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내일 뭐 입지....?

오늘도 하루종일 쭈구리고 있었더니 온몸이 너무 아프다.  
이 근처에 우리 회사 사람은 없겠지?
에라 모르겠다.술도 한잔 했겠다 얘기나 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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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 상에 존재하는 다른 생물들은 안 그런데 왜 인간은 유독 옷을 껴입고 다니는 걸까? 보온? 방어력을 높이기 위해서? 선악과를 먹은 것에 대한 죗값으로 부끄러움을 알게 된 인간이 옷을 입기 시작했다는 말이 맞는다면, 전능하신 그분은 그 순간 인간이 무척이나 건방져 보였던 것이 틀림없다. "내일 뭐 입지..?"라는 지상 최고의 고민을 인간에게 주셨으니 말이다.
 
 인기 만점이던 초딩 시절 후로, 나는 남중 - 남고 - 공대 - 군대 - 다시 공대라는 로열 로드를 걸어왔다. 한창 정서적으로 성숙되는 시기인 사춘기를 포함한 10여 년의 시간 동안 징글징글한 남자들만 보며 살다 보니, 이 로열 로더들에게 옷이란 그저 몸을 가리기 위한 천 쪼가리가 되기 마련이다. 교복을 입는 중학교 및 고등학교를 졸업했다면 옷에 대한 무관심은 한층 더해지는데, 이들의 대다수는 자연스레 '공대생'이라 불리는 패션 감각과는 아득히 동떨어진 부류가 되곤 한다. 그렇다고 해서 로열 로더들에게는 꿈도 희망도 없는가 하면 또 그렇지는 않다. 로열 로더들에게는 크게 2번, 자력갱생의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첫 번째 갱생의 기회는, 대학교에 막 입학한 새내기 시절이다. 보통 커다란 장애물을 만난 인간은 그것을 넘어가거나 포기하거나 둘 중 하나를 택하기 마련인데- 이 법칙은 교복의 가호에서 벗어난 새내기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교복이 아닌 다른 천 쪼가리로 몸을 가려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로열 로더들은 옷 잘 입는 공대생과 무릎 나온 츄리닝에 후드티를 사랑하는 공대생 두 부류로 나뉘게 된다. 

 두 번째 기회는 군대를 다녀와 이제 막 복학한 복학생 시절이다. 규칙적인 생활을 강제적으로 해야 하는 군대의 특성상, 대부분의 남자들은 군대를 다녀오면 '표준 체형'이라는 추상적인 기준에 한발 더 가까워지는데, 이 때는 자기 몸에 대한 자부심이 바탕이 되어 새로운 시도를 할 용기를 얻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전형적인 공대생이 갑자기 옷을 잘 입기 시작한다면, "저 오빠 군대 가기 전에는 안 그랬는데, 군대 다녀오고 나서 멋있어졌어!"라는 이미지 쇄신의 효과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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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 중에 위에서 말한 2차례의 기회를 모두 걷어차 버린 자부심 넘치는 로열 로더가 있다면, '나는 이제 틀렸어.. 난 안될 거야..'라고 절망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다행히도, 이 세상은 아름다워서, 우리에게는 한 번의 기회가 더 주어지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취직이다.  왜냐고? 취직을 하게 되면 당신은 회사가 원하는 복장을 강제로 갖춰 입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갱생이 아니라 교화라고 해야겠지만.
 
 서류 전형과 인적성 시험 등을 모두 통과하면, 우리에겐 드디어 '면접'이라는 마지막 관문만이 남게 된다. 그런데 기뻐하는 것도 잠깐, 로열 로더들은 또 하나의 큰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명확한 것을 좋아하는 회사의 경우에는 '면접 복장 : 정장'이라고 딱 부러지게 얘기를 해 주는데, 예전에 비해 많이 부드러워진 사회 분위기가 면접 복장에도 변화의 바람을 몰고 와서, '면접 복장 : 비즈니스 캐주얼'이라고 공지하는 회사의 수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젠장. 캐주얼이면 캐주얼이고, 정장이면 정장이지, 대체 비즈니스 캐주얼은 대체 뭐야? 모든 것을 다 알려줄 것만 같은 마법의 네이버에게 물어봐도 돌아오는 대답은 너무나 추상적이다. "비즈니스 캐주얼이란 캐주얼과 정장의 중간이라고 보면 된다." 그래 그건 나도 알겠다고. "디테일이 적은 치노팬츠, 매끈한 청바지, 로퍼나 가벼운 구두가 필수 아이템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개똥같은 소리. 정장과 캐주얼의 중간이 청바지야? 로퍼는 뭐고 치노 팬츠는 또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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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쭈구리 생활을 시작한 지 1년이 넘었지만, 나는 아직도 비즈니스 캐주얼이 뭔지 알지 못한다. "이제 정장은 그만 입고 내일부턴 편하게 하고 나와~"라는 말을 들은 그 순간부터, 비즈니스 캐주얼이란 운동화가 아닌 신발에 면바지, 옷깃이 있는 티셔츠 또는 셔츠에 깔끔한 머리- 정도로 이해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이 비즈니스 캐주얼에 대한 정의를 명확히 내리지 못한 것이 나뿐만은 아닌 건지, 종종 갈색 신발에 녹색 면바지, 청색 셔츠로 마무리한 지구본 패션으로 다니는 사람도 보이곤 한다. 회사의 높으신 분들은 그들의 패션 감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이걸 대체 규정으로 '옳다, 그르다' 확실히 나눌 수 있는 문제일까? 
 
 내일도 비즈니스 캐주얼을 입고 출근해야 하는 나로서는 매일 아침이 고민이다. 이런 젠장! 내 옷장에는 츄리닝이랑 청바지밖에 없다고!!
 
 
회사에서 요구하는 적절한 복장을 이해하는 것은 정말 어렵습니다만, 쉽고 마음 편한 방법도 있습니다. 자기 팀에서 최고 패셔니스타가 어떻게 입고 오는지를 매일같이 확인해 보세요. 그 사람이 입고 온 옷을 보고 팀장님이 눈을 찌푸리면 그건 비즈니스 캐주얼이 아닌겁니다. 어때요 참 쉽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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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구리   

오늘도 하루종일 쭈구리고 있었더니 온몸이 너무 아프다. 이 근처에 우리 회사 사람은 없겠지? 에라, 모르겠다.술도 한잔 했겠다 얘기나 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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