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 선택의 기로

오늘 하루도 쭈구리고 있었더니 온몸이 너무 아프다.
이 근처에 우리 회사 사람은 없겠지?
에라 모르겠다. 술도 한잔 했겠다, 얘기나 좀 해야겠다.



인생은 B와 D 사이의 C다. Birth와 Death 사이의 Chicken....이 아니라 Choice. 삶은 그렇게 끊임없는 선택의 연속이다. 우리네 삶에서 '선택권' 이 갖는 중요한 의미는 굳이 별도로 언급하지 않아도 모두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민주주의의 발전에서 참정권이 얼마나 큰 의미가 있던가! 자기가 원하는 방향대로 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권리인가!!  그러나 살다 보면 보통 뜻대로 되지 않는 것들이 더 많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것은 '개인'의 선택과 희망 사항이 '조직'의 가치를 넘지 못하는 단체 생활에서 더 빈번히 발생한다. 오늘도 변함없이 사설이 길었다. 회사 얘기다.

 

ⓒ 난 분명 저 드립을 어디에선가 써먹은 적이 있다. 내가 내 것 쓰는 거니까 괜찮으려나.


 회사에서 개인이, 그것도 직급이 높지 않은 일반 평사원이 선택권과 결정권을 갖고 어떤 일을 해나가기는 매우 어렵다. (외국계 기업에서는 덜하다고는 하는데 실제 다녀보진 않아서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렇게 했을 때 만약 잘못되면 당신이 책임질 거야?!" 라는 이야기가 일상적이며, "회사라는 조직이 원하는 것은 이런 모습이야!"를 강요하는 분위기가 보편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비바람을 한번 두번 겪게 되면 청운의 꿈을 안고 입사한 사람들은 체념하는 법을 가장 먼저 배우는 쭈구리가 되고 만다.
 
 
때문에 막상 선택권이 주어지면 이를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도 꽤 고민이 된다. 특히 '하고 싶은 일' 이 뭐냐고 묻는 경우에는 더 그렇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내가 관심 있는 분야인가' 만 생각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누구랑 그 일을 하게 될 것인가', '그 업무의 강도는 어떠한가', '이 조직에서 내게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까지 생각해야 하기 때문인데, 앞의 고민과 뒤의 고민은 보통 상충하기 마련이다. (어차피 하라는 대로 할 수밖에 없는) 신입사원의 경우에는 그나마 이런 고민이 덜 하지만, (사원이랑 크게 다를 바 없는데 이제 슬슬 성과 좀 내야지? 라고 압박이 들어오는) 대리 정도가 되면 이 선택은 더 신중해질 수 밖에 없다.
.
 
 
ⓒ 체념 + 노답 = 무기력

 
무튼 그렇게 고민 끝에 어떤 선택을 했다. 문제는 여기서도 발생한다. 내가 선택을 한다고 해서 그 선택대로 이뤄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너의 뜻은 알겠지만 조직 사정상 어쩔 수가 없구나.'라는 말 앞에서는 나의 모든 고민과 결정도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아니 결국 결정은 자기들이 내릴 거면서 왜 물어본 거야.'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것 또한 어쩔 수 없다. 회사는 답정너들 천국이니까. 오히려 'A'업무를 하고 싶다고 말했는데 결국 'B'업무를 하게 될 때, 기존에 'B'업무를 하던 사람과의 관계가 어색해지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세상에는 "왜 A 하고 싶다고 했어? 나랑 일하기가 싫어서 그랬던 거 아니야?" 라는 무서운 질문을 아무렇지 않은 웃는 표정으로 하는 사람들이 정말로 많으니까. 설령 그 이유가 사실이라고 해도 면전에서 어떻게 "맞아요. 같이 일하기가 싫어서.."라고 말을 하겠나. 답정너가 여기 하나가 더 있다.

 

ⓒ 어쩌라는 걸까요


결국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는지도 모르고, 정할 사람의 마음속에 약간의 흔들림만 남아있는 상태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최선을 다해서 고민하고, 그 고민의 결과를 소신껏 이야기하는 것뿐이다. 진인사대천명이라고 했던가- 이런 거창한 말을 회사생활의 선택 하나에 가져다 붙이기는 뭔가 민망하지만, 그 외의 말은 떠오르지 않는다. 하나의 선택으로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되었고, 그 안에서 다시 한 번 새로운 선택으로 업무가 정해지게 될 것이다. 팀장님과의 면담까지 앞으로 30분. 나는 어떤 말로 어떤 결과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인가.



어차피 무슨 일을 해도
내가 제일 힘들 거라는 건
너무나 뻔한 진리지만 말이죠.




이미지출처 : 구글


쭈구리   
오늘도 하루종일 쭈구리고 있었더니 온몸이 너무 아프다. 이 근처에 우리 회사 사람은 없겠지? 에라, 모르겠다. 술도 한잔 했겠다 얘기나 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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