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쭈구리도 함께 하면 낫다

오늘도 하루종일 쭈구리고 있었더니 온몸이 너무 아프다.  
이 근처에 우리 회사 사람은 없겠지?
에라 모르겠다.술도 한잔 했겠다 얘기나 좀 해야겠다.





수능시험도 끝나고 해를 넘겨 친구들과 술 한잔하는 것이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던, 대학교 입학을 1달 앞둔1월의 어느 날.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친구들과 함께 술을 한잔하며 나눴던 말 중에 아직도 기억나는 말이 있다.
 
“야, 대학교 가면 진짜 친구를 사귀는 건 거의 불가능하지 않겠냐. 서울로 모이는 놈들이 얼마나 깍쟁이 같겠어. 겉으로는 친구인척 할 테지만 결국 다 서로를 이용해 먹으려는 거겠지. 그러니까 우리 같은 진짜 친구들은 다시 못 만날 거야. 그러니까 우리 우정 영원하자.”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친구도 이제 처음 스무 살이 되는 거고, 이제 처음 대학교에 입학하는 건데 어떤 근거로 그런 말을 했을까? 분위기에 휩쓸린 우리 모두는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렸고, 각자의 대학교에 입학하여 뿔뿔이 흩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나는, 대학교에 가서도 정말 좋은 친구들을 많이 사귈 수 있었다.


 
ⓒ 고마해라, 마이 무따 아이가

 
같은 맥락이겠지만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만난 친구들 역시 ‘사회에서 만나는 사람은 친구가 될 수 없어. 그러니까 우리는 영원해야 해!’라는 논리의 이야기를 했고, 분위기에 휩쓸려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지만 이번에는 그리 깊게 듣지 않았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건 영원히 반복될 텐데 친구를 만들 수 없다고 어떻게 단정 지을 수 있단 말인가. 사회라서? 그럼 친구라는 말을 동료로 바꾸면 아무 문제없잖아? 원피스 안보냐 임마.
 
 공채 전형을 통해 입사하게 된 나의 경우 동기들이 상당히 많은 편이다. 물론 그들을 다 알 수는 없지만 다행히 같은 특기의 동기들과는 굉장히 친하게 지내고, 심지어 그중에 몇몇은 지금도 같은 층에서 근무를 하며 매일같이 얼굴을 보고 있다. 그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내게 있어 그들은 친구고 동료다. 그렇지 않고서야 매일같이 만나서 나누는 인사가 너무 공허하지 않은가.
  
우리 회사의 경우 신입 교육이 끝나면 신입사원들에게 자기가 희망하는 부서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데(물론 100% 반영되지는 않는다.), 이는 신입사원들에게 어마어마한 고민거리로 다가온다. 내가 이 팀에 가면 원래 있던 팀에서 나를 배신자라고 욕하지 않을까? 내가 간다고 하면 받아주기는 할까? 업무는 나한테 맞을까?
 
그런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네 마음이 편할 수 있는 곳으로 가라’고 말하곤 한다. 원래 있던 팀의 눈치를 보는 것이 너무 힘들 것 같으면 그냥 그리로 가는 것이 마음이 편할 테고, 그 팀의 업무가 자기와 도저히 맞지 않으면 옮기는 것이 마음이 편하겠지. 결국 자기 마음이 편한 대로 움직이는 것이 가장 후회가 없는 법이니까.
 
나는 어땠냐고? 알면서 묻냐?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주위 동료들이 누가 있고 얼마나 있는가- 의 여부였다.
 
어느 곳에 가더라도 쭈구리인 것은 마찬가지. 군대를 다녀와 봐서 알겠지만 자기가 하는 일이, 자기가 속한 팀의 업무가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이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에, 나는 함께 할 수 있는 동료들을 보고 결정을 내리는 편이다. 그리고 팀을 결정한지 1년이 넘었지만, 지금까지도 그 결정에 후회는 없다. 오히려 만족스럽고, 잘 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 왼팔의 이것이 동료의 표시다!


아침에 빵과 우유를 사 와서 함께 나누어 먹는다거나, 프린터 드라이버같이 간단한 일을 해결하지 못해 헤매고 있을 때 옆 팀의 동기를 불러다가 알려달라고 한다거나, 따로 카톡방을 만들어 오늘 점심은 우리들끼리 마음 편히 먹자고 한다거나, 회사로 배송시킨 택배를 급히 받아야 할 때 부탁을 한다거나, 자기를 괴롭히는 높으신 분의 흉을 아무런 부담 없이 볼 수 있다거나, 함께 가는 회식자리에서 서로를 챙겨줄 수 있다거나… 친한 동료와 같은 곳에서 근무를 한다는 것은 이 외에도 정말 무궁무진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 장점들 중에서도 최고는, 오며 가며 마주칠 때마다 ‘니 맘 다 알아’라는 눈빛으로 서로 응원해 주기 + 끝나고 시원한 맥주 한 잔이 아닐까? (크으-)
  
 회사에 가지 않고서도 돈을 벌 수 있다면 그게 최고겠지만, 우리는 그럴 수가 없으니까- 회사에 정을 붙일만한 무엇인가를 만들면 회사 가는 것도 그나마 덜 싫어지지 않을까? 일을 좋아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 같고…
 
나는 우리 동기들이 참 좋다. 내가 이 칼럼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동기들은 아무도 없으므로 그들에게 잘 보일 필요도 없으니 솔직한 마음을 고백하건대, 나는 그들이 참 좋다. 좋은 동료를 만나서 다행이다. 출근을 하루 앞둔 주말의 마지막인 지금, 우리 동기들의 카톡방은 어김없이 뜨겁다. “내일 회사 가기 싫어!”부터 시작해서 “패기 있게 다 같이 연차 써볼까?” 까지. 이런 흐름에 빠질 수 없으니 내일 퇴근하고 맥주나 한잔하자고 꼬셔봐야겠다. 
  
 이번 연휴에는 회사 동기들과 함께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어차피 서로의 연봉도 다 아는 처지이므로 쓸 돈은 다 쓰고 쿨하게 n빵 했지요. 이정도면… 친구 맞죠?



쭈구리   
오늘도 하루종일 쭈구리고 있었더니 온몸이 너무 아프다. 이 근처에 우리 회사 사람은 없겠지? 에라, 모르겠다.술도 한잔 했겠다 얘기나 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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