 과장되고 재미있는 리액션을 해주지 않고, 2. 그 시대를 풍미한 명 MC들처럼 사람들을 휘어잡을 진행자를 찾기 어려우며, 3. 심지어 그 진행자가 주니어 사원 안에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보통 이 조건들이 모두 갖춰지기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일반적인 워크숍은 '준비가 가상함'을 서로 전제로 깔아두고 적절한 리액션과 적절한 진행으로 허겁지겁 마무리- 얼른 끝내고 술이나 마시자- 모드가 되는 것이다.



 
 
ⓒ 먹고 죽자 죽어



답이 없는 고민만 안고 오늘의 첫 업무를 시작한다. "워크숍 준비위 모여주세요~"


워크숍은 앞으로 3일 남았습니다. 어떻게 될까요?




이미지출처 : 구글


쭈구리   
오늘도 하루종일 쭈구리고 있었더니 온몸이 너무 아프다. 이 근처에 우리 회사 사람은 없겠지? 에라, 모르겠다. 술도 한잔 했겠다 얘기나 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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