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 WHY?] 정말로 자리가 사람을 만들까

[직장생활 WHY?] 정말로 자리가 사람을 만들까?

 

권위주의적인 상사

직장인이 싫어하는 상사의 유형을 따지는 설문 조사나 글들을 보면 유형은 제 각각이지만 하나의 본질로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을 찾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시키면 무조건 해야 하는 상사', '툭하면 버럭 대는 폭군/독재자형 상사', '부하직원 앞에서 큰소리치면서 윗사람 앞에서는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는 상사', '무조건 명령하는 군인형 상사', '자기 의견만 옳다고 우기는 상사', '머릿속에 윗사람들만 가득 차 있는 상사'.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겪었을 이런 상사들은 하나의 단어로 표현이 가능하다. 그들은 '권위주의적인 상사'다.

 

네이버의 <교육학 용어사전>은 권위주의를 이렇게 설명한다. "독단적 지배력이나 권위에 의해서 질서를 유지하려는 행동양식. 독재주의와 비슷한 개념으로 이해된다. 권위에 의해서 일방적이고 강제적으로 종적 지배관계를 형성하려는 질서 원리로써 전근대 사회에서의 가부장제(家父長制)•신정정치(神政政治) 등은 권위주의의 전형이다."

 

그런가 하면 <21세기 정치학대사전>은 "어떤 일을 권위에 맹목적으로 의지하여 해결하려고 하는 행동양식이나 사상이다. 즉 자신보다 상위의 권위에는 강압적으로 따르는 반면, 하위의 것에 대해서는 오만, 거만하게 행동하려는 심리적 태도나 사상"이라고 정의한다. 두 정의는 그 내용이 다르긴 하지만 독단, 강제, 지배 따위의 단어들에서 공통점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런 정의들을 참고해서 권위주의적 상사를 설명하면 이렇다. '권위주의적 상사는 대체로 독단적이고 강압적이며, 조직의 프레임을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종적 구조로 이해한다. 그들은 그러한 프레임에서 벗어나려는 행동이나 사상을 조직 질서를 파괴하는 것으로 간주할 뿐만 아니라 그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권위주의적 질서를 강요하고 조직의 구성원들을 강제한다.' 가치중립적인 정의일 뿐이지만 막상 써놓고 보니 숨이 턱턱 막힌다.

 

갑자기 권위주의자가 된 상사

권위주의적 상사가 만들어지는 배경은 위계질서다. 일반적인 직장은 수직적 위계질서를 갖추고 있다. 그리고 그 위계질서에 따라서 권위, 권한, 책임이 비례해서 주어진다. 그래서 직장에서의 권위주의적 성향은 대체로 '높으신 분들'에게서 발견된다. 여기까지는 받아들이고 싶진 않지만 이해는 할 수 있다. 서열이 있고 위계가 있는 곳에서는 항시 있는 일이니 말이다.

 

권위주의적 상사에 대한 의문은 다른 곳에서 터진다. 별로 권위주의적이라고 생각이 되지 않던 사람이 갑자기 권위주의적으로 변하는 것을 목격할 때다. 얼마 전만 하더라도 젠틀하고 이해심 많고 배려심 넘치던 김과장이 부장으로 승진하더니 갑자기 권위주의적으로 돌변하면 당황스럽기 그지없다. '저 사람이 왜 저러지? 뭘 잘못 먹었나?'라는 혼자만의 생각이 "부장 달더니 사람이 완전 변했네."라는 세간의 평판을 만나면 의구심은 더 커진다. 하지만 그런 '변신'의 이유는 알지 못한 채 결국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라는 오래된 말로 상황 설명은 끝을 맺고 만다.

 

 

말을 사면 마부를 부리고 싶은 게 사람이라고들 한다. 권위가 주는 우월감은 자존감을 높이고 넘치는 자기애로 행복을 느끼게 만드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 신경과학자인 이안 로버트슨 교수는 권력(권위는 정당성을 획득한 권력이다)이 뇌에 영향을 미쳐서 사람을 오만하고 독선적으로 만든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그는 권력이 도파민의 분비를 촉진하여 권력과 권위를 남용하도록 만든다고 주장한다. 쉽게 말해 권력을 행사할 때 분비되는 도파민이 행복감을 느끼게 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권력을 휘두르게 된다는 것이다. 일종의 '권력 중독'이다. 하지만 이 논리는 갑자기 변해버린 사람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술이든 도박이든 마약이든, 무엇에 중독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권력의 달콤한 맛에 중독될 새도 없이 갑자기 권위주의적으로 바뀐 사람은 권력 중독으로 설명이 안된다.

 

어쩌면 보고 배운 것일 수도 있다. 인간은 경험의 동물이라 보고 듣고 배운 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 때로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보고 듣고 한 것들이 몸에 밸 수도 있다. 그런 경험을 통해 사람이 바뀔 가능성도 없진 않다. 완장 차더니 사람이 180도 바뀌어버린 김부장은 거울 신경 세포가 유난히 발달했을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이 어디 쉽게 바뀌는가? 게다가 머리가 굵은 대로 굵은 어른이 말이다. 사람은 새로운 자리에 앉았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변하는 단순한 존재가 아니다. 그래서 사람이 갑자기 바뀌면 죽을 때가 되었다는 말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가능성은 하나밖에 남지 않는다. 원래 그런 사람이면 된다.

 

자리는 사람을 보여준다

기질이 권위주의적인 사람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기질은 타고나는 것일 수도 있지만 경험, 학습 따위를 통해 후천적으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이미 권위주의적 기질의 사람이라면 권위주의적 상사가 되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전까지 권위주의적으로 굴지 않은 이유도 설명할 수 있다. 권위주의적으로 행동하기 위해서는 권력이 있어야 한다. 제 아무리 권위주의적 기질을 가진 사람이라도 사용할 권력이 없으면 권위주의적 사람이 될 수 없다. 다시 말해 그전까지 권위주의적인 사람이 아니었던 것은 권위주의적인 사람이 될 처지가 아니었던 것뿐이다.

 

직장의 위계질서에서 많은 경우 권위는 지위로부터 온다. 권위주의적 기질을 가진 사람이라고 해도 그것을 드러낼 정도의 지위에 있지 않으면 표시가 잘 나지도 않고 표시를 내기도 어렵다. 직위나 직급이 낮으면 권위주의적 기질을 드러내고 싶어도 그것을 받쳐줄 권위가 없다. 만약 어느 정도 권위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자신보다 높은 권위의 눈치를 봐야 한다면 권위주의적으로 굴기가 어렵다. 그러니 직위/직급이 오르면서 전과 다르게 권위주의적, 독선적, 독재적이 된 사람을 두고 왜 저렇게 바뀌었을까 오래 고민할 필요가 없다. 그렇게 변한 것이 아니라 원래 그런 기질의 사람이라서 그런 것뿐이다.

 

그런 이유로 부장 달더니 갑자기 바뀌었다는 소리를 듣는 김부장에 대한 평판은 수정되어야 한다. 그는 바뀐 것이 아니라 자신의 권위주의적 기질을 드러낼 수 있는 적당한 자리에 앉은 것이다.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데는 시간이 들지만 자리가 사람을 보여주는 데는 잠깐이면 된다. 어쨌거나 승진은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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